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예산 중 매년 150억 원씩 향후 5년간 750억 원의 과제를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 지원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플래그쉽 프로젝트 예산 중 AIRI에 지원해 주기로 하고 남겨둔 예산은 '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30억 원, 'IT·SW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90억 원, '첨단융·복합콘텐츠기술개발사업' 30억 원 등으로 AIRI 1개 사업과 같은 금액이다. 따라서 미래부가 AIRI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IRI는 지능정보기술에 최적화된 연구수행을 한다는 목적으로 7개 대기업으로 부터 각 30억 원씩, 210억 원을 출자 받아 설립된 주식회사형 민간연구소다. 그러나 미래부 직원 파견, 정부 과제 몰아주기 등으로 순수한 민간연구소가 아닌 '관제특혜연구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 AIRI. (사진=지능정보기술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월 29일 김진형 AIRI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부의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AIRI 홈페이지의 연구소 소개에는 '연구소 운영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에서 국책과제로 지원 약속', 운영방침에는 '정부 플래그십 과제-5년간 매년 150억 원 예산의 과제'가 명시돼 있다. 지난 11일 연구소 개원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작성한 '모시는 글'에는 '정부에서 향후 5년간 초기 연구비를 제공해 민간주도 연구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한다'고 돼 있었다. 민간연구소에 정부가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지정 요건도 못 갖췄는데

미래부는 정책지정을 통해 정부과제수행자로 AIRI를 선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일방적인 특혜라는 목소리가 높다. 원래 정부 R&D사업 과제 수행을 위한 정책지정은 공고할 필요가 없고, '공고'한다면 반드시 지정공모나 자유공모를 통해 선정해야 한다. 미래부가 AIRI에 정부과제를 주고자 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 과제 역시 2016년도 예산사업설명서에 모두 공고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과제공모형태별 투자 비중을 지정공모 또는 자유공모 한다고 돼있다. 미래부가 일반적인 과제 선정 및 예산집행 일정과는 맞지 않게 10월 중 신규 사업 수행자로 AIRI를 정책지정으로 선정하고 일방적 지원을 약속한 것은 편법이라는 얘기다.

정부과제수행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AIRI의 경우에는 과학기술기본법 7조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를 거쳐 과제 선정 및 과제수행자로 선정돼야 한다. 그런데 연구개발과제를 선정할 때 미래부 장관은 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1항에 따라, 미리 연구개발과제 평가단을 구성·운영해 선정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함에도, AIRI에 대해서만큼은 일방적으로 과제를 '수여'하는 절차 위반을 저질렀다.

AIRI가 정책지정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등에 과한 규정 제6조 1항 3호'에 근거해 플래그십 프로젝트 과제 중 일부를 AIRI에 정책지정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규정의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다. 해당 규정에서는 엄격한 요건에 해당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정책지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과제 선정 방법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장관의 자의적 정책지정을 막기 위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정책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주도가 불가피한 경우 ▲경쟁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등 2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 요건부터 AIRI는 갖추지 못했다. 미래부는 AIRI를 민간 기업이 필요로 해 자발적으로 만든 연구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가주도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가 주도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과제라면, 이제 겨우 10여 명의 연구원을 모집해 출범한지 2개월 된 민간연구소에 정책지정을 한다는 것 또한 의구심이 든다.

경쟁 필요성 여부도 애매하다. 인공지능 연구와 관련해 이미 ETRI, KAIST,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네이버, 다음카카오, SK텔레콤, (주)솔트룩스 등 국책연구기관, 대한 및 기업 연구소에서 이미 연구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동안 AI연구와 관련된 정부과제를 공동 또는 단독으로 수행해 왔다.

기존 정부과제수행자 희생돼

미래부는 AIRI에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확정된 과제수행자를 배제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2월 과제평가위원회를 열어 2개 과제에 대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과제수행협약을 해약하고 과제 자체를 폐기했다.

미래부가 폐기한 2개 과제는 10년짜리 '계속사업'으로, 과제수행기간 10년 중 겨우 2~3년이 된 시점에서 실적을 빌미로 협약을 해약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제수행 협약을 해약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관리규정 제25조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데, 엄정한 해약 해당사항 없이 계속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미래부의 이러한 행태가 AIRI에 일감을 주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미래부는 AIRI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과제수행자를 희생시킨 셈이 된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미래부가 정책지정으로 AIRI를 정부과제수행자로 선정하는 것은 미래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위배되는 것이고, 정책지정을 통해 AIRI에 미래부 과제를 수여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미래부가 AIRI에 먹거리 일감을 주기 위해 근거가 되지 않는 정책지정이라는 편법을 동원한다면, 국회는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특정인 또는 특정기업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책임을 물어 업무상배임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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