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는 지난 18일 종로경찰서에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지’(9월16일자)를 받았다. 정진우 부대표가 1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통지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했다.

정진우씨는 지난 6월10일 청와대 주변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에 참석하던 중 경찰에 연행됐고, 검찰은 이틀 뒤 만민공동회 주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7월17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 사이인 6월17일 경찰은 카카오톡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9월5일 검찰에 카카오톡 원본을 포함한 수사자료를 송치했다.

▲ 경찰에 의해 카카오톡이 완전히 털렸다. 경찰은 수사 목적 외에 정보 수집 목적으로 카카오톡을 들여다 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진우 부대표의 카카오톡에는 △초등학교 동창 단체 대화방 △비정규직 활동가 대화방 △세월호 참사 대화방 △노동당 대화방 △기자소통방 △삼성 바로세우기 대화방 △밀양희망버스 등이 있었다. 경찰과 검찰이 들여다 본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내용은 친목도모에서 정당, 사회운동 관련 내용 등이다. 정 부대표는 “기자들과 나눈 이야기들도 있었다”며 “밀양의 경우, 한전과 주민 변호인단의 첨예한 논쟁 지점이 있는 만큼 민감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조영선 변호사(희망버스 변호인단)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됐지만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실제 제출되지 않았다”며 “대화내용 압수는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보수집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 하에서 검찰이 명백한 명예훼손과 관련해 리서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검찰이 모든 인터넷 상의 사적 대화를 리서치해 범죄를 묻겠다는 것”이라며 “‘신 공안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경찰과 검찰은 카카오톡 대화상대의 ‘위치’ 정보까지 압수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한 용혜인씨는 5월18일 광화문 침묵행진과 6월10일 집회 등 두 차례 연행됐는데 6월 연행 당시 경찰서 유치장 안에서 압수수색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히 누구와 대화를 했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 맥어드레스까지 압수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맥어드레스는 단말기의 고유번호로, 이와 함께 IP정보까지 활용하면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용혜인씨는 “저에 대한 혐의는 기껏해야 집시법 위반, 일반 교통방해 위반 정도가 될 텐데, 왜 카카오톡 내용과 친구들의 정보까지 압수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제가 누군가 공모한 혐의가 있다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와 전혀 무관한 일상적인 대화, 주변사람 정보까지 파악하려는 것을 보고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과거 통신비밀 침해는 감청 등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는데 최근에는 인터넷과 저장매체가 발달하면서 그 저장된 통신내용을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후 전교조 이메일 7년치, PD수첩 작가 이메일을 가져갔다”며 “통신비밀 침해로 인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검찰은 ‘가져가기 전까지는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늘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통신에는 상대방이 있고, 만약 100명, 300명의 대화상대의 내용까지 모두 압수수색된다는 것은 광범위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위축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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