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 PD가 외주제작사 독립PD A씨를 폭행해 안면골절상을 입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가 내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폭행사건은 명백한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것일 뿐 아니라, 비단 특정 방송사에서만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다. 특히, 독립PD들의 1인시위에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MBN의 태도야 말로 ‘갑의 횡포’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3일 <독립PD 폭행사건, 수탈적 갑을구조가 원인이다>라는 성명을 통해 “두 사람(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프로그램 만드는 것이 좋아서 진실을 밝히고 정론 보도를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기에 방송 업무에 몸을 담았다”며 “그런데, 어쩌다보니 한쪽은 정규직 노동자로 다른 쪽은 비정규노동자로 일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외주제작사 독립PD, MBN PD에게 맞아 ‘안면골절’)

▲ 7월 24일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독립PD협회 이동기 회장과 언론노조 조성래 사무처장이 MBN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한국독립PD협회)
언론노조는 MBN 측의 개인 간의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술에 취해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치부하기에 좁은 사무실에 일감을 쌓아놓고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반박한 뒤 “이번 폭행 사태의 이면에 방송 산업 내 수탈적인 갑을구조와 기형적인 프로그램 제작비로 발생한 열악한 제작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구조를 바꿔내지 않고 방송의 공적역할과 공공성을 외칠 수만은 없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참여한 노동자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폭행 사건을 사회 공론화시킨 한국독립PD협회 그리고 한국PD연합회와 함께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언론노조는 미디어업종 전반에 대한 외주정책의 문제와 비현실적인 제작비 문제 등에 대해 실태조사 및 정책토론회, 캠페인, 노동인권 세우기 교육사업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 또한 <MBN은 독립PD들에게 사죄하라> 성명을 내어 “폭행사건도 충격적이지만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바로 가해자인 MBN의 무책임한 대응”이라면서 “MBN은 이 사건을 ‘술자리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고 있다. 당사자 간에 합의를 본 일이니 1개월 정직처분이면 충분하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MBN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독립PD협회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연대는 “MBN 폭행사건 뿐 아니라, 그 처리 과정에서도 갑의 횡포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적 동반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PD협회의 힘찬 투쟁이야말로 방송시장의 종속적 갑을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지지의 뜻을 보냈다.

이보다 앞서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은 22일 <MBN PD의 폭행을 규탄한다!> 성명을 통해 “깊게 자리 잡은 갑을관계의 극복 없이는 한국의 방송문화가 한 걸음도 진전 할 수 없고, 방송발전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며 “독립PD협회와 함께 폭행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MBN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정밀한 진상조사를 통해서 외주 관련 프로그램 제작과 시사시 이루어지는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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