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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에릭, "있던 거야"가 뭐라고 이렇게 설레나[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5.18 11:01

최근의 멜로라면 당연히 <태양의 후예>였다. 사람마다 그 이유가 송중기거나 송혜교 혹은 진구와 김지원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대사의 감칠맛에 중독된 때문이었다. 그만큼 내게 있어 드라마의 대사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다시 열심을 갖고 보는 멜로드라마 <또 오해영> 역시도 서현진의 매력에 탐닉하면서도 내심 명대사가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스타일이 다른 탓인지 <태양의 후예>처럼 근사한 명대사는 잘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유시진 대위 신드롬을 만든 고당도 대사는 전혀 없다. 하긴 유시진과 박도경은 캐릭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대사를 쓸 수 없기도 하다. 남들은 어떻게든 피하고자 하는 불행을 자진해서 맞고 싶은 남자 박도경이 작업 멘트를 날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렇다고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없는데, 그런 박도경을 위한 비상구는 바로 요즘 유행하는 츤데레였다. 이를 테면 이쁜 오해영이 찾아온 박도경의 집에 짱돌을 던지고 도망간 그냥 오해영에게 문자를 보내 ‘들어와 자’라고 한다든가, 생일을 맞은 오해영에게 오르골을 주면서 굳이 “있던 거야”라고 하는 등의 말투다.

그런데 박도경의 츤데레 대사는 묘하게도 네 글자 운율을 맞추고 있어 흥미롭다. 작가가 의식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후에도 “건너갈게” “시끄럽다” 등의 대사가 이어졌다. 특히 “있던 거야”는 한 번 더 등장하는데 진짜로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오해영을 살뜰하게 위하는 마음을 아는 시청자에게는 유시진의 유려한 말만큼이나 심쿵하게 하는 마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에릭이 네 글자로 말하면 심쿵하는 조건반사를 보이지 않을까 모를 일이다. 이것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작가의 설계라면 참 대단한 일이다. 어쨌든 생각을 머리가 아니라 입으로 하는 오해영과 최대한 말을 적게 하려는 박도경은 점점 어울림이 커져가는 것은 분명하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런 한편 이쁜 오해영이 결혼식 날 사라진 이유가 밝혀졌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박도경의 엄마 때문이었다. 그 부분에서 멜로가 막장으로 빠질 뻔한 위험도 있었는데 아무튼 처음부터 위험해 보이던 박도경의 엄마가 이 모든 사단의 발단이었다. 이쯤 되면 부모가 아니라 원수라고 해도 좋을 법 한데, 과연 이 엄마의 원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하다.

대신 한 명의 박도경과 두 명의 오해영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아직 박도경은 이쁜 오해영에게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어. 죽을병에 걸려서 정 떼려고 그랬던 거다”라며 완고한 벽을 쌓고 있지만 자기 엄마가 한 행위를 알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옆집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벚꽃이 날리는 골목길이 지랄맞게 아름다워지는 오해영을 기다리고 있는 잔인한 미래는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일단은 이 삼각관계를 견디는 것이 너무도 힘겨워 보인다. 사랑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옆집에 있어만 줘도 좋다는 이 오해영이, 이 짠내 나는 서른두 살의 오해영이 참 걱정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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