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동관)의 공영방송 이사 교체에 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MBC 대주주) 이사가 낸 해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방문진법이 방문진 이사의 임기를 보장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BC의 공적 책임 실현과 방송의 자유·독립을 위해 방문진 이사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1일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는 김 이사의 해임처분 효력을 본안소송(해임취소 소송)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김 이사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해임사유는 유사하다. 하루 전 권 이사장 항고심 재판부는 해임처분 효력 정지를 유지시켰다. 

방통위가 제시한 김 이사 해임사유는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관계사 경영손실 방치 ▲MBC 사장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부실 검증 ▲MBC 특별감사에 대한 부정적 파견을 거부하지 않고 감사 독립성 침해 등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MBC 경영손실은 이사 부임 이전에 일어난 일 ▲MBC 사장 선임은 시민평가단 평가와 이사회 논의 통해 결정됐다는 점 등을 반박근거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문진 이사는 방문진의 설립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임명된 사람으로서 방문진법은 이사에 대해 결격사유와 임기만을 규정하고 있고 별도로 징계절차나 해임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므로 방통위에게 방문진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의 특정한 행위를 해임사유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임기를 법률이 명시적으로 보장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그 의사를 결정하였거나, 그 심의·의결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며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해 김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달리 방문진 이사회가 그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이 소명되지 않는다"며 "또한 김 이사는 2021년 8월 13일 이사로 임명되었으므로 이 사건 해임사유 중 그보다 과거에 있었던 MBC 및 그 관계사의 경영상 잘못이나 방문진에 대한 감사지적 사항에 대해 과연 김 이사가 관리·감독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를 해태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9월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해임 절차 진행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9월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해임 절차 진행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재판부는 김 이사가 안형준 MBC 사장 후보자에 대한 특별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방통위의 주장에 대해 ▲방문진 이사장은 이미 특별감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관계로 이사회를 소집할 여유가 없어 이를 생략했던 점 ▲김 이사가 MBC 특별감사에서 감사 업무의 독립성·공정성 등을 해칠 만한 행위를 했다고 볼 사정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이사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김 이사의 직무수행이 MBC의 공정성, 공공성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역할에 부응하지 못해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김 이사가 본안에서 승소할 가망이 전혀 없어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김 이사의  잔여임기 내에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 해임이 단순히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해임효력을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김 이사 해임처분의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그것이 김 이사가 입을 손해를 희생하고서라도 지킬 만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가 주장하는 공익상 필요가 김 이사가 입는 손해를 희생하더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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