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춘효 칼럼] 탐사보도는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취재한다. 기자는 취재원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고, 취재된 사안들을 다양한 필터로 비교 검증하며 진실을 찾아간다. 지난한 과정이다. 기자의 끈질긴 취재력과 언론사의 뚝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진실 찾기’다.

매스컴 학자들은 언론의 이 같은 환경 감시 역할에 대해 ‘감시견’ 또는 ‘제 4부’라고 부른다. 입법·사법·행정부처럼 민주공화국의 공식 제도는 아니지만, 사회 정의와 평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

이는 언론의 불법 행위에 대한 법적 면죄부를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과 준법의 애매한 부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릴 때, 언론의 환경 감시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호해 준다는 뜻이다.

특히,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사회의 공적인 사안이나 공적인 인물에 해당할 경우, 출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수정 헌법 (1조)으로 금지해 놓은 미국은 언론의 공적 사안과 공적 인물의 부정부패 보도에 대한 언론 자유를 ‘제약’하지 않고 있다. 

서울의소리 영상 갈무리
서울의소리 영상 갈무리

현실과 언론윤리 사이에 있는 '함정 취재'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보도에 대한 ‘함정 보도’ 쟁점은 미디어 연구에서도 아직까지 논란이 진행 중인 영역이다. 언론의 현실적 역할과 지향해야 할 가치 사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연구 영역으로는 ‘탐사보도’, ‘정보원’, ‘취재 과정’, ‘언론 관행’, ‘공적 인물’, ‘언론 윤리’, 그리고 ‘사회 정의’ 등이다. 이 개념 안에서 김건희 여사의 함정 보도 쟁점을 미국 법원 판례들과 관련 학자들의 논문을 토대로 논해보겠다. 

◇ 김건희 여사는 공인인가 = 대통령 배우자인 영부인은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정치적 결정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국정 파트너이다. 미국은 대통령 배우자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KC, 미국 대통령 또는 주지사의 사설 고문단)이라 부른다. 대통령에게 가장 신임 있는 조언자이면서 정치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부인의 특성을 연구한 조은희는 200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영부인들을 △내조형(프란체스카, 육영수, 김옥숙) △여성지도자형(이순자, 권양숙) △국민호감형(공덕귀, 홍기, 손명순) △업적형(이희호)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국민들은 ‘도덕성’을 영부인의 최고 자질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사회봉사에 헌신’하는 ‘퍼스트레이디 펫 프로젝트’(영부인 주도 비 정치적인 자선 봉사 활동)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민국 법률은 영부인에 대한 지원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대통령 비서실 예산을 통해 영부인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즉, 영부인의 공식적인 활동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이는 영부인은 공적 인물이란 법률적 범주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미 사법부의 언론자유 논거들 = 50개 연방 국가인 미국의 사법체계는 연방지방법원(주정부 법원) - 연방 항소법원(순회 법원) - 연방 대법원으로 진행되는 3심제다. 언론의 감시견 역할에서 공무원 등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리반 v. 뉴욕타임즈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1964)’ 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언론들은 공인과 공적 관심사에 대한 심층 보도를 이어갔다.

미연방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는 헌법적 가치를 보도의 공익성, 취재원의 성격(공인인지 여부) 그리고 보도의 고의성(실질적 악의, actual malice) 범위에서 인정했다. 언론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언론의 위법성까지 면죄부를 주거나 특권을 인정하진 않았다. 또한 영리 목적으로 뉴스를 보도할 경우, 보도에 따라 발생하는 민사책임을 면제해 주지도 않았다. 감시견의 목줄을 법원이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 언론 특권은 없다. 하지만 공익적인 사안은

◇ 함정취재 보도 첫 판례 = 함정 보도의 첫 번째 판례는 기자와 검찰 수사관이 연관된 ‘디테만 v. 타임(Dietemann v. Time, Inc, 1971)’이다. 주 내용은 수정헌법 제1조는 뉴스 취재 과정에서 저지르는 불법 행위나 범죄 행위까지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63년 11월 1일 타임(Time)사의 라이프(Life)잡지 기자들은 ‘돌팔이에 대한 단속’ 제목의 기사 보도를 통해 가난한 상이용사가 가짜 약을 판매하는 현장을 보도했다. 기자들은 이전에 진행된 취재 과정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환자인 것처럼 속이고, 몰래카메라와 녹음기를 소지한 채 원고(디테만)을 만났다. 기자들이 소지한 녹음기를 통해 집 밖에서 대기 중인 검찰 수사관들은 차 안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현장을 덮쳤고, 원고를 체포했다. 그 이후, 이 내용은 라이프지에 기사로 출판됐고, 원고는 기자들을 주거침입과 사생활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디테만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동의 없이 녹음과 촬영을 하고 제 3자에게 전달한 점) 1천 달러의 일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언론의 취재 과정에 대해 수정헌법이 특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첫 판결이다.

