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 압박하는 윤석열 정권  

여권은 대선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를 비판한 언론사들에 대해 고발·취재배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3월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유세현장에서 돌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을 '민주당 정권 친위대'로 규정하고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윤 후보,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말한 녹음파일을 보도했다. 

대선 기간 윤 후보의 40년 지기 지인을 방문취재했던 UPI뉴스 기자들은 주거침입죄로 고발당해 기소됐다. 한겨레 기자는 대통령 관저 변경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공관 방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성명불상자'에게 고발당했다. 한겨레 확인 과정에서 경찰은 고발인이 '국민의힘'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직후 비속어 논란을 빚자 관련 보도를 '악의적 가짜뉴스'로 규정, 이를 최초 보도한 MBC를 문제 삼았다. 이후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고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국민의힘은 ▲박성제 사장 등 MBC 관계자 고발 ▲MBC 민영화 주장 ▲MBC 광고 중단 압박 등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의 사전 리허설 장면을 방송한 YTN에 대해 법적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TBS·YTN·MBC 등 공영·준공영방송 민영화 압박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지난달 15일 단독으로 TBS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TBS는 2024년 1월부터 서울시 출연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TBS는 전체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특정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이유로 공영방송의 공적재원 근거를 삭제한 초유의 사태가 한국방송 역사에 남게 됐다.

서울시는 TBS 조례 폐지안과 별개로 TBS에 대한 예산삭감을 진행, TBS는 직원 인건비만 충당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TBS 민영화 압박 과정에서 이강택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 등 TBS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은 올해를 끝으로 폐지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가 진정한 의미의 공영방송이 된다면 출연금 지원 재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YTN의 사영화가 현실화됐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 30.95% 매각 방침을 확정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한국일보가 YTN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주장하며 MBC 민영화를 거론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기구, 이하 방문진) 등에 대한 감사·조사에 나섰다. 방통위에 대한 감사는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방통위 직원들을 상대로 면담조사와 PC 하드디스크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을 진행했다. 이후 감사원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이 있다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세 차례의 방통위 압수수색, 일부 종편 심사위원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등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KBS와 방문진에 대한 감사·조사는 보수단체의 국민감사청구가 발단이다. 지난 8월 감사원은 보수성향 KBS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국민감사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개시했다. 9월 실지감사에 돌입한 감사원은 당초 10월 말까지 감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연말로 감사 기한을 연장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보수단체가 제기한 방문진 국민감사청구를 심사하기 위해 방문진에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대부분 MBC 경영 관련 자료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주식회사인 MBC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국민감사가 청구됐더라도 감사원이 곧바로 감사에 착수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국민감사청구 감사착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감사청구 평균 감사착수율은 11%에 불과했다.

TBS
TBS·YTN·MBC·KBS 사옥

미디어 분야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공개 압박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은 한상혁 위원장 등을 향해 "국무위원도 아닌 사람들은 국무회의에 올 필요가 없다"며 거취를 판단하라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을 상대로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고발한 ▲채널A 재승인 보류 의혹('권언유착' 의혹) ▲농지법 위반 의혹, 보수단체가 고발한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 등이다. '권언유착' 의혹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 및 반론보도'로 판가름됐다. 경기방송은 재허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고 경영진 법위반 행위가 드러났으나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받았다.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한상혁 위원장은 농지법령에 따라 관할구청에 신고했다는 입장이다. 

정연주 위원장에 대한 고발은 국민의힘에 의해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정연주 위원장 등 방통심의위 위원들과 전·현직 직원들이 MBC와 TBS를 '봐주기 심의'했다고 주장했다. 공당이 프로그램 심의를 문제삼아 방통심의위 위원과 직원을 형사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신라젠 투자 의혹' 보도를 심의·의결하지 않는 데 국민의힘 추천 방통심의위원들도 동의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1월 28일 방송분에 대한 심의는 방통심의위가 아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실시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미디어부처 통합 없어… 공약 '미디어혁신위'는 실종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운영 기간을 가졌지만 정부조직개편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통위·과기정통부·문체부·공정위 등으로 분산돼 있는 미디어 정책 기능 조정도 재차 미뤄졌다.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걸맞는 미디어 부처 통합·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학계·업계·시민사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석열 인수위는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포함시킨 거버넌스를 모색하겠다며 대통령 직속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를 공약했지만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관련 논의는 증발된 상태다. 미디어혁신위는 소유·광고·편성·허가·심의 등 미디어 시장 전반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한시적 '컨트롤 타워'로 설정됐다. '옥상옥'이라는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짜여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없는 기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돌연 분산된 미디어 정책 기구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과천에 위치한 방통위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방통위가 세종에 있는 과기정통부·문체부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여권의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 압박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방통위가 연내 마련 약속한 온플법과 새 미디어법

