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대한 반대를 명분으로 사퇴하면서 검찰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언론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조선·중앙·문화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윤 총장의 사퇴를 온전히 정부·여당 책임으로 돌리면서 그의 정치적 행보를 정당화하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5일 조선·중앙일보 지면 갈무리

5일 조선일보는 사설 <정권 불법 수사 尹 축출에 성공한 文, 법치와 정의는 패배했다>에서 "문 대통령이 정권 불법과 비리를 수사해온 눈엣가시 윤 총장 축출에 드디어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총장으로선 자신 때문에 검찰 전체가 허수아비 껍데기가 되는 사태를 감당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법치와 정의가 무너지면 결국 나라와 사회가 무너지게 된다. 국민이 돈과 지역 이익의 유혹에서 벗어나 바로 설 때만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사실상 이번 사태를 '선거'와 연결지었다.

중앙일보는 사설 <결국 임기 못 채우고 사퇴한 윤석열 검찰총장>에서 검찰 중립성 훼손의 책임을 온전이 정부·여당에 돌렸다. 중앙일보는 "2년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을 중도 하차시키려고 갖은 수를 동원한 청오대와 여당은 독재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썼다. 석간 문화일보는 4일 사설<검찰 해체 겁박해 尹총장을 사퇴로 내몬 與 법치농단>에서 윤 총장 사퇴를 "법치 시스템 파괴를 멈추거나 지연시켰으면 하는 고육책"으로 평했다.

관련 보도는 윤 총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전망하는 데 집중됐다. 조선일보는 <정권 비판하며 정치참여 첫발>, <윤석열, 재보선때 장외서 역할… 선거후 제3지대서 야권재편 모색>, <'그냥 있으면 고사' 판단, 지난주 사퇴 결심> 등의 보도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대선 1년 앞, 윤석열이 던졌다>, <'윤석열 방지법' 5일 전 비켜가고, 전날엔 대구 방문> 등을 보도했다.

여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와 중수청 신설을 무리하게 추진해 시기·내용적으로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이 의견제시와 조정에 나섰으면 될 일로, 검찰총장이 직을 던져 검찰 중립성을 해칠 일은 아니라는 비판이 진보·보수진영을 막론하고 나온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 <윤 총장 ‘정치적 사퇴’, 검찰 중립성에 상처>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정부와 극심하게 갈등하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정치를 위한 사퇴라는 점에서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고 총평했다.

한국일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비롯해 정권 관련 수사를 과하게 밀어붙일 때마다 윤 총장의 의도를 의심했던 일각의 시선을 사실로 만드는 꼴"이라며 "검찰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한다는 통상의 비판과는 다르지만,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무리하게 정권에 맞선 것이라면 그 역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사퇴한 윤석열, 정치권 진출은 ‘검찰 중립’ 부정이다>에서 "벌써부터 윤 총장의 대통령선거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검찰의 중립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권도 검찰의 의견까지 들어 충분한 검토를 거치겠다고 한 상황에서 총장이 사퇴까지 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검찰의 신뢰성에 치명타다. 수사·기소 분리를 떠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 <정치행보·조직 이기주의 논란 남기며 중도사퇴한 윤 총장>에서 "중수청에 반대하는 과정에서는 노골적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다. 대구의 검찰청을 찾아가 '고향에 온 듯하다'며 검사들에게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며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조직의 총수답지 않은 정치색 짙은 언동이었다"고 했다.

또 경향신문은 "윤 총장이 검사들 비리 의혹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오점"이라며 "검찰 지상주의자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조직의 이익만 앞세우는 데 급급해 국민 편익을 앞세우는 진짜 개혁에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고 했다.

정부·여당 검찰개혁을 비판해 온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사퇴 명분은 이해하기 어렵고, 검찰에서 더 할 일이 없다는 것도 핑계"라며 "윤 총장은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이고 정치검사다"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오늘 사퇴할 생각이었으면 어제 대구를 가서는 안 되었다. 대구 방문은 정치인이나 하는 짓이지 검찰총장이 할 짓은 아니다"라며 "대권에 도전하든 정치를 하든 윤 총장 개인의 뜻이겠지만 정치검사는 윤석열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더 이상 검찰을 욕되게 하지 마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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