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 지부(대전MBC지부)가 이진숙 사장이 취임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전MBC의 보도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지연·축소 보도를 했고, 지역 방송의 역할을 망각한 방송 사유화 사태가 벌어졌으며 민감한 이슈들은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전MBC지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 3년간의 대전MBC 보도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대전MBC지부 민실위가 보고서를 낸 것은 대전MBC가 창립된 이후 처음이다. 대전MBC지부는 “지난 3년여 묻혀있던 자성의 목소리를 담았다”며 “대전MBC가 지역의 감시자·대변자로서 제 역할을 되찾으려면 철저한 반성과 사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MBC지부가 지난 5월 이진숙 대전MBC 사장과 최혁재 보도국장에 대한 퇴진 촉구 피케팅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MBC지부 제공)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대전MBC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지역 촛불집회를 지연 보도하거나 축소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MBC는 대전에서 열린 첫 대규모 촛불집회를 상대 방송사(KBS대전, TJB) 보다 하루 늦게 지연 보도했고, 주말 촛불집회 예고 기사를 기자가 송고했음에도 삭제했다가 뒤늦게 편성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데스크는 리포트에서 촛불집회 참가한 고교생 인터뷰를 제외하도록 지시했고 지역에서 일정도 없는 태극기 집회를 반드시 촛불집회 기사에 포함시키도록 종용했다.

민실위는 2015년 3월 이진숙 사장 부임 이후 대전MBC 뉴스가 지역 방송의 역할을 망각하고 사장의 개인 친분관계에 따른 보도가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2015년 5월 메르스로 국가적인 비상상황인 당시에 보도국장이자 앵커인 최혁재 국장은 이라크 외무장관을 직접 만나 대담을 진행했고, 이진숙 사장은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성과는 전혀 연관 없이 이진숙 사장 개인의 친분관계에 의한 인터뷰어들이 출연하고, 이 사장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것을 뉴스에 두 번씩이나 인터뷰로 넣어 방송했다.

또한 민살위는 대전MBC에서 ‘중동뉴스’가 수시로 전파를 타는 사이 지역에서 발생한 노동계의 민감한 이슈들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최혁재 보도국장은 취재부터 출고까지 끝난 갑을오토텍 폭력사태와 노사갈등 아이템을 결방시켰다. 또한 주간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 시민, 사회단체, 환경단체 패널 섭외를 제한하고 섭외된 패널까지도 바꾸도록 제작자에게 압력을 가했다.

민실위는 보고서에서 “시청자가 최우선이 아닌 사장이 최우선인 방송이 대전 MBC뉴스의 지난 3년여의 현실”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최혁재 보도국장 등 호가호위한 부역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대전MBC 뉴스는 기로에 서 있다. 처절하고 용기 있게 반성하고 지역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변화의 진정성이 확보된다”며 “앞으로 과오를 되풀이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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