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쿡방 신드롬 속에서 파생된 다른 하나의 트렌드는 집밥이었다. 그런데 이 트렌드는 잘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식당밥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밥의 유행으로 조금은 반전될 수 있었겠지만 결국엔 다시 식당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식당밥의 매력 단맛과 짠맛의 강력한 유혹 때문이다. 단맛과 짠맛은 최고의 단짝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달콤하기만 한 연애가 어디 있으며, 눈물 없는 사랑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달고 짠맛으로 버무려져 맛있는 연애가 되는 법 아니겠는가. 오해영 역시 그렇다. 아니 오해영은 특히 더 그렇다. <또 오해영>이 빠른 속도로 공감을 얻어가는 것은 바로 서현진 표 로코의 특징인 단짠의 황금비율 때문일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서현진의 오해영은 미치도록 짠하다. 그런가 하면 믿을 수 없도록 달콤하기도 하다. 그 거침없는 단짠 웨이브에 옆집남자 에릭도 아주 빨리 “그만 불행하고 이제 같이 행복하자”는 자기 암시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영이 그리 빨리 행복해질 수는 없다. 오해영과 박도경 사이에는 너무도 큰 난관이 겹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옆집남자가 된 박도경에게 마음이 가는 오해영이지만, 조금 뭔가 되려고 할 찰나에 이쁜 오해영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결혼 전날 차인 이유가 박도경이라는 사실 또한 그냥 오해영의 사랑을 시험에 빠뜨릴 결정적 복선들이다. 결국 <또 오해영>이 다른 로코들과 달리 시청자 마음을 파고든 요소는 단 것과 짠 것 중에서도 짠 것이 더욱 강하다는 점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보통의 로코라면 선망의 대상이 될 여주인공이 <또 오해영>에서는 공감의 이웃이 되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과 감정이입은 당연하겠지만 선망과 공감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 공감은 로코와는 조금 어색한 생활연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열심히 연기한 서현진에게 당연히 공로를 돌려야 한다.

많이 과장된 오해영 대리의 좌충우돌 생활기는 문득 시청자의 은밀한 이불킥 기억들과 공유된다. 꼭 이름이 같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지독하게 비교당하고 그로 인해서 콤플렉스와 우울을 겪었던 기억쯤은 갖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잘 나지 못한 다른 오해영들에게 말이다. 그래서 오해영의 말도 되지 않는 활약들에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도 왠지 속으로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또 오해영> 5회는 오해영의 고교시절 악몽이 다시 현실이 되는 불안감과 동시에 연이어 등장하는 도움닫기 포옹처럼 오해영이 박도경에게 빠져드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한강변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을 때 박도경이 “먹는 거 예쁜데”라고 한 심쿵대사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결국 오해영은 자신이 박도경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한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슬퍼진다. 그 심정도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것만 같다. 그리고 오해영에게 변화가 생겼다. 평소 일이 끝나도 어떻게든 술자리를 갖고 밤늦게야 귀가하던 오해영이 해도 떨어지기 전에 집에 온 것이다. 그렇지만 옆집으로 통하는 문에는 여전히 검은 진열장이 가로막고 있고, 옆집남자 역시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빈집을 향해 오해영은 넋두리를 하는데, 그것이 참 가슴을 찢는다.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 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는다. 그리고 다음 말도 가슴을 찢는다. “해도 안 졌는데 어떻게 할 거야, 이거~”라고 한다. 참 푸념마저도 오해영답게 웃기게도 하는데 차마 웃을 수 없다. 설혹 웃었더라도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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