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막말로 논란의 대상이 된 고영주 이사장 ‘해임’을 놓고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과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충돌했다. ‘여권 몫’으로 임명된 고영주 이사장을 두고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임명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미 임명된 사람의 사퇴를 현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고영주 이사장 본인 스스로 ‘방송 전문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겸손한 답변”이라고 두둔했다.
8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최근 전직 대통령들을 ‘공산주의자’ 등으로 호명해 논란을 빚은 MBC대주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해임’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핵심은 △방통위가 해임권을 가지고 있느냐, △(해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이 해임될 사유인가로 좁혀졌다. 야당 추천 김재홍·고삼석 위원은 임명권에는 해임권이 포함돼 있는 만큼 방송전문성이 없고 극우 성향 고영주 이사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 추천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허원제·이기주 위원은 언론사 관련 정부의 해임권 발동은 신중해야할 뿐 아니라,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신념을 이야기한 것으로 방문진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모든 언론의 관심과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며 “방통위원 개인자격으로 그를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고영주 이사장 망언의 평가는 충분히 일간지 등 언론매체를 통해 끝났다”며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빨갱이로 낙인찍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거나 누가 이런 인사를 임명했는지 책임에 대한 내용이 사설에 실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고영주 이사장 망언의 가장 큰 책임은 방통위에 있다”며 “잘못에 대해 (방통위가)사과해야한다. 고영주 이사장의 경우, 합리적 이상이 없다는 점에서 해임 또는 자진사퇴가 마땅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해임여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영주 이사장을 계기로 인사시스템에 대한 재점검 및 (임명된 자에 대한)관리감독 강화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해임’ 관련 규정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012년 대법원은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무효 소송에서, 해임은 무효라고 결정했지만 ‘해임권은 임명권에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방문진 이사 해임권 또한 임명권자인 방통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 “임명 잘못 주장 동의 못해…이미 선임된 인사 해임 논의 부적절”
하지만 곧바로 반론이 제기됐다. 정부여당 추천 이기주 상임위원은 “고영주 이사장의 과거 경력이나 발언 내용을 두고 사퇴 이야기를 현 시점에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영주 임명 과정에서 협의나 임명이 잘못됐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해임 또한 징계의 일환인데 <방송문화진흥회법>을 보면 결격사유 외에 해임 규정이 전무하다. 적어도 방통위 안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방문진 취지와 역할, 업무, 설립취지 관련한 것이 아니라 (정치관 등에 대해)다른 생각을 이야기했다는 것으로 방문진 업무를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이사장은)회의를 주재하고 대표하는 기능을 가진다. 사회현상의 생각을 문제 삼아 해임의 사유로 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방송 전문성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 그렇게 답했지만 경우에 따라 겸손하게 이야기한 것이다. 방문진 감사를 3년하면서 경험한 것이 있다”고 두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이어졌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대법원 판례까지 부정하면 안 된다. 법적 근거가 충분한 만큼 공영방송이 공안방송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성준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이 나온 만큼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회의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