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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는 하지만…열면 열리는 카카오톡 서버“대통령도 못 건드린다”는 카톡 서버…권력이 빨대 꽂는 순간, 시민 권리는 끝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9.24 10:40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한다면 국민들의 불안이 쌓이게 돼서 겉잡을 수 없게 됩니다. 앞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행위에 대해 철저히 밝혀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개회하면서 한 발언이다. 사태는 여기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7시간을 둘러싼 풍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고, 검찰은 이틀 뒤인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관련 전담팀을 설치, 검사 5명과 수사관을 배치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간부가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이 수사지시로 이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경향신문은 19일자 기사에서 △5월 대통령이 ‘관피아 비리 척결’을 지시한지 이틀 만에 김진태 검찰총장이 ‘전국 18대 지검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지시했고 △6월 대통령이 “유병언을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책한 당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유관기관회의를 열었고, 회의 결과 수색에 군을 동원하고 반상회까지 열렸다고 보도했다.

16일 발언이 ‘문제’가 된 이유는 검찰이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를 데려다 놓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사범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재판 회부를 원칙으로 하고,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이를 추가로 확산시킨 사람까지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검찰을 위시한 권력기관의 선제적 대응 방침은 곧장 ‘카톡 검열’ 논란으로 이어졌다.

   
▲경향신문 2014년 9월19일자 14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이 ‘카카오톡 검열’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곧바로 불끄기에 나섰다. <뉴스1> 22일자 기사 <‘검찰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 검열?’ 루머…檢 “말도 안 된다”>를 보면, 검찰 관계자는 “카카오톡 관계자가 대책회의에 참석했지만 카카오톡에서 명예훼손 범죄가 발생할 경우 조속한 협조를 요청한 것 뿐”"이라며 “영장 없이 메신저 내용을 들여다 보는 것은 불법이고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세간에 떠도는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것.

검찰과 사업자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이용자들은 ‘메신저가 언제 털릴지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전자신문은 23일자 기사 <카톡 감시 소문에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인기 급상승>에서 “무명의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갑자기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 본사는 베를린에 있다. 특히 텔레그램은 송수신자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전달은 불가능하다. 보안 특화 메신저다.

전자신문은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의 조사결과를 인용, 지난 19일 iOS 소셜 네트워킹 부문 111위였던 텔레그램이 20일 13위, 21일 8위를 기록했고 전체 랭킹에서도 45위로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전자신문은 “(검찰의 선제적 대응 방침을) 모바일 메신저까지 감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국민이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춘 외국 서비스로 대거 이동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메신저 망명’이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도 한결 같이 “영장 없이면 검열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용자의 대화내용은 사업자에게 ‘심장’과도 같다. 검열이 이루어지면 사업자는 치명타를 입는다. 네이버와 다음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범죄사실을 소명할 수 있고, 영장을 가져와야만 협조하지만 그 외에는 협조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시간 검열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력이 개입한 이상, 중계서버에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검색을 해 이용자와 대화내용을 추려내는 등 실시간 검열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보안업체 설명이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모바일 메신저는 P2P로 보이지만 카카오의 중계서버를 통해 문자가 전달되는 방식”이라며 “중계서버에 키워드를 걸어두고 이게 걸릴 때마다 패킷 전송 기록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감청을 통한 메신저 감시는 지금도 가능하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전송과정에서 메시지를 암호화한다고 하지만 결국 단말기에는 평문으로 남게 된다”며 “이걸 알아내는 것은 쉽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공권력이 모바일 메신저를 모니터링한다고 방법은 카카오가 내장까지 보여주는 것뿐이다. 불가능하지 않다. 이동통신사도 통화내역과 메시지 등을 다 넘기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 (사진=오마이뉴스)

카카오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화해도 열어볼 수 없다”고 말하지만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SNS와 메신저에 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7시간 루머’를 명예훼손으로 판단, 이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한다고 하면 사업자는 개인정보와 대화내용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때 잠행 중인 노조 지도부 위치를 파악하겠다며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메신저를 들여다봤다.

루머 생산자와 유통자를 처벌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 증거는 카카오톡에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최초 유포자를 잡아내기 위해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다. 카카오톡 중계서버를 들여다보는 것뿐이다. 루머 확산 증거를 잡기 위해서는 서버에 키워드를 걸어두고 실시간으로 검열해야 한다. 대통령 한마디에 권력기관이 움직였고, 이제 카카오톡까지 털릴 위기다.

권력기관의 들여다보기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서슬퍼런 시대, 중앙정보부와 경찰은 ‘프락치’를 조직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어나자 통화목록과 문자메시지 6byte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CCTV 시대, 정부는 원격으로 시민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포털사이트가 흥하자 온라인카페와 게시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모바일 SNS 시대다. 안전한 곳은 없다. 구글부터 카톡까지 일상이 감시다.

논란을 잠재울 방법은 하나, 사실뿐이다. 정운현 팩트TV 보도국장은 23일 칼럼에서 “논란의 핵심은 7시간의 행적을 밝히는 것임에도 그를 밝혀내려는 노력은 별반 감지되지 않는다”며 “그 대신 검찰은 그와 관련한 보도를 했던 외신의 기자를 출국금지 시켜 조사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번역해 보도한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객이 전도된 7시간 의혹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는 23일 기자수첩에 이같이 썼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잡아가두겠다는 엄포를 놓는다고 루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짜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확신으로 만들어 줄 뿐이다. (중략) 유언비어는 ‘처벌’이 아니라 ‘사실’로 잠재울 수 있다.” 루머 생산자, 유포자 처벌하겠다며 카카오 서버에 빨대를 꽂는 순간 시민의 권리는 끝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카톡할 권리까지 모두.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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