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이후 가장 관심을 끄는 드라마는 tvN의 <또! 오해영>이다. 드라마에 대해서 따지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이유는 이 드라마에 서현진이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서현진이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현진은 1,2회를 통해서 그 기대에 배신 없는 연기로 보답하고 있다.

서현진과 로코. 어쩌면 잘 맞지 않는 코드의 결합일 수도 있다. 서현진은 흔한 로코 주인공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호감을 갖고 봐도 서현진은 보통의 로코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예쁜 배우라고는 할 수 없다. 여배우는 무조건 예쁘고 봐야 한다는 편견을 깬 서현진의 비결은 단순명료하다. 바로 연기력이다.

tvN 새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다른 나라 배우들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여배우들은 정말 예쁘다. 그 여배우들 중에서도 로코의 주인공은 고르고 골라 선발되었다. 그러나 향기 없이 아름다운 꽃이 주는 실망감처럼, 그간 미모를 앞세운 여배우들의 발연기에 얼마나 많은 실망과 피곤함을 겪었던가. 반면 서현진은 외모가 절반은 해줘야 할 로코를 연기력만으로 다 해버렸다.

참 신기한 것이 <또 오해영>을 예로 들면 서현진은 적어도 150% 이상의 오버 연기를 보이고 있다. 자양강장제를 원샷하겠다고 하다가 뒤로 자빠져서 팔이 부러진다든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고는 그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치마가 자전거에 속을 다 드러내고 동네 웃음거리가 되는 등의 설정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tvN 새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그 밖에도 서현진과 부딪히는 모든 사람들. 엄마, 직장상사, 친구들 심지어 우연히 자주 만나게 되는 에릭까지 서현진은 비현실적인 쿨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 케미가 살고, 현실적인 공감을 준다는 것이 놀랍다. 이건 흔한 여배우의 망가짐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서현진이 자신의 캐릭터, 자신의 역할, 자신의 대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혼신의 연기의 결과는 공감이다. 결혼식 전날 파혼을 선고 받은 여자와 결혼식 당일 신부가 사라져버린 남자의 만남. 이 백퍼센트 거짓말인 관계마저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믿게 되는 것은 순전히 서현진에게 홀렸기 때문이다. 서현진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렸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케 하는 감정 노예로 만들었다.

tvN 새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드라마가 작가 놀음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설이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 <또 오해영>만은 서현진 놀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서현진의 그냥 오해영 연기는 완벽하다. 인물 간의 갈등, 사건의 전개 다 제쳐놓고 서현진의 연기만 봐도 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 이 드라마를 단짠 로코라고 했다. 달콤하고 짠하단 뜻이지만 은근히 중의적 표현이 숨어있다. 달고 짜다는 것이다. 달고 짠 맛은 몸에는 좋지 않지만 먹기에는 이만큼 중독성 강한 것이 없다. 단맛짠맛 다 동원한 <또 오해영> 때문에 한동안은 멀리 했던 로코에 파묻혀 얼떨떨하게 보낼 것 같다. 전부 서현진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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