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지난달 하순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사람의 운세를 해석하거나 예측해 주는 앱 '포스텔러'를 운영하는 운칠기삼이 여러 벤처 캐피털로부터 85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캡스톤파트너스, 빅베이슨캐피탈,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벤처스, 매쉬업벤처스 등이 운세 앱의 미래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포스텔러는 누적 가입자가 860만 명에 이르고 있고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인이 사랑한 모바일 앱'의 엔터테인먼트 앱 카테고리에서 16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미 만들어진 알고리즘에 의해 ‘기계적’ 대답을 하는 단순한 솔루션에 불과하다고 생각된 운세 앱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운칠기삼뿐만이 아니다. 채팅봇을 이용한 사주·운세 서비스 '헬로우봇'을 운영하는 띵스플로우 역시 벤처 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헬로우봇은 현재 누적 사용자가 500만 명에 이르고 기업·소비자 간 서비스 챗봇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 온라인 점술 상담 플랫폼 '천명'을 운영하는 천명앤컴퍼니 역시 현재까지 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언급된 운세 앱 말고도 여러 앱이 서비스 중이고 그중 일부는 벤처 캐피털들의 투자 심사 대상이 되고 있다. 운세 앱에 대한 이런 투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재미있는 시사점이 있다. 운세 앱들이 벤처 캐피털들의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다양한 운세 앱
다양한 운세 앱

사실 이런 점테크 앱의 기본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하다. 주역과 명리학 등의 기본 원리를 분석해 D/B화 해놓고 생년월일 등 사주를 입력하면 앞날을 예측해 주는 방식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자리, 타로, 손금 등을 포함해서 서비스하는 앱도 있지만 기본 로직은 동일하다. 사실 특별한 서비스라고도 할 수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수단만 바꿨을 뿐 역술가들이 하던 서비스의 내용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퇴보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에서는 맨투맨 대면 방식으로 운세를 봐주는 직접서비스였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계적 응답에 불과한 간접서비스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표준화된 응답이 즉시 나오는 이런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에 운세 앱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사람들이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계속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점테크 기업들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합리적’이지 않은 정보를 듣고 싶어 하는 욕망이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 자체가 합리성과 불합리성의 혼합물이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인간은 기계처럼 완벽한 설계도에 의해 제작된 존재가 아니라, 위험한 시공간 속에서 계속 진화해 온 불안한 상황의 구성물이라서 본성적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관심이 있다. 

그러나 그 미래는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전문가들의 예측조차 빗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세 앱이 필요한 이유다. 미리 세팅된 알고리즘에 의해 기계적 답이 나온다 할지라도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알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의 불안감이 만든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점술가에 의한 직접 서비스나 AI에 의한 표준화된 서비스나 모두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알아야 할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 계속 존재하는 한 형식, 명칭과 관계없이 미래 예측 서비스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튜브 속 타로 해석 콘텐츠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유튜브 속 타로 해석 콘텐츠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미래 일자리 분석기사에서도 나온다. AI가 발달하면서 사람이 수행하던 많은 일자리들이 없어지고 있고 그 범위와 속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지만 무당과 역술인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여전히 존재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불안정성에 있다. 시공간에 구속을 받으면서도 시공간을 초월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사피엔스는 본질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시공간을 초월할 수 없으면서도 초월하고 싶은 의지가 만든 과도한 열정 때문이다. 유일한 솔루션은 죽은 다음에 다른 세상으로 영혼이 옮겨간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불안한 인간에게는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과학 수학과 같은 합리적 체계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불안함 그 자체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인간적인 솔루션도 필요하다. 운세 앱 등과 같은 ‘비합리적’ 솔루션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또 동시에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수학과 같은 합리적 체계에 의한 구성물이라서 미래에 대한 불안, 죽음 이후의 세계, 운명의 유무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점과 운세는 불안한 인간에게 그의 과거 시절에 연민을 보이고 현재를 격려하며 밝은 미래를 보여주면서 진정 어린 위로를 전달한다. 그 위로가 비록 일시적이라도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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