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판 노다메가 첫 선을 보였다. 여주인공의 이름이자 드라마 제목으로 두루 쓰였던 ‘노다 메구미’라는 일본식 이름 위에 새겨진 ‘설내일’ 그리고 ‘'내일도 칸타빌레'’. 마치 KBS 일일 연속극 풍의 이 밝고 씩씩한 리메이크부터가 국내판 노다메의 취지이자 미리 펼쳐놓은 미래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억척스런 이름 바꾸기에서부터 엿보였던 리메이크의 결과물은 원작도 아닌 일본 드라마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막상 완성도는 그보다 못했다.

네티즌으로부터 지적 받은 '내일도 칸타빌레'의 첫 번째 무리수는 역시나 드라마의 상징이랄 수 있을 여주인공 ‘노다 메구미’의 퀄리티 되시겠다. 이미 네티즌으로부터 해썹 마크 달기보다 더 깐깐하게 검증받아 이 배우 저 배우 고사하며 한숨 돌려 들어온 배우 심은경이었지만, 내겐 안전빵이라기보다 우려가 더 큰 캐스팅이었다.

어차피 우에노 주리가 노다메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으로 원작보다 더 원작 같은 ‘노다 메구미’를 완성시킨 이상, 백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한 연기 천재 수준이 아니고서야 우에노의 메구미를 뛰어넘을 여성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미 관객은 너무나도 만족스런 노다메의 견본을 갖고 있는데 차선에 만족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어떤 배우가 들어와도 칭찬받기 어려운 자리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심은경의 캐스팅은 논란의 소녀시대 윤아보다 더 무리수인 선택이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낙인과 극과극인 이미지 때문에 막연히 윤아보다는 심은경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생기지만, 심은경과 노다메의 캐릭터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사랑스러운 4차원의 엽기 소녀인 노다메는 엉뚱하지만 뜻밖에 내성적이며, 어르고 달래서 클래식을 가르쳐야 할 만큼 나약한 멘탈을 가진 소녀다. 하지만 영화 ‘수상한 그녀’로 총칭된 심은경의 캐릭터는 털털하고 억척스러운 데다 낯가림이라고는 없는, 아이 같은 얼굴에 아줌마의 영혼을 갖고 있는 여자다.

비약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면, 심은경은 사람이 들어있건 안 들어있건 간에 노크도 하지 않고 무단 침입할 수 있는 공공화장실의 청소 아줌마 같은 캐릭터라면, 노다메는 치아키 선배를 찾아 여기저기 콩콩콩 문을 두드리며 “노다메 왔어요.”라고 엽기적인 예의나마 갖출 것 같은 캐릭터란 말이다. 결과물은 비슷하대도 지향하는 노선은 전혀 상반된 캐릭터다.

더군다나 배우 심은경의 연기 스타일은 입는 옷마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선보이는 천의 얼굴형이 아니다. 자신이 고수한 캐릭터를 꿋꿋하게 지키며 역할을 본인의 스타일로 끌어들이는 유형이다. 개성 또한 흐릿하지 않다. 이런 배우에게 이토록 선명한 컬러의 노다 메구미라니.

물론 불호가 큰 심은경표 노다메의 책임은 배우 하나만의 몫이 아니다. 가뜩이나 벗어나야 할 억척순이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오라방’이라는 호칭은 도대체 무엇인가. 말 끝머리에 하트를 붙인 것 같은 노다메의 “치아키 센빠이”를 나름 현지화시켜 보겠다고 만든 이 ‘오라방’은 심은경표 노다메를 늙어보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유니크와 상반된 이미지의 심은경이 한층 억척스럽고 노티 나는 캐릭터가 됐다.

잘 성장한 아역 배우의 교본이라는 부담 아래 펼쳐진 첫 번째 성인 배우로서의 발걸음이 비판 아래 비틀댈까 그저 안쓰럽다. 노다메는 분명 노다메다워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은경의 개성을 죽이라고 조언하는 것도 참 못할 노릇이다. 이미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심은경이다. 이 어린 여배우에게 네 개성을 죽이고 먼 나라의 배우를 베끼란 요구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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