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의 PD가 외주제작사 독립PD A씨를 술자리에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당한 A씨는 안면이 골절돼 수술까지 받았고,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독립PD들은 이 같은 사건은 비단 한 종편사만의 문제가 아닌 방송사라는 거대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사)한국독립PD협회(회장 이동기)와 한국PD연합회(회장 박건식)는 15일 MBN 앞에서 <종편채널 MBN의 독립PD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협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따르면, MBN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모 프로덕션소속 독립피디 A씨는 지난달 24일 신규 프로그램 인트로 영상을 MBN 관리자와 함께 시사한 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독립PD들은 심각한 폭행을 저지른 이후에도 MBN 담당 PD가 시사회 등 프로그램 제작을 계속했다며,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립PD들 “MBN 사장의 공개적인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있어야”

(사)한국독립PD협회 이동기 회장은 “이번 폭행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독립PD들은 MBN 사장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 (사)한국독립PD협회(회장 이동기)는 15일 MBN 앞에서 <종편채널 MBN의 독립PD 폭행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미디어스

이동기 회장은 “방송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독립PD들에게 본 폭행사건은 단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며 “비현실적인 제작비와 열악한 제작 현실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프로그램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독립PD에 대해 이토록 처참한 폭행까지 발생한 현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의 횡포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보도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거대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및 독립PD 간의 종속적이고 착취적인 관계에 대해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현실 또한 절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기 회장은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수직적 외주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로 인해 상호협력적 동반관계와 상생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관계설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사)한국독립PD협회 복진오 권익위원장은 “본인 역시 MBN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그 속에서 PD들이 어떻게 잘려나갔는지 협찬금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라며 “대화를 거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MBN 측이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한 협회 차원의 공문에 답을 하지 않으면서 독립PD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안주식 PD협회장은 “한국PD연합회 회원이기도 한 독립PD나 외주PD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주식 회장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외주화 및 비정규직의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험하고 힘든 일들이 외주나 독립PD들에게 맡겨지고 그러면서도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하대하는 PD사회, 방송계의 문제”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KBS 안주식 PD협회장은 “단순히 하나의 폭행사건이 아니라 방송계 전반의 인력구조 그리고 독립PD와 외주PD를 대하는 태도 등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며 MBN에도 “단순히 술 먹다가 벌어진 일로 보지 말고 원칙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한국독립PD협회 한 회원이기도 한 진모영 PD는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들과 일을 하면서 무수히 들었던 언어폭력과 모멸감이 떠올랐는데 동료PD가 폭력을 당했다고 하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며 “MBN은 결코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 징계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미 독립PD는 “대한민국 안에서 PD일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선영 PD는 “이번 사건은 술자리 폭행사건 이후 다시 시사를 한 엽기적인 사건”이라며 “피해 독립PD가 안면골절에 정신적인 충격인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이어, “MBN은 독립제작사와 독립PD들과의 식사 및 술자리 등에 대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공개적인 선언을 통해 약속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독립PD들은 향후, 지속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MBN, “폭행사건 유감…정직1개월은 해고 전 단계의 중징계”

MBN은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가해 PD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특별 교육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독립PD들은 ‘MBN 사장의 공개적인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MBN 홍보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해당 PD에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직 1개월이라고 하면 경징계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해고 바로 전 단계의 중징계에 해당한다”면서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폭행사건이고 당사자 간 민형사상 합의가 된 문제라는 점에서 회사 차원의 별도 입장을 발표하기 어렵다. 이런 입장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MBN과 독립PD들은 협업의 관계이고 그 동안 그런 관계 속에서 일을 해왔다. 갑을관계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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