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일(29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
중앙일보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대선 후 첫 인터뷰를 오늘(29일자) 신문 1, 4, 5면에 게재했다. 중앙일보의 이러한 행보는 돌출적인 것이라기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부터 드러났던 것이다. 중앙일보는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 ‘굳이’ 안철수 후보를 넣어 그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인물임을 증명한 최초의 신문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뛰었다면 중앙일보는 영화 <타짜>식으로 말하면 ‘더 큰 판!’을 외치며 ‘안철수 vs 박근혜’의 싸움을 바랐던 구석이 있다. 과연 상업언론이었고, 나름의 유연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유연성은 ‘기자들의 유연성’이 아닌 ‘사주의 유연성’이란 시선이 있었다. 작년 대선 정국에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애초에는 ‘박근혜 위주’ 편집을 하자 홍석현 회장이 ‘요즘 신문이 너무 보수적이다. 그렇게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중앙일보의 사주 홍석현 회장이 개인적으로 안철수에 대해 나름의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박근혜가 아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한 홍석현 회장의 그러한 구상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햇볕정책의 지지자’를 자처하며 대북문제 등에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 차별화되는 길을 걸었던 중앙일보의 위치선정에 어울리는 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시작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재벌 및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조선일보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지만, 기타 정치적인 면에 대해서는 ‘수구’의 탈을 벗고 ‘중도’인 양 행세하려는 것이 중앙일보의 기존 전략이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과연 ‘중앙일보가 원하는 중도’의 상에 부합하는 얘기를 했다. ‘친박’과 ‘친노’를 동시에 비판했고 영남과 호남이 사실상 ‘일당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에는 보수인사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보인사가 이런 발언을 해도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지역차별에 대한 인지가 없다’고 분개했겠지만 지금은 그들이 친노에 대한 지극한 반감으로 ‘호남에서의 민주당 일당독재를 지지하지 않고 안철수를 찍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인터뷰는 그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단일화 과정에 여전히 승복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앙금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과거에 얽매여 있다고 평할 수도 있겠으나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당시 진보언론들 대다수가 지나치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편파적이었다고 느낄 법도 하다.
▲ 금일(29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또한 민주당의 그러한 자세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정치파행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하는 것이 아주 그릇된 말도 아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조차 당시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좀 더 나중에 구체적으로 하겠다고 유예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우리는 아마도 다음 대선이 오기 전에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듣게 될 것이다.
사실 중앙일보가 소위 ‘조중동’에서 아주 벗어나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조중동’의 여론독점이 너무나도 심하기에 중앙일보가 국정원 사건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NLL 대화록’ 공개 자체를 문제삼거나, 정치인 중에서 안철수를 주도적으로 부각시키거나 하는 정도에서도 일말의 기대를 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안철수가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비판했다지만 언론 및 담론 시장에도 필요 이상으로 조성된 양극화가 있다. 김대중 정권 국민의 정부 시절 ‘조중동’이라는 잘못된 동맹이 생겨나면서 더 심해진 양극화다. 과거 ‘동아일보가 갔어야 했던 길을 중앙일보가 어느 정도 채우려고 하면서 생겨나는 긴장이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과거 시대의 ’비판언론‘의 맥은 잡고 있으면서도 대북문제 등에 있어서 너무나도 보수적이다. 중앙일보의 행보를 보면서 가장 긴장하고 문제의식을 느껴야 할 것은 동아일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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