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달리 방법이 없는 건지 모르겠으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인상이다. 전열정비를 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치고 나가야 할 때인데 임기응변과 땜질식 처방으로 대응하는 인상만 주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민의힘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지지층 분열 때문이다. 지지층 분열은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이슈의 전면에 등장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등의 문제가 쟁점화 되면서 용산과 여당 사이에 균열이 생겼고, 이게 일종의 지지층 내 책임론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거다. 

최근 극우 유튜버들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일종의 ‘배신자’로 규정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오로지 자기 정치를 위해 따지고 보면 별 일 아닌 이종섭 대사 문제 등을 빌미로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식이다. 영남권에선 도태우, 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 여파가 악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의 해법은 대구 방문과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구에서 ‘범죄자’와 ‘종북’을 다시 한 번 거론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거듭 사의(謝意)를 표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가져가 “각고의 노력으로 쓰신 것 같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당연히 회고록에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내용도 적혀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검사로서 직접 법정에 나가 구형문을 읽은 장본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회고록까지 지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 “당정 간 협의를 잘 해 선거를 이겨야 한다”는 당부를 듣는 광경은 기이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게 효과가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거다. 일부 지지층에 어필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위기의 근본 이유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별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지층 분열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구도에서 왔다. 이럴 때는 오히려 지지층에게 ‘이렇게 해서라도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도록 해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그 절박함이 전해지면 지지층 분열은 투표 전에 결국 치유됐을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매번 적당히 타협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는 데다 대통령은 바뀌지도 않으니 지지층 일부에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과거’에 당당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줘 중도층의 거부감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에 그나마 호의적인 유권자들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과거에 대해선 당당하고 미래에 대해선 대안적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은 과거엔 비굴하고 미래엔 대안이 없는 세력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여당 선거 전략의 표류와 혼란은 현수막 게첩 취소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범죄자 연대’와 ‘종북’을 거론하는 현수막 게첩을 전국 시도당에 긴급 지시했다가 수도권의 반발로 긴급하게 취소된 일인데, 민생 의제를 다뤄야 할 때에 이념 논쟁이나 벌이는 것은 오히려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거였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당연한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채 ‘긴급 지시’의 내용이 고안되었고, 관철되었으며, 다른 지도부는 뒤늦게야 이 내용을 확인한 듯 보인다는 거다. 콩가루 집안인가?

국민의힘 정당 현수막 시안
국민의힘 정당 현수막 시안

‘민생’을 챙기자는 여론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호기롭게 의정 갈등에 손을 댔지만 대통령실이 ‘증원 2000명’ 규모를 고수하면서 교착국면이 형성된 것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만 꺼내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끝내 찾지 못하면 오히려 민생 문제 해결을 못하는 세력으로 비춰지게 된다.

국회 세종시 이전이 ‘정치개혁의 완성’이라고 주장한 것은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까지 갖게 한다. 국회가 물리적으로 ‘탈여의도’ 한다고 해서 정치 문화가 바뀌겠는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회 세종시 이전을 약속하면서 오히려 실질적으로 힘을 실은 대목은 여의도나 ‘한강벨트’ 지역 등의 개발과 관련된 대목이다. 정치개혁이나 국토균형발전보다는 개발논리가 핵심인 거라고 스스로도 생각하는 거다. 뒤집어 말하면, 결국 이들에게 정치개혁이란 퇴행적 정치를 가리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지금까지의 퇴행적 개발 공약을 한데 모으면 괴상한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목련이 피면 김포가 서울이 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고 규제를 풀면 여의도, 마포, 영등포, 양천, 동작 지역의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게 또한 이들의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남권 개발에 이어 얼마 전 강북권 대개조 계획을 내놨는데 거의 서울 전역을 다 엎어 놓을 기세다. 서울은 재건축 재개발을 포함한 정신없는 ‘대개조’가 진행되는 와중에 메가-시티도 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는 것은 충청권 표심에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역시 충청권도 더욱 더 개발해야 한다. 이게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얘기일까?

선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뭔가 약속을 하고 표를 달라고 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약속을 얼마나 성심성의껏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대한민국이 과연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과 그게 국민의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양한 논리를 갖다 붙여 지역마다 개발 이슈 던지고, 영남권 지지율 떨어지면 박근혜 전 대통령 한 번 만나면 된다는 식이면서 정작 국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물가,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해선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걸 뭐라고 평가해야 할까? 수준낮은 포퓰리즘 이외의 평가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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