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제7홈쇼핑’을 하기로 했다. 방송가 안팎에서 ‘설’로만 떠돌던 홈쇼핑 추가 승인이 ‘유망서비스 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명문화 됐다. 설립 시기는 내년이다. 단순히 홈쇼핑 채널만 하나 늘리는 것이 머쓱했는지 정부는 ‘데이터방송 홈쇼핑’이란 명분으로 ‘디지털TV에서 리모컨으로 소비자가 관심 있는 상품을 골라 구매와 결제까지 할 수 있는 방송 서비스’를 추진하겠노라 밝혔다. 현재도 있는 서비스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유망해 보이게 IT의 냄새를 약간 피운 것이다.

‘제7홈쇼핑’의 개국 논리는 지난 2011년 ‘제6홈쇼핑’ 개국 당시의 명분과 거의 판박이다. ‘중소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오프라인 유통구조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판로를 확보’해주겠단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당시 위원장 최시중)의 승인으로 지난 2011년 개국한 ‘홈앤쇼핑’의 개국 명분은 ‘대한민국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 및 소비자 권익 실현’이었다.

현행, 정부 체계상 홈쇼핑 채널은 미래부 장관의 승인 사항이다. 현재 6개사가 운영 중이다. 홈쇼핑 채널의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규모가 유지는 되고 있지만, 수익률은 저하되고 방송 송출 이익은 감소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큰 시장이다. 케이블 회사들은 여전히 홈쇼핑으로부터 받는 송출 수수료가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제7홈쇼핑’에 대한 이러저러한 요구가 있었지만, 미래부가 망설였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제6홈쇼핑’ 개국 이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개국 명분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발생했는지도 정확히 계측되지 않는다. 그저 홈쇼핑 채널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 외에 어떤 정책적 순기능이 발현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아우성은 넘쳐난다. 우선, 채널의 증가로 시장 자체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지적이 높다. 홈쇼핑 채널이 유료방송 수입 구조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홈쇼필 채널들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칫 유료방송 시장 전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각종 비리로 문제다.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인 롯데홈쇼핑의 비리 파문은 홈쇼핑 채널이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수준으로 피폐해졌음을 여실히 고발했다. 상품 선정을 고리로 한 상납구조는 기본이고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갑을 관계’에서 정부가 보호‧육성하겠다고 한 중소기업들은 범죄적 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최경환 경제 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냉정하게 말해서 홈쇼핑 채널이 하나 만들어지면 50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오히려 고사하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유도하는 규제를 어떻게 설정하더라도, 소수의 잘 나가는 기업 외에 업체들은 납품 단가 맞추려다 오히려 부도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 정부가 매 정부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쇼핑 채널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 그 이면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연말, 종편의 연간 수익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단 사실이 확인된 이후 꾸준히 ‘종편의 홈쇼핑 진출설’이 떠돌았다. 때론 매우 구체적인 검토 의견 같은 것이 증권가 정보지의 형태로 나돌았고, 방송가 안팎에서 대외 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종편의 홈쇼핑 채널 진출 가능성을 말하곤 했다. 홈쇼핑 채널이 이미 포화 상태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찌되었건 시장에 진입만 하면 정해진 규모를 나눠 갖을 수 있으니 종편 입장에선 해볼 만한 투자라는 의견들이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정부는 ‘제7홈쇼핑’ 계획을 밝히며, 정부의 지분을 51%로 하는 공영적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공적 성격이 강한 자본으로 공영적으로 운영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제7홈쇼핑’은 현행 30%대에 달하는 판매수수료를 10~20%로 낮추겠단 입장도 밝혔다. 얼핏 아름다워 보이지만 형용모순이다. 이미 지난 2011년 승인한 홈앤쇼핑이 바로 그 공영적 구조로 운영되는 채널이다. 홈앤쇼핑의 대주주는 공적성격을 갖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이다. 판매수수료를 낮춘다는 것 역시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공영적 홈쇼핑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동일한 송출 수수료를 SO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구조에서 이는 특정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비용을 공적 자금으로 메우는 기이한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특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뭔가,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정책의 구체적 수혜 대상자를 놓고 방안을 입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단 말이다. 그만큼 정책의 추진 명분과 현실은 들어맞지 않고, 취지와 효과는 전혀 대응하지 않는다. ‘제7홈쇼핑’이 의미있게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는 황금 채널에 배치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 그 자리는 앞선 특혜를 통해 종편 4사가 배치되어 있다. 개별SO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EBS까지 포함해 황금채널은 빡빡한 상황이다. 새로운 홈쇼핑 채널이 입점하기 위해선 채널 순번이 조정되어야 하는데 이는 종편의 일부 양보를 의미한다.

종편이 그냥 양보할까.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순순히 기득권을 내어 놓을까.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없는 특혜도 내어달라고 할 판인데, 종편이 이미 확보한 기득권을 내어놓는 다는 건, 망상에 가깝다. 결국, 종편에 뭔가를 또 줘야 한단 말이다. 그게 뭘까. 상상 가능한 범위에서 생각해보면 결국 ‘제7홈쇼핑’에 대한 지분 투자를 허용하는 것 밖엔 없다. 공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 대주주가 되고 나머지 지분을 종편사들이 확보하는 형태의 공동 운영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편사들은 그 홈쇼핑 채널의 매출과 이익 규모에 따라 최소 100억 원대 이사 많게는 수백억 원대의 배당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종편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고 상당 기간 동안 종편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의 뒷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코,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 지금껏 종편이 받아온 특혜는 무엇을 상상하건 그게 현실이 되는 수준에서 진행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의 ‘유망서비스 산업 육성 대책’에 슬쩍 끼워져 있는 ‘제7홈쇼핑’ 설립이 종편의 재정 위기 탈출구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종편이 홈쇼핑 채널에 진출하게 되면 ‘악몽’과 같은 지금의 방송 형편은 영원히 해체할 수 없는 악질적인 구조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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