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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김동연 '야권 잠룡설' 키우는 언론[비평] 여론조사 '보기 항목'에 넣어 '대선 블루칩' 칭송…"현직 감사원장이 대선 후보군? 전례 없는일"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6.03 17:5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현정부 전·현직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들에게 '대선 러브콜'을 보내자 언론이 여론조사를 통해 화답하는 모양새다. 두 인사는 대선 후보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았고, 특히 최 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현직 감사원장이라는 점에서 '보수 야권' 대선 후보군으로 조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뒤따른다. 

지난달 13일 MBN 의뢰로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최 원장 대선 후보 지지율은 1.1%로 집계됐다. MBN은 관련보도에서 "최 원장에 대한 지지도 1.1%로 집계됐는데, 50대에선 3.3%, 60대 이상에선 1.8%가 지지한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갤럽조사는 주관식으로, 응답이 1%를 넘기면 기재하기 때문에 갤럽이 최 원장을 보기항목에 넣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여타 국내조사와 차이가 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최재형 감사원장(왼쪽),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JTBC-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서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가 대선후보 여론조사군에 포함됐다. JTBC는 "보수 야권에서 '잠룡'으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각각 2.4%와 1%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지난달 26일 발표된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에서 최 원장은 2.7%, 김 전 부총리 0.4% 지지율이 나타났다. 데일리안은 기사를 통해 "야권 대권주자 중에서 윤 전 총장과 함께 장외 주자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지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썼다. 

지난 1일 아시아경제-윈지코리아 여론조사에서 최 원장은 2.8%, 김 전 부총리는 1.7%의 지지율을 얻었다. 아시아경제는 이날 기사<'대선 블루칩' 최재형·김동연 선전… 여권 지지받는 추미애>에서 "‘대선 블루칩’으로 떠오른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나름 선전했다"고 보도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p)

3일 일요신문-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 최 원장은 3.9%, 김 전 부총리는 1.7%의 지지율을 보였다. 일요신문은 이날 관련 기사의 제목을 <'대선후보 선호도' 최재형 3.9% 5위로 깜짝 데뷔>로 달았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에 언론 일각에서는 <최재형, 대선주자 선호도서 추미애·김동연·원희룡 제쳐>(시사포커스 6월 2일), <"가만히 있어도 2.8%"… 침묵 지키는 최재형, 속내는 정치?>(6월 1일 연합뉴스), <오늘 나온 여론조사 "최재형·김동연 지지도는?…윤석열 ,이재명에 오차범위 내 2승">(5월 24일 매일신문) 등의 보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문제는 두 인사가 대선후보 출마를 시사한 적 없음에도 국민의힘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로 언론이 이들을 '보수 야권 잠룡' 등으로 분류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총장 못지 않게 높은 수준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현직 감사원장에 대해 언론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오히려 그를 정치 한복판으로 소환했다.  

최 원장은 지난달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관련 입장은 나온 게 없다.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사실상 정치행보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감사원장의 '원론적인 답변'이라는 해석이 만만치 않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5일 기사 <최재형은 정치 언급 꺼리는데… 文견제 아이콘, 野 뜨거운 구애>에서 "주변 인사들도 최 원장의 정치 행보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감사원도 최 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원래 감사원에선 '여론조사에 최 원장까지는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13일 발표된 한국갤럽(MBN 의뢰)의 차기 대통령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최 원장이 후보군에 포함되자 감사원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며 "현직 감사원장이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찰력이 뛰어난 원로분이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한 뒤 "그러나 그분의 판단과 제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정치권 여러 곳에서 총선과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고사했다"고 덧붙였다. 

두 인사에게 '보수 야권 잠룡'과 같은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시점은 국민의힘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던 시기와 맞물린다. 사실상 야권 대선주자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최 원장이나 김 전 부총리 영입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기준으로 국민의힘 입당이 불투명할 뿐더러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윤 전 총장보다 두 인사가 야권 대선주자로서 더 적합하다는 당내 일각의 견해가 있었다. 또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린 국민의힘의 구애라는 분석이 있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 짙어졌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 전 부총리는 직을 그만뒀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현직 감사원장을 야권 후보로 분류하고, 본인의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런 여론조사를 돌리고 기사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도 여론조사 항목에서 빼달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부담되는 일이기 때문에 최 원장이 공직자로서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대선 블루칩', '선전' 등 두 인물의 지지율을 부각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1~2%가 어떻게 선전인가. 이 인사들의 주목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렇게 기사를 쓰면 안되는 것"이라며 "의미없는 수치다. 기사 제목만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많은 정치적 오해를 부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야당은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던 고위공직자들을 잠재적 후보군으로 세워 그들이 나오든 안나오든 대선에서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다"며 "언론이나 여론조사 기관은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치적 오해를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달까지 윤 전 총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한편으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연대, 대선행보 가속화 차원에서 두 인물을 많이 거론했다"며 "언론과 여론조사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실효성 있는 조사기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훈수와 노림수에 영향을 받은 상황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가십성 조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대선 블루칩', '선전'에 상응하는 지지율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여론조사 보기문항에 넣느냐 안넣느냐 행위 그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 경우를 보면 없던 여론도 높게 나오게 할 수 있다"며 "1~2% 지지율은 실효성 있는 분석이 나올만한 수치가 아니고,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가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아 폭발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언론이 어떻게 조명해주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보기항목에 계속 넣느냐에 따라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며 "반복적으로 계속 보기항목에 넣을 수 있는지 언론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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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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