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아직도 해직돼 거리를 떠돌고 있는 언론인들이 많다. 그들이 언론 현장에 복귀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 언론이 개혁될 수 있도록 ‘국경 없는 기자회’가 동참해달라”

[미디어스=이준상 기자] 한국기자협회 김주언 고문은 19일 한국기자협회와 국제언론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공동 주최한 ‘탈진실 시대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RSF 명예 이사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 류 샤오보와 함께 중국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우얼 카이시 RSF 명예 이사가 참여했다. 김 고문은 한국 대표로 참석, ‘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을 주제로 발표했고, 사회는 박성호 MBC 해직기자가 맡았다.

한국기자협회가 국경없는기자회(RSF)와 공동으로 19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탈진실 시대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1986년 9월 당시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주언 고문은 월간지 <말> 특집호에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제 실상을 폭로한 일명 ‘보도지침 사건’의 당사자였다. 당시 정권은 국가보안법 위반, 외교상 기밀 누설, 국가 모독 등을 이유로 김 고문을 구속했지만 1987년 6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국제인권운동단체인 국제엠네스티 등은 한국정부에 서한을 보내 김 고문의 구속에 대해 항의했다.

김 고문은 “30년 전 감옥에 있을 당시 RSF는 없었지만 국제엠네스티나 미국 언론인보호위원회 쪽에서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항의서한을 보낸 끝에 1심에서 풀려나올 수 있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RSF와 한국기자협회가 제도적 틀을 마련해서 연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자유지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추락..."문재인 대통령에 희망 갖는다"

국제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70위까지 추락했다가 올해 63위로 소폭 상승했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서 보인 언론의 비판 기능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당시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30위였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30위였지만 지난해 70위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지난 정권 당시 상황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이번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였고 언론을 위해 애썼다는 점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최근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가보안법과 명예훼손죄 등 언론 관련 법을 개혁해달라고 했고, 언론등록을 어렵게 만든 법들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청했다”며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SF대표단 "최근 사망한 류샤오보 위해 한국 정부도 나서야"

이날 세미나에는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와 중국정부에 의해 가택 연금된 그의 아내에 대한 한국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우얼 카이시 RSF 명예 이사는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가 가석방돼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지만 당시 류샤오보는 암 말기였다. 류사오보는 중국 정부에 의해 암살된 것”이라며 “우리는 류샤오보를 구조하는데 실패했다. 향후 우리가 류샤오보의 아내를 구하는 데 실패한다면 류샤오보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책임이 있다.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 정부의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오른쪽)가 지난 15일 랴오닝성 다롄 앞바다에 남편의 유골함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선양|A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류샤오보의 죽음을 언급하면서 “지난 10년간 전 세계 800여명의 기자들이 언론활동을 하다가 사망했다. 언론자유와 언론인들을 보호하는데 한국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RSF 명예 이사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지식이 많을 것”이라며 “인권에 대한 의무는 자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세미나 참가자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짜뉴스(Fake News)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팩트체킹(Fact Checking) 전담반을 만들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활동을 벌이고, 원칙적으로 국민들에게 미디어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올 9월쯤 양질의 저널리즘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린 에바디 명예 이사는 “경력이 오래되고 유명한 언론인들이라도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며 “팩트체크와 미디어교육도 중요하지만 언론인들에 대한 직업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RSF대표단은 오는 20일 오전 10시30분 상암 MBC미디어센터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기자협회 등을 면담, 지난 9년간 MBC에서 벌어진 부당 징계와 노동 탄압,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침해 사례를 청취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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