◇ 함정보도 관련 미국 판례들 = 방송사들은 기술의 발달을 활용해 새로운 심층취재 프로그램 포맷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함정취재 논란을 가속화시켰다. 여기에 소개되는 판례 3개 모두 복합 미디어 기업 ABC 방송국의 프라임타임 라이브(PrimeTime Live)와 관련돼 있다. 첫 번째 판례는 '데스닉 v. ABC (Desnick v. American Broadcasting Companies, Inc.1994)'이다. 이 판례는 언론이 취재원과 약속을 어기고 함정 취재 보도를 했을 경우 법리적 판단은 어떠해야 하느냐다.

사건 개요는, 체인으로 운영되는 데스닉 안과병원(Desnick Eye Center)은 ABC 방송국 기자들이 매복(또는 함정) 취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다음 병원 내부 침입을 허락했다. 또한 촬영은 허락받은 장소만 가능하다는 약속도 함께 받았다. 하지만, 방송국은 프로그램 스태프들의 일부를 환자로 가장해 진료 현황과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 촬영했다. 방송된 주 내용은 병원이 노인들을 상대로 과잉 진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고발성 보도였다. 이에 데스닉 병원 측은 무단침입으로 인한 영업 방해와 의사와 환자 간의 권리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언론인들에게 무단침입의 특권이 없지만, △몰래카메라를 들고 병원 내부를 촬영한 방송국 직원들은 환자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간에 들어갔고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업무를 방해하거나 병원의 영업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취재진이 병원 소유 자산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고 △카메라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환자와의 전문적인 의사소통을 기록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판결하면서 병원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동시에 방송된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판결도 함께 내렸다.

'서울의소리' 11월 27일 유튜브 방송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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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이 개인정보보호 문제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유사한 ‘의료연구소 v. ABC 방송국(Medical Lab. Management Consultants v. ABC, 306 F. 3d 806 (9th Cir. 2002)’ 판례가 있다. 사건 개요는 1994년 ABC 방송국이 의학 연구소가 의학 검사 결과를 잘못 판독한다는 제보를 받고, 위장 취업을 통해 의료 실험실 관리 상담사로 취업해 병원 내부의 정보에 접근해 취재를 진행한 한편 관련된 개인들의 의료 정보도 수집해 보도했다. 이에 의학 연구소는 언론이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개인 의료 정보를 수집해 보도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연방 항소 법원은 공익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보다 중요하다며 네트워크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및 무단 침입 주장을 기각했다.

마지막 판례는 ‘푸드 라이온 v. ABC(Food Lion, Inc. v. Capital Cities/ABC, Inc, 1997)’ 사건이다. 사건 개요는 전국 식품점 체인을 갖고 있는 푸드 라이온이 유통기한이 지난 육류를 판매한다는 제보를 접한 방송국(ABC)는 기자들을 위장 취업시켜 업체의 불법 행위를 촬영해 보도했다. 업체는 이에 대해 방송국과 기자들을 위장취업에 따른 사기죄, 무단 침입에 따른 사생활 침해, 피고용인으로서의 고용인에 대한 신의 파기죄, 그리고 보도된 내용에 의한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BC가 저지른 위장취업에 따른 사기죄 및 신의 파기죄와 무단 침입을 한 위법적 행위를 인정, 550만 달러 이상의 징벌적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 2심인 항소 법원은 사기 청구와 이에 따른 약 317만 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기각했지만 충성도 위반에 대한 2달러의 배상금은 유지했다. 즉, 취재 활동을 위해 개인 시설에 접근하기 위해 채용 신청서를 거짓으로 작성할 경우, 언론인은 무단 침입이나 기타 범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리하자면, 미국 법원은 언론의 보도가 공인의 명예를 훼손한다 할지라도 공적인 인물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실질적 고의성이 없을 경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다. 이 같은 법리적 토대 위에서, 즉, 공공의 이익 우선이라는 함정취재 관련 판례를 쌓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언론인의 불법 취재 행위에 대한 면죄부 또는 특권을 의미하지 않지만, 보도 내용이 공익(실질적 진실, substantially true)에 더 부합하다면 언론이 갖는 ‘제 4부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족 : 영국 BBC는 윤리 강령을 통해 취재과정의 윤리성을 갖추기 위한 법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위 칼럼은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뉴스레터 'LACY 톡톡'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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