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I가 2017년도 미래창조과학부 예산심의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은 지능정보기술에 최적화된 연구수행을 한다는 목적으로 삼성, LG전자, SKT,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7개 대기업이 각각 30억 원씩 총 21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형 '민간'연구소다. 그런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인력 지원, 사업 몰아주기 등의 특혜를 주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실은 '관제특혜연구소'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IT계의 미르재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능정보기술개발연구원(AIRI) 홈페이지 화면.

25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진 의원은 "AIRI는 소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갑자기 불어 닥친 열풍에 의해 대통령의 지시로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있다"고 운을 뗐다. 고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 해명자료를 보니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했다고 돼 있던데, 민관합동간담회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시작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고용진 의원은 "저는 이것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든, 사전에 미래부에서 기업들하고 논의를 했든, 공무원들이 의식을 갖고 기획을 했든 좋다고 본다"면서 "그러면 기획 준비가 잘 돼야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의아한 것이 1월에 그런 논의를 했다고 하는데, 관련 기록을 하나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부에 자료요청을 해도 지난 1월부터 AIRI 설립에 관한 회의록은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진 의원은 "AIRI는 기업으로부터 일률적으로 210억 원을 걷었고, 5년간 750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준비한 서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묻자, 최양희 장관은 "내용상 추측하건데 자신들이 사용할 연구비를 모아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양희 장관의 답변에 고용진 의원은 "그것이 말이 되느냐"며 "여러 사업계획의 정당성을 강조하시다보니 미리 준비는 했는데, 내놓을 것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기업에서 출자한 돈은 그렇다 쳐도 국민 세금 150억 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고용진 의원은 "올해 3월 17일에 보고해서 만들어진 AIRI의 현재 직원 수는 10여 명이라고 한다"며 "10월이 다 갔고, 올해가 3개월 남았는데, 미래부는 150억 원을 10명짜리 연구소에 넣어야 겠다는 겟이냐"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게다가 계속 사업으로 750억 원을 5년 간 지원하겠다는 것은 자립기반 만들어질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3월에 보고한 기록만 있고, 직원도 별로 없고, 정상적이라고 보여지지 않는 정책지정을 통해 150억 원을 배정하고, 내년에도 계속하겠다는 것이냐"고 밝혔다.

고용진 의원은 "국가 개발 연구개발 6조에 보면 정책 지정 요건이 있는데, 3가지 요건 중 중앙행정기관장이 경쟁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하는 사안에 해당이 된다고 했는데 이미 그 관련 분야는 각 기업들이 하고 있는 분야"라고 지적하면서 "그 기술은 경쟁적 발전을 위한 분야 아니냐"고 물었다.

고용진 의원은 "취지가 좋아도 예산 불용이나, 허투루 쓰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AIRI는 취지는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졸속으로 150억 원을 지원한 것은 명백한 편법이고,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공모절차로 공정하게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양희 장관은 "민간기업들과 협의를 비공식적으로 해서 현재까지 설립 절차를 이어왔다"며 "결국 최종수요처는 기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투자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기업에 투자를 제안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최양희 장관은 "하루가 시급한 가운데 정책지정 방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다양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검토해서 적절한 방식을 채택하려고 했다"고 해명하면서 "올해 시작해서 연구진행을 시키고 내년 예산도 확보를 하려고 한다. 국가 경쟁력 성장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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