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직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 허원제 위원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방통위 상임위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입후보하려는 공무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때 그 직을 사임한 것으로 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법원에 허 위원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은 물론 허 위원이 의결에 참여한 방송통신 정책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은 24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허원제 위원은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기 전까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도식 공보팀장 또한 “허원제 위원은 월요일(28일)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방통위는 28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과 ‘신규 라디오 방송국 허가 심사 결과’ 등을 의결하기로 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가 라디오 방송사 허가는 물론 지상파 방송 정책에 관여하는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허원제 위원이 ‘사표 수리 전까지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데 있다. 28일 회의 안건에는 애초 최성준 위원장 등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연내 처리’ 의지를 밝힌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이 빠져 있으나, 28일 오전 상임위원 간 논의 결과 당일 의결안건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고삼석 위원은 “28일 오전 한 차례 더 논의해 당일 오후 아니면 31일 전체회의 때 상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통위가 지난 10월 행정예고한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객관성 심의 결과와 선거방송 심의 결과를 ‘감점’으로 현행 규칙에 비해 2배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언론 통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6명, 3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라 정부여당에 의한 ‘표적 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수신문 또한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결정에 허원제 위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금지행위 관련 조항이 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입후보’와 관련,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소속기관의 장이나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선거법에 따르면, 허원제 위원은 방통위 상임위원 직을 그만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4일 사의를 표명했고, 방통위가 사직서를 인사혁신처에 전달한 날짜도 21일 전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설치법만 따져보더라도 허원제 위원은 상임위원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총선 출마’와 ‘정견 발표’라는 정치활동을 했다.

허원제 위원은 그러나 별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최성준 위원장은 미디어스에 “아직 퇴임하지 않았으므로 상임위원으로서 의결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상권 운영지원과장 또한 “허원제 위원의 사직서를 인사처에 제출했고,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기 전까지 허원제 위원은 상임위원 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25일 법원에 ‘허원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허원제 상임위원은 지난 12월21일 내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여전히 방송․통신 정책을 결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정치활동 금지 조항에 저촉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방통위 설치법은 상임위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 공직선거법 또한 사직서를 내면 공직선거법은 사직서를 제출한 순간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 허원제 위원이 의결에 참여하려는 것은 선거방송에 대한 규제 강화가 포함된 ‘방송평가 규칙 개정’이다. 허 위원은 의결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결 무효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