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 대표단이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과 해직언론인들(최승호·박성제·박성호)을 만났다.

대표단은 MBC에서 벌어진 언론인 탄압과 방송 독립성·공정성 침해 사례들을 청취한 뒤, 장기적 과제로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이 있는 이사회의 선임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RSF 차원에서 MBC의 상황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도 모색,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여성 최초이자 이란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 RSF 명예 이사는 이날 상암 MBC미디어센터 11층에 위치한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을 방문, 공영방송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 해법으로 이사회 선임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 대표단이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과 해직언론인들을 만났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RSF 명예 이사와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이 조합원과 해직자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MBC본부 제공)

시린 에바디 이사는 “현재 MBC(방문진) 이사진 가운데 6명은 정부에서 선택된다고 들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 선임은 정치권이 아니라 MBC 내부 구성원들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해당 분야의 당사자인 언론인들에게 임원 선출권을 줘야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퇴진 투쟁이 단기적 해법이라면 이사 선임구조 개선이 장기적 과제라는 지적이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최근 프랑스에선 민영 언론사 소유주와 편집진 간의 편집권을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소유주가 언론사의 공정보도와 독립성을 강제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법이 생겼다. 나아가 소유주가 보도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까지 만들라고 적극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공정·독립 보도를 보장하는 윤리규정이나 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SF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 첫 번째 아시아 지국을 열었다. 타이베이 지국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예정이다. 시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국장은 이날 만남에서 “언론자유를 향한 언론인들의 투쟁은 국제적인 사안”이라며 “앞으로 언론노조 MBC본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MBC 내부의 언론인 탄압 사태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박성호 MBC 해직기자의 요구에 “국경없는기자회는 MBC 기자분들의 문제가 국제적으로 관심 갖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파리에 돌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RSF 명예 이사가 20일 상암 MBC미디어센터 언론노조MBC본부 사무실에서 '김장겸·고영주 OUT'이란 문구가 적힌 펫말을 보고 있다. 이날 시린 에바디 이사는 MBC 노조 탄압 사태의 장기적 해법으로, 이사진 선임 때 구성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이날 시린 에바디 이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비판했던 MBC 보도에 대해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환경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볼 때마다 한국의 기자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은 당연했고, 언론인으로서 표현했어야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린 에바디 이사는 “4대강 사업은 지금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언론인들은 특정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이익을 대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저와 같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것을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여러분 들을 잘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RSF대표단에게 MBC에서 벌어진 노동탄압과 이에 대한 투쟁의 역사를 설명한 뒤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이 힘을 모아 이 같은 언론탄압 상황을 반드시 끝내겠다”고 밝혔다.

박성호 해직기자는 MBC에서 해직된 후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언급하며 “MBC사장과 경영진이 하루빨리 물러나야 이용마 기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MBC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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