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단식이라는 건 극단적인 전술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동원한다. 보통 독재 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의 사례를 말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형참사 희생자 유족의 사례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말 그대로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단식을 했다. 단식을 그만둘 방편이 없으니 40일, 50일, 60일까지 기록도 늘어난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살 수 없으니 소금이나 효소를 섭취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한다. 생명은 유지되지만 몸은 비쩍 마른다. 그러한 장면에서 나오는 숭고함이 곧 메시지가 된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서 그러한 메시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 당원 및 지지자들이야 안타까움과 정권을 향한 분노를 느끼겠지만 그 울타리 바깥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려울 듯하다. 어찌됐건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1당으로 ‘더 이상 방법이 없는’ 처지에 놓인 게 아닌 것처럼 보이는 데다 단식 그 자체보다는 단식을 둘러싼 정치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단식 나흘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단식 나흘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국정 기조 전환과 개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공표 및 국제기구 제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받아들여질 거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거나 누구를 임명하지 말라는 등의 요구라면 수용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점이 있지만 이건 그렇지도 않다. 결국 단식은 이재명 대표가 실려 나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여당은 검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사 일정 조율이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과정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의 수사 일정 조율이 어려우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설명하고 있다. 수사는 관계가 없는 거다.

다만 구속 여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건강 문제 등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전에 더 중요한 건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다. 검찰의 시간표대로 따져 본다면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는 시점은 9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시점으로 따진다면 2주 이상 지난 시점이다. 그때 쯤이면 이재명 대표는 아마도 자리에 누워야 할 것이다. 대표가 누워 있는데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하니 체포동의안 가결시켜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당내 인사가 있을까? 쉽지 않을 거다.

결국 어떤 시나리오든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본인에게 유리한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거다. 이건 단식으로 결국 뭔가를 막았다든지 아니면 막지는 못했더라도 최소한 결기를 보여줬다든지 하는 결과론적인 평가와는 다르다. 따라서 지금 이런 방식의 단식은 어떤 방식으로든 ‘꼼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이 카드를 굳이 들고 나왔다는 건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지지층만 보는 정치에 매몰돼있거나, 그런 ‘꼼수’를 통해서만 돌파 가능한 정국이라고 특별히 판단했거나, 그냥 그런 정도의 정치관의 반영이거나.

여론조사마다 들쭉날쭉 하다고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최근에는 ARS조사에선 높고 전화면접조사에선 낮은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데 ARS에서 높게 잡히는 지지층은 결집하지만 전화면접에서 상대적으로 넓게 잡히는 중도층은 더불어민주당을 별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여당 지지로부터 실망해 이탈한 중도층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태로, 단식이라는 승부수(?)로 그게 가능할까?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토론 중에 직접 언급하기도 한 ‘조우형 커피 의혹’이 코미디 비슷하게 되고 있는 것은 어떤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 당시 검찰이 대장동 세력을 ‘봐주기’한 게 문제의 시작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만배 씨가 대출 브로커 역할을 했고 이후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가 되는 조우형 씨를 박영수 전 특검과 연결해줬다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걸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어보려면 고리 하나가 더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선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김만배 씨 발언을 녹취해 보도하도록 한 게 이 ‘고리’ 역할을 했다.

그런데 검찰은 김만배 씨, 조우형 씨, 남욱 변호사 등을 수사한 결과 이 보도가 김만배 씨의 의도에 의해 사실상 조작된 결과로 본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남는 문제는 뉴스타파 보도의 ‘의도’인데, 신학림 전 위원장이 1억 6500만원을 수수한 걸 볼 때 의심스럽다는 게 검찰의 시각일 것이다. 여기에 반박을 하려면 1억 6500만원을 수수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책 세 권을 판 값이라고 하는 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아무리 공을 들인 책이라 해도 누가 한 권당 5천만 원 정도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하는 건 ‘돈을 주겠다’는 취지다. 이걸 몰랐을 리 없다. 제대로 설명을 못하니 이런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대장동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한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그게 뭐든 지금의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거다. 한때는 ‘연말 거취 정리설’도 있었지만 단식은 거기로 가는 길도 좁힌다. 9월에 체포동의안 얘기를 한참 하고 나면 10월은 재보궐선거 국면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강서구청장 재선거는 야당에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일 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이재명 대표의 당내 위상은 어떻게 될까? 이재명 대표는 단식에 돌입할 때 이미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이게 구속 사유가 된다고 보느냐”고도 했다. 정권을 다시 되찾고 싶은 마음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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