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2015년 정부 지분이 51%인 공영 TV홈쇼핑채널을 런칭할 계획을 밝혔다. 제7 홈쇼핑 이야기는 이미 올해 초부터 구체적으로 흘러나왔다. 최양희 장관 취임 전인 올해 초부터 홈쇼핑 신설에 대한 기재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미래부 제1차관으로 임명했다. 업계에는 ‘이석준 차관이 홈쇼핑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건너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홈쇼핑에 관심없던 미래부, 선물 준비한 이유는?

애초 미래부는 홈쇼핑에 관심이 없었다. 윤종록 제2차관은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신설에 대해 우려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 내부에 반대의견이 많은데도 정부가 새로운 홈쇼핑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선물 받을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최근 롯데GS에서 ‘납품 비리’가 터진 뒤 비리 복마전이라는 비난을 받는 기존 사업자들은 말이 없다. 더구나 정부는 홈쇼핑채널 인허가권자인 미래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관과 사업자가 많다. 우선 중소기업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이 공개한 중소기업청 내부문건을 보면 중소기업청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 내 홈쇼핑사업본부를 만들거나 △유통센터와 농협경제지주회사가 51대 49 비율로 투자해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특혜성 승인이 필요할뿐더러 홈앤쇼핑 지분을 매각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탓에 지분 100%를 모두 중소기업청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기재부가 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부도 사업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최양희 장관은 지난달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홈쇼핑 시장은 사업자들의 영업이익률이 15%를 넘는 공급자 중심 시장”이라며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어 “참여 의지를 보이는 민간사업자가 많지만 이익을 중시하다 보면 제7홈쇼핑도 마찬가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공영의 취지를 살려나가는 쪽으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몸이 달아올랐다.

관건은 49% 지분 누가 차지할까... 어른거리는 종편 그림자

이런 까닭에 정부가 49%를 누구에게 선물할지 관심이다. 앉아서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49%를 놓고 줄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할 장면은 종합편성채널을 보유한 복수의 보수신문사가 ‘불로소득 희망자’ 대열에 모습을 보였다는 것. 보수신문사들은 2011년 방송에 진출했으나 종편은 현재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빠르게는 2~3년 뒤 자본잠식에 빠질 처지다. 이런 처지에 홈쇼핑 배당금은 적자를 보전할 최고의 기회일 수 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채널로 지난 2011년 출범한 홈앤쇼핑의 자본금은 천억 원이다. 지난해 338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784억 원이고, 당기순이익은 643억 원이었다. 액면금액이 5천 원이던 홈앤쇼핑 주식은 이제 주당 이익 3218원짜리 금싸라기 주식이 됐다. 만약 제7 홈쇼핑이 비슷한 이익을 기록한다면, 49%의 지분을 보유한 민간자본은 총 500억 원을 투자해 매년 앉아서 300억 원을 넘게 벌 수 있게 된다. 민간자본이 기재부와 미래부에 줄을 서는 이유다.

특히 보수언론에게 홈쇼핑은 ‘유치’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출자에 실패하더라도 종편그룹 사이에 홈쇼핑이 있으면 지상파와 동급이 된다. 시청률 상승 효과와 콘텐츠 사용료 인상 명분도 얻는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이해관계도 종편과 같다. 케이블SO와 IPTV사업자는 지상파와 인접한 곳에 홈쇼핑을 편성할수록 이득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매년 홈쇼핑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채널을 배정하는데 사업자가 많아지면 황금채널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만큼 송출수수료도 높아진다.

채널 배치가 관건, 이미 계획 세웠나?

정부는 국회의 반대에도 계획대로 홈쇼핑을 추진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미 몇 가지 ‘채널 플랜’을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윤종록 제2차관은 국정감사에서 “(신설 홈쇼핑채널은) 주요넘버 사이에 끼는 것보다 공영제이기 때문에 번호 플랜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정부와 참여 사업자 간 판매품목과 채널번호 등 조율만 남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떡 줄 사람도, 받아먹을 사람도 정했고 사업 방향도 이미 결정했다는 얘기다.

신설 홈쇼핑채널은 기존 홈쇼핑채널과 시청자를 제외한 정부, 관료, 유료방송사업자, 종편 등 모두에게 이득이다. 시청자들의 저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레TV 채널편성표를 보면 4번 CJ오쇼핑, 5번 SBS, 6번 NS홈쇼핑, 7번 KBS2, 8번 GS SHOP, 9번 KBS1, 10번 홈&쇼핑, 11번 MBC, 12번 롯데홈쇼핑, 13번 EBS, 14번 현대홈쇼핑, 15번 JTBC, 16번 MBN, 17번 tvN, 18번 채널A, 19번 TV조선이다. 데이터홈쇼핑 20번 Sky T쇼핑까지 20번 내 홈쇼핑채널은 7개다.

비리가 관행이 될 때까지 방치하던 정부가 또 다시 홈쇼핑을 신설하겠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6일자 사설에서 “중기 전용 TV홈쇼핑으로 인가를 받은 우리홈쇼핑은 애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금은 롯데홈쇼핑이란 이름으로 변경돼 유통 공룡의 또 다른 창구로 전락했다”며 “농수산홈쇼핑 역시 초창기 농수산 전문 유통채널이라는 말이 지금은 무색해졌고, NS홈쇼핑으로 이름을 바꿔 다른 TV홈쇼핑과 다름없이 영업을 한다”고 꼬집었다.

실패하건 성공하건 홈쇼핑은 정부의 현금보따리, 이번엔 어떤 특혜가?

디지털타임스는 “2011년 중기 전용 TV홈쇼핑이라며 홈앤쇼핑이 출범했지만, 이 채널을 중기 전문 유통망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이러한 실패를 반복했으면서도 또다시 제7 TV홈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중기 전문 채널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썼다. “결국 (정부가) 자신의 입김을 확대하고 미래의 자리를 확대하려는 ‘관치’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홈쇼핑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홈쇼핑은 정부의 현금보따리”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매번 정책이 실패했는데도 추가로 홈쇼핑을 만드는 것은 홈쇼핑이 그 동안 정경유착의 이상한 보따리로 인식된 측면이 크다”며 “이번에 만들 새로운 보따리에는 어떤 의도와 특혜가 들어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방송환경의 수익구조가 불안정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플랫폼과 종편 등 일부 사업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홈쇼핑채널을 포함해 전체 방송환경의 큰틀을 고민하지 않고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내부 반대에도 추가로 홈쇼핑을 만드는 이면에는 유착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제7 홈쇼핑을 ‘창조경제’로 포장하고 있지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지도 않고 항간의 우려대로 종편 먹을거리로 기획한 것이라면 이는 권언유착일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과도한 경쟁의 피해는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와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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