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칸타빌레>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제 막 4부작인데, 실패라고 단언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워낙 그 난리를 치고 기획한 작품인 데다 센세이션한 첫 번째 리메이크의 우수 견본이 있으니 성급한 실망감이 앞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실패의 원인으로 손꼽는 것은 여주인공 설내일, 즉 노다메의 완성도다. 노다메(설내일) + 칸타빌레(cantabile=노래하듯이)! 제목부터가 여주인공의 이름과 클래식 용어의 혼합인 이 작품은 여주인공인 설내일이 곧 음악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정체성이다.

만화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가 이질감 없이 드라마화 될 수 있었던 까닭 또한 비현실적인 인물 노다메를 원작 이상의 완성도로 승화시킨 배우 우에노 주리의 공이 컸다. 노다메 칸타빌레에 반했다는 건 우에노 주리의 노다 메구미에 빠졌다는 말과 같았다. 이보다 더 괜찮을 수 없게 리메이크 된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에게 경쟁 상대란 이미 배우끼리의 영역이 아니었다. 원작의 만화 캐릭터가 걸어 나와야 그나마 상대가 될까 말까.

이 리메이크가 아직 여주인공의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우왕좌왕했을 무렵에 나는 이런 제목의 글을 남겼었다. ‘윤아 한국판 노다메 최종 고사 더 이상의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실패의 원인으로 손꼽으며 지난 캐스팅을 아쉬워하는 심은경표 노다메가 그녀 하나만의 문제일까.

노다메 칸타빌레만큼이나 전작의 기대치가 높아 캐스팅 논란이 사회 문제 수준으로 번졌던 작품이 드라마 궁이었다. 오죽했으면 빗발치는 원작팬의 협박 같은 청원에 이신 역에 오르내렸던 이동건이 작품을 고사하겠다는 해명을 했을 정도였다. 원작 팬의 러브콜을 받은 배우 구혜선은 출연 중인 사극과 겹쳐 감사하지만 사양하겠노라고, 뿌듯한 어조의 기사를 냈다. 이런 구혜선마저도 수년 뒤 만화 원작의 리메이크 꽃보다 남자에서 백만 안티팬을 얻었다.

대중이 각인한 인물 대신에 날 주목하게 하는 건 첫사랑을 지우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유혹하라는 그 가혹한 미션. 심은경의 리메이크가 첫 번째였다면 콘텐츠가 아예 다르니 대중의 평가 또한 너그러울 테지만 이미 성공한 교본인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가 철벽의 선입견으로 버티고 있는 와중 아닌가.

심은경의 연기가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악스러운 심은경의 연기는 설내일을 다소 징그러운 인물로 그려내고 있으며 민폐의 전형인 노다메를 사랑스러움으로 구축한 우에노 주리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다. 더군다나 결과물의 책임은 온전히 배우의 것이다. 하지만 심은경이 아닌 다른 누구였어도 비난 받았을, 마의 자리였음은 분명하다.

예능계는 전설의 ‘마의 자리’가 있다. 몇 번이나 갈아치워도 혼자 같은, 상상 플러스 네 번째 자리가 그랬고 라디오스타 신정환의 공석이 그랬다. 깨진 독처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 자리를 누군가는 가시방석이라 그랬다. 신정환과 전혀 다른 포맷의 아이돌 ‘규현’이 들어오고서야 채워졌던 마의 자리는 애초에 신정환의 대체자를 찾으려 했던 것이 문제였음을 깨닫게 했다.

누가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다. 유니크한 연기로 시청자에게 주목 받은 심은경의 비전을 위해서라도, 남은 회차는 부디 우에노 주리의 복사본이 아닌 심은경만의 노다메를 구축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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