[기사 수정 : 29일 오후 2시 48분]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선거 일정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에 시선이 고정되고 있다. 하지만 조사방식 등에 따라 각 기관별로 지지율 차이가 커 유권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언론이 개별 여론조사를 인용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자료들과 함께 비교분석해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ARS 방식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꼽을 있다. 32.4%, 37.2%, 39.1% 등 TBS·KSOI 정례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은 윤석열 전 총장 이름 앞에는 '압도적 1위'라는 수식어를 붙여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전 총장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세는 반민주당 진영 지지층 결집의 결과, 총장직 사퇴에 따른 컨벤션 효과, LH 땅 투기 의혹 영향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수치적으로 TBS·KSOI 조사 결과는 조사방식과 문항 등에서 설명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KSOI는 지난 2월 3주차부터 TBS와 공동기획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정례조사에서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가 등장한 건 3월 1주차 조사부터다. 윤 전 총장 사퇴 다음날인 5일 조사를 실시해 8일 결과를 공표했다. 이후 매주 월요일 마다 관련 조사 결과를 공표해오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조사 방식이다. KSOI의 조사 방식은 ARS(자동응답시스템)이다. ARS조사와 전화면접조사의 신뢰도와 장단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이 질문하는지, 기계가 질문하는지, 발신자가 누구인지 등에 따라 응답자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후보군을 펼쳐보면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홍준표, 추미애, 유승민, 정세균, 원희룡, 심상정, 김두관 등 총 10명이다. 안철수 대표가 빠진 보수야권 후보는 조사대상 10명 중 4명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구조다.

KSOI가 속한 사단법인 한국조사협회(KORA)는 회원사가 ARS 조사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ORA <ARS 조사 관련 회원사 행동규범> 제1조는 "회원사는 ARS를 이용한 조사가 과학적인 조사방법이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고 향후 ARS 조사를 수행하지 않을 것을 결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조는 "이를 어겼을 경우 KORA 정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행위로 보고 이사회는 회장에 회원제명을 요청한다"고 돼 있다. 제3조는 ARS 조사 수행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는데, 자체조사나 용역뿐만 아니라 외주를 통해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ARS 조사를 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강윤 KSOI 소장은 ARS조사가 전화설문조사에 비해 열등하고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일반의 대체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는 주기적으로 여러 번 실시하는 조사가 아닌 신년 여론조사 등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른바 '샤이'층 그룹을 잡아내는 데 ARS 방식이 좀 더 유리하다는 것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도 입증됐다"며 "기계와 전화하는 것을 대게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대신 기계하고 하기 때문에 좀 더 솔직하게 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KSOI의 ARS조사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이 아닌 선관위의 안심번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소장은 안철수 대표를 조사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언론 앞에서 안하겠다고 했으면 존중해야 하는 것이고, 여론조사에 넣고 빼는 것은 각 기관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은 포털 다음 기준으로 윤석열 전 총장 지지율이 32.4%를 기록한 3월 1주차 KSOI 조사결과가 공표되자 이날 하루만 관련기사 325건이 보도됐다. 3월 2주차 조사 관련 기사는 당일 125건, 3월 3주차 관련 기사는 당일 135건이다.

흥미로운 점은 언론이 ARS조사보다 전화면접조사를 상대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 KBS, MBC, SBS 등 주요 종합일간지와 지상파 방송사는 신년 여론조사 등 자체적으로 주요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전화면접조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언론 중에는 명시적으로 ARS 조사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언론사도 있다. 대표적 사례로 2019년 5월 2주차~3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 차이에서 오차범위 밖 차이로 크게 변화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ARS 조사방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리얼미터가 '정권 눈치'를 보고 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얼미터는 두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RS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기사와 칼럼도 이어져 왔다. 조선일보는 2019년 12월 17일 당시 박승열 KORA 회장 기고문 <여론조사 윤리 강령 위반 업체 '퇴출' 방안 모색할 때가 됐다>을 게재했다. 박 회장은 "무차별적 자동 응답 방식(ARS) 조사 공해로 응답자들의 피로감과 거부감이 극에 달해 있다"며 "한국통계학회, 한국조사연구학회, 한국조사협회 등은 ARS 조사를 과학적 조사 방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ARS 조사 결과는 언론에 도배하다시피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2019년 10월 7일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은 <ARS에 응답하는 20대는 1% 미만… '적극층' 과다 반영>에서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케팅 등을 위해 기업체가 의뢰하는 조사가 아닌 선거에 영향을 주는 여론조사에서는 ARS 조사 결과의 공표와 보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2019년 11월 6일 기사 <'사람이 묻냐 기계가 묻냐' 따라 여론조사 18%P 차이>에서는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전화면접이 2급 조사라면, ARS는 3급 조사"라고 했다.

이번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도 여론조사 방식별로 지지율 차이가 커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 14일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가 발표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 양자대결 결과(ARS방식, 12~13일 조사) 박영선 33.1% 대 오세훈 51.8%, 박영선 32.3% 대 안철수 53.7% 로 집계됐다. 14일 조선일보·칸타코리아 양자대결 조사(전화면접방식, 13일 조사)에서는 박영선 34.2% 대 오세훈 46.5%, 박영선 33.8% 대 안철수 45.2%로 나타났다. 14일 공표된 SBS·넥스트리서치 조사결과(전화면접방식, 13일 조사)는 박영선 35.0% 대 오세훈 42.3%, 박영선 33.6% 대 안철수 45.4% 였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여론조사이지만 조사방법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쇼킹'한 여론조사결과가 나오면 언론사는 경쟁적으로 베껴쓴다. 클릭수가 많을수록 포털 수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여론조사가 옐로우 저널리즘과 만나 윤석열 전 총장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ARS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언론은 제일 튀는 자료가 처음 나오면 그것을 무조건 쓸 수밖에 없다. 일시에 그렇게 보도하더라도, 여러 후속 자료가 나오면 조사결과를 평균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센세이셔널 저널리즘 추구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지이와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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