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서울시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시, 세계최초 심야 자율주행버스 12.4 운행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2월 4일부터 시내 주요 장소를 왕복 운행하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공공 운송 서비스에 도입한다고 밝혔고 어제 첫 운행을 했다. 첫 운행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심야 자율주행버스는 대학가, 대형 쇼핑몰 등이 밀집하여 심야 이동이 많은 합정역~동대문역 중앙버스전용차로구간 9.8km을 순환하게 되며,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한 규격의 대형 전기 자율주행버스 2대가 운행한다. 승객들은 일반 버스 이용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탑승할 수 있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당분간 취객 대비 및 승객의 안전한 하차유도를 위해 특별안전요원 2명이 탑승한다고 밝혔다. 이는 테스트가 아닌 완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자율주행버스 운행 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한시적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로서는 충분히 고려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다. 개인 선택에 의한 자율주행차량 운행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감당하겠지만,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자율주행차량에 문제 발생 시 기술적 또는 제도적 시스템과 상관없이 공공기관의 책임자나 담당자가 온갖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밤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 심야 자율주행버스 ‘A21’번이 첫 운행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4일 밤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 심야 자율주행버스 ‘A21’번이 첫 운행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미 2022년부터 ‘서울자율차’라는 이름으로 상암동과 도심에서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 등을 시범 운영하며 일반 승객들을 상대로 유/무상 운송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이 서울자율차의 기술 수준은 레벌4 단계다. 레벌5인 100% 자율주행은 아니고 30km/h 이내의 어린이보호구역과 공사현장 인근, 위험상황 발생 시에는 운전석에 앉은 직원이 바로 개입하여 수동운전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자율차’의 운행 경험과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세계 최초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안전에 대해 100% 확신하기는 쉽지 않아 시험운전자 포함 특별안전요원 2명을 탑승하기로 한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자율주행차량의 운행을 시작하는 이런 자율주행차량 도입 방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에서 실시 중인 자율주행 로봇택시 서비스와 비교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계열사인 ‘웨이모’가 운영하는 무인 ‘로보택시’는 레벌5인 100%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물론 운행을 위해서는 지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운영의 주체는 일반 기업이다. 고객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로보택시’를 호출하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운행 중 발생할 수도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해 알고 있지만, 현재 이 ‘로보택시’ 서비스는 계속 영업 중에 있다. 물론 반대 여론도 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교통체증의 원흉으로 몰릴 때도 있다.

로봇택시 운행 허가권이 있는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CPUC)’는 투표를 통해 ‘로보택시’ 운행 서비스 기업 ‘크루즈’와 ‘웨이모’ 두 곳의 24시간 ‘로보택시’ 운행을 허용했다. 당국은 투표 전 6시간 동안 대중의 의견을 들었고 시민들은 저마다의 바람과 우려를 표현했다. 그 결과는 운행 허용으로 귀결되었다. 찬성한 사람들은 예측하기 힘든 돌발 상황은 존재하겠지만 그동안 자율주행차량이 이룩한 기술적 진보의 성과에 대하여 동의한 것이다. 웨이모가 자사의 로보택시는 200만 마일(약 321만km)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기록을 세웠다면서,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와는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어느 정도 신뢰를 보낸 것이다.

운전자 없는 무인 택시 크루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전자 없는 무인 택시 크루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미국보다 공공의 역할을 더 중요시하는 한국의 경우에는 ‘로보택시’의 사례가 도입되기 쉽지 않다. 특정 기업에서 운영하는 자율주행차량이 운행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면서 정상적 기업 활동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규모는 2030년까지 평균 96.8%로 향후 10년간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고 있지만 초창기 시장 진입은 어느 기업에게도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이 리스크를 감당해야 성장할 수 있지만 리스크의 범위와 내용이 너무 크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이런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시장을 만들어갈 기업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의 미래지향적 의미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보도자료에서 ‘시민들의 늦은 귀갓길, 이른 출근길뿐만 아니라 생업을 위한 심야 이동이 편리하도록’ 자율차를 운영한다고 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량이 일반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기업들 대신 서울시가 책임을 감당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율주행기반 미래 모빌리티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더욱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으로 자율주행시대가 본격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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