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문화연대 집행위원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문화연대 집행위회의가 열린다. 이때 집행위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그주 현안과 사업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김상철은 문화연대 집행위원지만, 요즘 그는 그 직함보다 책 복이 있는 사람으로 불린다. 간간히 문화연대에서 집행위원과 활동가들끼리 책 나눔을 한다. 그때마다 우연찮게 김상철이 온다. 일부러 의도한 것도 아닌데 그가 올 때마다 책을 준다. 문화연대 활동가들은 김상철이 책을 받으러 왔다고 놀린다. 사실 그는 책을 좋아한다. 그를 볼 때마다 손에 늘 책이 들려 있다. 이전 노동당 사무실에 있던 짐의 반 이상이 김상철의 책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 책들을 그를 대신해서 ‘분서갱유’를 해야 한다는 우스게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일을 위해서다. 일의 전문성을 위해 책을 읽는 습관이 그의 삶에 베었다. 그는 사회과학 서적뿐만 아니라 SF 장르의 소설도 즐겨 읽는다.

문화연대와 김상철의 인연은 오래됐다. 그는 문화연대 이삿짐 위원이기도 하다. 문화연대가 숱하게 이사할 때마다 동원되어 짐을 나른 멤버 중에 하나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때 문화연대 파견활동가로 상근을 하기도 했다. 2004년 1월 부안 방폐장 주민 투표가 있을 때도 문화연대 파견활동가도 부안에 내려가서 일했다. 이후에는 문화정책센터 정책위원으로 활약하며 문화연대에 도움을 주었다. 문화연대 활동가들의 다수는 영민한 그가 정당 활동을 접고 문화연대로 오는 것을 희망하고 있지만, 그는 정당 활동가로 사는게 행복하다. “정치 운동에 더 관심이 있어요. 문화연대의 의제, 가치는 동의하지만, 결국에는 (시민단체는)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내세울 수 없는 구조에요. 그런 부분이 개인적으로 주저하는 부분이에요. 죽기 전에 한번은 (문화연대) 상근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그의 소소한 바램은 그가 정당 활동가로 은퇴 후 문화연대에서 상근하는 거다.

▲ 김상철 사무처장. (사진=문화연대)

정당 활동가로 사는 게 즐거운 사람

김상철의 본업은 정당 활동가다. 2004년 민주노동당시절부터 당직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구, 시의원, 국회의원 등과 일을 하면서 지난 10년간 한국 진보정당의 이합집산의 역사를 함께 했다. 이 역사의 과정을 쭉 이어오다 보니 정당 활동가로 산지 벌써 10년이나 됐다. 현재 그는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노동당은 진보정당의 원칙에 가장 충실한,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좌파정당”이다. 그는 서울시당에서 “서울시 행정에 대한 개입과 대안을 만드는 것, 서울지역 내의 노동사안에 대한 연대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당 당원 수는 2,500명이고, 이 당원 수만 보면 서울에서 제 3당의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큰 당이다.

김상철이 본 노동당은 각각의 관계에서 서로를 파트너로 인식한다. “기존의 보수정당의 경우 보스 중심으로 나머지 보좌관들이 보조하는 구조에요. 진보정당에서는 모두 다 파트너로 인식해요. 개개인의 장점(자율성)을 갖고, 자기 사업을 해요.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일하는 구조에요.” 무엇보다 김상철이 노동당에서 일하는 게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치활동의 가장 큰 핵심은 공감인 것 같아요. 제가 이 일을 좋아는 이유는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에요. 보통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노동당에 올 정도면 저 사람은 가 볼 때 다 가본 사람이라고.” 청와대 신문고, 새누리당, 민주당을 거쳐 노동당까지 온 사람의 켜켜이 쌓인 억울함을 풀기 위해 힘을 쓰는 일이 김상철에게 보람차다. “되게 황당한 경우가 많죠. 내일 강제 집행을 당하는데 노동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 같은 게 와요.” 그러면 노동당은 그들과 함께, 법원에 제출할 의견서를 같이 써주며, 정부 혹은 어느 정당도 잡지 않은 그 억울한 이의 손을 잡아 준다. 김상철은 말한다. “언젠가는 노동당이 권력을 가지고 정치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노동당은 마지막 비상구 같은 곳, 내일 일어날 수 있는 일도 물어 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찌 됐건 크게 사회를 바꾸는 건 아니지만, (정치) 활동을 하고, 입장을 내고, 움직이면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조금의 변화가 있어요. 그게 정당 활동의 재미에요.”

김상철에게 문화연대란

김상철에게 문화연대는 “오래된 목도리”다. 유행이 지났지만, 목에 두르면 따뜻한 목도리같은 곳. 그동안 이런저런 단체들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문화연대는 그 중 가장 오랫동안 관계가 지속된 곳이다. 무엇보다 문화연대는 김상철의 ‘어떤 생각’들이 녹아들 수 있는 단체다. 하지만 그가 문화연대 느끼는 아쉬운 점도 있다.

“(예전에) 문화연대만이 할 수 있는 재산들이 쌓이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자산 없이 남의 논에 가서 일해 주는 느낌이 도드라져요. 어느 순간이 되니까, 문화연대는 (한국) 시민사회생태계 내에서 핵심적인 연결망이었어요. 노동조직이나 시민사회단체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조직망이요. 이 사이에 있다 보니, 문화연대는 자기능력을 쌓는 단체라기보다 다른 단체에 이용당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 부분이 아쉬워요. 예전 문화연대는 지역축제를 모니터링하고, 문화재위원회가 있었고, 체육문화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했죠. 지금도 체육문화위원회가 있나요? 아니면 사라졌나요?(웃음)

2000년대 초반에는 문화연대가 새로운 문화운동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걸 하지 못해요. 제가 보기에 외부에서 문화연대로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외부의 응답에 요청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의 희망 중에 하나는 쉰이나 예순이 넘어 문화연대 상근 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문화연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보기에 문화연대만큼 활동가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자유로운 단체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문화연대에 크게 바라는 점은 20-30년 후에도 지속되는 운동을 하는 단체로 남는 게 아닐까.

이 글은 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빵> 53호(2014년 12월24일 발행)에 실렸습니다. 이곳을 누르시면 <문화빵>의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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