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수많은 에피소드, 특히 수 차례의 올림픽 개최 경험이 있는 국가답지 않게 온갖 초보적인 실수들이 반복되었던 이번 경기대회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후과라는 측면에서도 각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10월 5일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최상의 시설과 함께 쾌적한 도시 환경속에서 철저하고 완벽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이 대회 성공의 기반이 된 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낸 인천광역시는 여전히 사태파악이 되지 않는 듯하다. 아니면 아예 눈을 감은 것일 수도 있겠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에서 기분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고 추억을 좋게만 기억하는 무드셀라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지금 인천시는 2013년 말 8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안상수 전시장 시절에 막대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분식결산을 하고, 인천도시공사에서 지방채를 발행해 본청의 부채를 감추고, 애초 지방채를 발생한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는 등의 화려한 실력으로 2조 2,750억원에 달하는 빚을 졌다. 이 때문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9조원대 부채로 인해 부담한 금융이자만 1조 2,297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빚을 냈고, 아시안게임 교통대책 중 하나로 지하철 2호선이 필요하다고 우기면서 또 빚을 내 그 규모만 2조 6,862억원에 달한다. 우스운 일이다. 빚이 빚을 부르고, 걱정도 없이 또 사업을 벌이고 그래서 또 빚을 내는 것이 그렇게 반복이 되었어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빚으로 치른 인천아시안게임

통상 아시안게임의 경제적 효과는 개최 직전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증되지도 않는 간접적 효과나 파생효과는 제외하고 직접적인 재정투자의 결과로서 경제적 효과로 한정할 경우, 유일한 경제유발 요인은 건설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장 등 건설사업이 종료되면 경제적 효과는 끝난다. 억지 주장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업성평가 보고서의 내용이 그렇다.

인천시는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을 포함한 17개소 경기장을 지었다. 그리고 기존경기장의 개보수를 12개소, 김포, 고양시 등 인접도시 경기장 활용이 13개소,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경기장 7개소, 선수훈련시설 49개소, 진입도로 신설 5개소 등도 추가됐다. 정말 무지막지한 토건사업의 규모다. 전체 경기운영비용 중에서 시설비로만 1조7,173억원이 사용되었는데 이 중 27.2%인 4,676억원을 정부가 국고로 지원했고 나머지를 인천시가 부담했다. 인천시는 나머지 1조 2,497억원 중에서 2,000억원 정도만 인천시가 가지고 있던 주머니에서 나왔고 1조 480억원이 지방채 등 부채로 조성했다. 그야말로 남의 돈으로 자기 잔치를 벌인 것이다.

▲ 인천시는 2013년 말 결산을 기준으로 1조2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고, 이 때문에 지출된 이자만 974억원에 달했다. 2013년에만 이자로 303억원이 지출되었다. 도대체 이런 재정상태가 정상인지 의심스럽다. 자료는 인천시 올림픽경기대회지원본부 2013년 회계년도 결산검토보고서, 2014.7

그리고 그 부채는 2015년부터 원리금 상환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빚폭탄이 시작된다. 인천시가 수립한 상환계획안을 보자. 2015년에는 이자 488억원, 원금 185억원으로 해서 673억원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 다음해인 2016년에 원금 수준이 583억원이면서 상환해야 되는 비용이 1천억원을 넘어선다. 그리고 2019년부터 상환해야 되는 원금이 1,000억원 수준이 되고 2024년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상환액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2013년 말 기준으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조 7,502억원이다. 이자만 4,979억원이다.


보이지 않는 빚, 법률의제-세금감면

문제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구잡이식 난개발을 부추기는 법률의 의제 조항 때문에 제대로된 사업성 검토없이 사업추진되면서 투자기업은 손쉽게 공공택지나 세금혜택을 보는 반면 지방정부는 난개발에 따른 외부비용을 고스란히 떠맡게 되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및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라는 명칭에서 풍기는 것과 같이 멍청하기 이를데 없는 법률은 거의 법 위의 법이라고 할 만큼 다른 법률을 무력화시킨다. 해당 법률의 제28조(다른법률과의 관계)를 보면, 올림픽 경기준비를 위한 사업의 경우에는 <초지법>, <농지법>, <농어촌정비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산지관리법>,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하천법>, <하수도법>, <소하천정부법>, <폐기물관리법>,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 <도로법>, <사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택지개발촉진법>, <사방사업법>, <측량 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주택법>, <건축법> 등 법률의 주요한 인허가 및 신고를 의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재산인 국유재산 사용에 대한 허가절차를 명시한 <국유재산법>, 분묘의 이장 등이 있을 경우 공고하도록 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비산먼지가 발생할 경우 신고하도록 한 <대기환경보전법>, 오폐수 배출시설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한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해당 시설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에 대해 협의를 하도록 명시한 <환경영향평가법>까지도 의제처리 대상이 되었다.

