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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이 갈등만 부추길 ‘통진당 방지법’의 노림수는?'적대자'들을 불사르며 나아가려는 정치의 다음 선택은
한윤형 기자 | 승인 2014.12.23 16:17

23일자 <경향신문> 1면에는 <여권 ‘진보당 보선 출마금지법’ 추진>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난해 이석기 전 의원의 구속 이후 여당 차원에서 쏟아져 나온 법안들이라고 한다. <경향신문> 기사는 “여권이 이념적 잣대에 근거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려 한다는 논란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마무리된다.

하지만 각 언론에서 ‘통진당 방지법’, 혹은 ‘이석기 방지법’으로 명명된 법안들의 실체를 보면 막상 허무하다. <경향신문>에서 소개한 것으로 봐도 그렇다. 먼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해 9월  일명 ‘위헌정당 재·보선 출마금지법’으로 통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것이 있다. 이 법안은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한 정당의 당원인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을 해산 결정일로부터 10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해산 정당 ‘당원이었던 자’까지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원이었던 자’까지 피선거권을 10년간 제한한다는 점에서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려 한다”고 평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나치게 빨리 해산해 버리는 바람에 지금 법이 통과되더라도 통합진보당에 적용될 방법은 없다. 
 
   
▲ 23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이노근 의원은 지난해 11월 헌재에 의해 해산 결정을 받은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자격이 상실되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해산 결정만으로 선출직 의원이나 단체장을 현직에서 끌어내릴 법적 근거가 없어 법무부가 자격상실 청구를 별도로 헌재에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은 자동으로 자격을 박탈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만이 가능할 뿐 의원직 박탈이 불가능하다는 법조계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통합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은 물론 지역구 의원도 날려버렸다. 이노근 의원의 입법안이 ‘뻘쭘하게’ 된 것이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해 5월 ‘대체정당·하부조직 재건금지법’이라 할 수 있는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 번 해산된 단체를 대체할 조직 설립은 원천 금지되며 유사 명칭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당 하부조직에 대한 정부의 해산명령, 강제폐쇄, 재산 국고귀속 작업도 용이해진다”라고 한다. 이는 확실히 이름부터 내용까지 무시무시한 법안이며 통합진보당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실현 가능성에선 의문이 든다.
 
법무부는 “해산 정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과 대체정당 설립 차단 등을 명문화하기 위한 법률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검토해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 23일자 한겨레 2면 기사
 
하지만 <경향신문> 기사에서도 나오듯,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한 해당 법안들은 애초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이며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더구나 공무원연금 개혁 등 시급한 다른 현안들이 많은 상황에서 ‘통진당 방지법’ 법안들이 야권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잘 봐줘도 이러한 법안들은 대한민국을 ‘통합진보당’이란 이슈로 반을 가르려는 정치적 행위이지 뭔가 일을 되게 만들려는 정책행위는 아니다. 
 
정부가 정치행위에서 눈을 못 떼는 집착을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정책은 물 건너 갈 상황이다. 당장 연금개혁 문제 관련해서도 당청 갈등이 재개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정부가 전날 내년 중반기부터 군인·사학연금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정부를 맹질타했다 한다. 김무성 대표는 "조간을 보니까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내년 6월, 10월에 한다는 보도가 1면 톱으로 나왔다. 그거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아니 공무원연금이 될지 안될지 모르고 얼마나 힘들게 우리가 지금 이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면서 매일매일 하고 있는데..."라고 거듭 정부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은 지난 11일자 칼럼에서 “그의 개혁은 정책의 대상을 적대한다. 대북정책으로 북한과 대결한다. 관피아 개혁으로는 관료들과 불화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교사와, 노동 조건 변화로 노동자와 맞선다. 이견을 조율할 줄 모르는 박근혜는 장관들과도 적대한다. 개혁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개혁은 이런 개혁 방식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권이 언젠가 적대세력들에 포위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한 바 있다. 
 
   
▲ 23일자 경향신문 5면 기사
 
이대근 논설위원은 “박근혜 정권은 웬만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중삼중의 완충장치를 갖추고 있다. ‘큰영애’ 때부터의 개인적 인기, 공고한 보수 기득권, 우호적 언론 환경, 집권당의 탄탄한 기반은 외부의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야당 덕도 있다. 야당의 무기력증은 정권 안보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라고 진단하는데, 이 “정권의 견고한 보호막”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완충장치가 탄탄하기에 ‘적대자’들을 불사르면서 나아가려 하지만, 하나를 불사지를수록 난이도는 높아진다. ‘통합진보당 해산’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줘서 일사천리라 볼 수 있겠지만 한정된 권력자원을 (그들 입장에서의) ‘개혁’에 쓸 것인지, 아니면 ‘응징’에 쓸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소탕전’을 벌이려고 할수록 ‘개혁’의 길은 멀어질 것이다. 일부 언론이 ‘통진당 방지법’이 “요란한 빈수레”가 될 거라고 예측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합리적인 선택만을 내린 것도 아니었으니, 복안이 어떨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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