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이준석 돌풍'으로 대표되는 세대교체 바람으로 정치권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미래비전 부재와 계파싸움, '영남 꼰대' 경선룰 등으로 혁신론이 얼룩지고 있다는 언론 평가가 나온다.

26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8명 중 5명을 추리는 예비경선(컷오프)이 시작되자 여론조사에서 연거푸 차기 당권 주자 1위로 꼽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의 '계파 논쟁'이 불거졌다.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의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 같은 분들이 과연 선뜻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벌써부터 '미리부터 당 밖 주자들을 견제하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발언도 나온다. 정권교체 필패 코스"라고 썼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을 겨냥한 글이다.

이에 곧장 이준석, 김웅, 김은혜 등 젊은세대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나 전 의원 비판에 나섰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나경원 후보 말씀에 공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친박계의 전폭지원을 받고 있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이라고 받았쳤다. 김웅 의원은 "계파정치 주장은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고 했고, 김은혜 의원은 "난데없는 계파 폭탄, 저의가 의심된다. 모처럼 찾아온 변화의 바람을 '내편, 네편' 편가르기로 걷어찰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친이계가 주호영 의원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문건이 아주경제 보도를 통해 공개돼 계파 논란이 커졌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있는 단체 '국민통합연대'는 당 대표 후보로 주호영 의원, 최고위원 후보로 조해진·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내렸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누군가 정확하지 않은 조사결과를 너무 많이 생산해 퍼뜨리는데 의도가 있지 않나 의혹이 있다"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주요 언론은 국민의힘 계파정치 논쟁에 '찬물' '구태' '진흙탕' 등의 꼬리표를 붙였다. 경향신문<이준석 잠재우려 불지핀 '계파 싸움'… 국민의힘 변신에 '찬물'>, 한겨레 <'당권 경쟁' 국민의힘, 계파 논쟁에 조직표 밀기 '구태'>, 서울신문 <계파 꺼내고 여론조사 배후설까지…李돌풍에 부활한 '막장 경선'>, 연합뉴스 <이준석 돌풍속 계파음모론 불쑥… 野, '진흙탕 전대' 조짐>, 동아일보 <"이준석 뒤에 유승민" "친박이 나경원 지원" … 계파싸움 도진 野>, 문화일보 <이준석 돌풍에 '계파싸움' 다시 꺼낸 국민의힘> 등이다.

호남지역과 청년세대를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 경선룰에 대한 지적도 지속되고 있다. 27일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은 <'이준석 바람' 짓밟는 '영남 꼰대' 국민의힘 선관위>에서 "청년·호남의 비중을 낮추면서 '영남 꼰대당'식 경선 룰을 밀어붙이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1차 경선을 좌우하는 당원 여론조사 대상인원 1000명 중 호남표로 20명(2%)을 배정했다. 국민의힘 당원 55%는 영남에 분포하고 있어 1000명 중 550명이 영남에 할당된다. 아울러 여론조사 구간을 40대 이하(27.4%), 50대(30.6%), 60대(42%) 등 3개 구간으로 쪼개 사실상 50대 이상이 결과를 좌우하게 했다.

강 논설위원은 "여론조사 경선룰로 보면 국민의힘은 노인·영남당임을 셀프 인증해버린 셈"이라며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 교체 실패는 참아도 당권을 신진 세력에게 넘겨주지는 못하게 하는 '그들만의 이해'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당내 기득권 세력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내용이 세대교체 돌풍에 대한 관심과 달리 비전이 흐릿하다는 비판과 함께 '이준석 돌풍'의 의미는 충분히 살리되 그가 앞세운 '할당제 폐기' 공약 등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한국일보는 사설 <흥행에도 비전은 흐릿한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당대표 후보자 비전발표회를 보면 당대표 후보자들이 당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에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썼다. 당 바깥 대선주자들에 대한 얘기와 대선 후보 경선방식 정도의 내용이 사실상 비전발표회의 전부였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저마다 대선 승리에 가장 필요한 당대표 후보임을 내세웠으나 국민의힘이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중도로 방향성을 잡고 극우 보수와 절연하며 정책적 내용을 채워 넣었으나 새 당대표는 어느 방향으로 당을 끌고 갈 것인지 다시 궁금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을 잡고자 한다면 그 권력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같은날 사설에서 "제1야당 전대의 신예돌풍이 정치세력 간 경쟁을 불러오는 '메기' 역할을 하기 바란다"면서도 "국민의힘 전대엔 이미 묵시할 수 없는 뇌관이 터졌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던진 '청년·여성 공천할당제 폐기' 공약은 정치를 한발씩 진척시켜온 숨구멍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정치문턱을 넘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제도는 더욱 늘려가야 한다"며 "청년과 여성을 정치에서 소외시키는 퇴행적 발상을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친문·비문 중심의 전당대회를 치른 더불어민주당이 돌풍을 동반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다. 한국일보는 27일 기사 <'이준석 바람' 지켜보는 민주당 마음, 이렇게나 복잡하다>에서 "민주당은 '이준석 바람'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뜰수록 국민의힘이 '쇄신'을 독점하게 되는 탓"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그렇다고 이 전 최고위원을 대놓고 견제하지 못한다. ①경력 부족을 지적했다간 '꼰대 정당'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고 ②젠더 인식이 편협하다고 비판하면 '이남자'(20대 남성)의 분노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전 최고위원을 칭찬해 '쇄신'을 나눠 갖자니 ③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이여자'(20대 여성)의 이탈이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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