▲ 국제경기에 대한 법률의제 조항은 모두 기업에게 부여되는 특별법이다. 평창올림픽의 경우에는 법률 의제만 36개 달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자는 것에 대해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면 기업의 의무를 면제해준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은 법 위의 법이라고 할 만하다.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대해 정부나 새누리당 등이 법률체계에 혼란을 준다며 손사레치던 것을 떠올리면, 올림픽이라는 행사를 위해 우리나라 주요한 사법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법률이 버젓이 제정된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 거기다 세금감면도 있다. 평창올림픽 사례를 들어보면, 강원 평창•강릉•정선 일원에 지정된 5개 ‘평창동계올림픽특구’에 투자하는 민간사업자에게는 다양한 조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는데,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재산세 등의 감면은 기본이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받아야 할 36개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원스톱’ 행정 지원을 제공한다. 게다가 특구 안에서 영업하는 회원제 골프장은 개별소비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 세금을 면제받는데 현재 알펜시아트룬CC, 알펜시아GC, 용평GC, 휘닉스파크GC 등이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 또 특구 안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에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체류자격(F-2)을 부여한다. 일반시설을 지으려는 사업자는 기존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 50% 올려서 적용받는다.

사실 겉으로는 국가 브랜드 상승 등 애국심 마케팅에 열을 올리지만, 기업에 대한 특혜를 고려하면 올림픽 등 국제경기가 우리나라에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사실상 기업들에게 007면허를 부여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문제는 이렇게 법률을 피해가고 막대한 특혜를 통해 지역의 난개발이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구체적인 빚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빚도 발생하는 셈이다.

결국 시민의 역할이 핵심, 올림픽 세 도입해 책임 높여야

런던올림픽을 유지했던 영국의 경우에는 아예 올림픽을 위해 주민세를 인상했다. 총 93억 파운드의 올림픽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런던 시민들은 1인당 20파운드 정도의 비용을 더 부담했다. 2010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벤쿠버의 경우에는 최근 선수촌을 특별분양하고 있는데 최대 50%까지 가격을 깍아서 공급 중이다. 그러다 보니 애초 계획보다 1억 7백만달러를 추가적으로 주정부가 부담하게 된 상황이다. 이 비용을 포함해 벤쿠버시가 위치한 브리티시콜럼비아주가 책임져야 되는 부채가 7억8천3백만달러에 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부가 선택한 것은 기존에 5%짜리 연방세나 7%짜리 주세 중 하나만 부과되었던 부과세를 통합하여 10%로 인상한 것이다. 해외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올림픽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부담은 시민이 지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 ”책임은 시민 몫”이라는 뻔뻔함을 드러낸 인천시 관계자. 화면은 인천아시안게임을 다룬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2014. 10. 7. 방송분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경기때문에 발생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해왔다. 아닌게 아니라 벌써 인천시의 경우에는 버스준공영제 축소, 사회단체보조금 축소, 출산장려금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부담을 넘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래선 안된다. 올림픽 등 국제경기의 비용은 기본적으로 올림픽 세와 같은 한시적인 직접세를 통해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야 무조건 국비만 받아오면 된다고 착각하는 찬성 주민들, 그리고 각종 특혜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세금 감면까지 받는 기업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렇게 성공할 것을 확신할 때는 언제고 “부담은 시민이 지는 것”이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인천시 관계자의 발언 이면에는, 결국 자신들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이다. 당연히 공무원 임금의 인상도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위는 바로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 결산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해 조직위 임원들의 공동서명으로 내용을 보증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후적으로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렇게 국제경기대회가 일부 특권층의 먹튀 대상으로 남는다면 지금과 같은 올림픽 유행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왠만하면 이번 인천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 세를 걷어서 부채를 충당하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만약 올림픽 세를 낸다면, 부채의 규모를 염두에 둔 인천시민 1인당 부담액은 어느 정도 될까? 그 답은 인천시가 지난 8월에 낸 지방재정공시자료를 통해서 참조할 수 있다. 시민1인당 부채액을 보면 100만 정도다. 유사한 지방정부보다 2배 많은 수치다.

▲ 인천시민들은 여타 광역시의 시민에 비해 2배 정도의 공공부채를 지고 있다. 아마도 인천시민들은 이 공공부채를 자신의 부채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인천광역시 재정공시자료, 2014. 8


유치를 원했으니 당연히 그 비용도 져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천시민들 입장에서는 안상수 전 시장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던, 올림픽 조직위 임원들을 배임으로 고발하던 스스로 결자해지를 할 필요가 있다. 미안하지만, 인천시가 자초한 불행을 다른 지역에게 떠넘기는 일 만큼은 사양한다. 부산, 대구 등등 그들만의 잔치에 온 국민이 상투잡혀 질질 끌려다는 짓 좀 그만둘 때가 되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