방통위는 올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는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온플법),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부합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온플법 논의는 실종되었고,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마련은 지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위와 방통위는 권한 다툼을 벌이며 온플법 제정 의지를 보였지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플랫폼 분야 자율규제 원칙이 적시되면서 온플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발하자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플랫폼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아야 한다며 뒤늦게 방향을 틀었지만 현재까지 관련 입법 논의는 없다. 

방통위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연구는 2년이 되어가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12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방통위는 기획조정관 주관으로 새로운 미디어법을 논의하는 연구반인 '미디어정책연구협의체'를 발족했다. 연구반에는 성동규 중앙대 교수,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 등이 참여한다. 성동규 교수는 윤석열 인수위에서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제안한 인물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상임위 통과

12월 2일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총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시청자위원회·학계·방송직능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이사를 정치권이 추천하는 오랜 관행을 깰 입법절차가 첫 발을 뗐다. 관련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이 동의해 국회에 회부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을 '민주당·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상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인 학회, 시청자위원회, 직능단체 등을 싸잡아 '친민주당·친언론노조 세력'으로 규정하고, 법안 본회의 통과 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를 전부 정치권이 추천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민주당의 법안처리 의지가 확고하다면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순탄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현재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이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로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는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과방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개 언론현업단체가 '공영방송 정치독립 입법 총력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개 언론현업단체가 '공영방송 정치독립 입법 총력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카카오 '먹통‘, 대한민국 일상이 멈췄다

10월 15일 오후 3시경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서비스가 통째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카카오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완전 복구되는데 127시간이 소요됐다. 카카오에는 10만 5천여 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SK 판교 데이터센터는 비상전력공급시스템 등 전력공급 이중화를 하지 않았고, 카카오는 핵심 기능 서버를 판교 데이터센터에 몰아놓은 채 데이터 구동시스템을 백업해놓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플랫폼 기업들이 안전 체계에 투자를 게을리 한 탓에 국민들의 일상이 멈춰선 인재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사고는 규제로 이어졌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데이터센터의 이중화·이원화 조치 ▲플랫폼 사업자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이행 자료 제출 등을 규정했다. 

카카오가 지난 29일 '1015 피해자지원 협의체'가 수립한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전국민 대상 이모티콘 3종 지급 ▲매출 손실 규모액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30뭔 이하 3만원, 50만원 이하 5만원) 등이다. 카카오의 피해보상은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이모티콘 지급이라는 낮은 수위의 보상안이 나왔지만 법적 보상 근거가 없는 무료서비스 이용자에 대해 보상을 실시한 선례가 남게 됐다. 

10·29 이태원 참사와 언론보도

10월 29일 서울 용산 이태원 핼러윈 축제 당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0·29 이태원 참사 다음날 ‘자극적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SNS 게시물이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재난보도준칙 준수를 당부했다. 참사 초반 언론은 ‘누군가 고의로 밀어 참사가 발생했다’는 온라인상 주장을 바탕으로 ‘토끼머리띠 남성이 밀었다’, ‘유명인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했다. 

정부의 안전 대책과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정황이 나오는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주최측 없는 행사는 안전 대책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야당 비판에 집중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여당 인사의 망언을 전하며 야당이 참사를 윤석열 정부의 공격 소재로 삼는다고 비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참사 유가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비판 받았다. 일부 언론은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의 사진을 공개했음에도 과도하게 흐림 처리를 해 비판 받았다. 회견을 준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유가족 얼굴과 영정사진에 모자이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 차례 공지했다고 밝혔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사진=연합뉴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사진=연합뉴스)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성 인정... ‘방송지원직’으로 대응하는 방송사

2022년 6월 법원이 처음으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방송지원직 복직’과 같은 꼼수로 대응했다. KBS와 MBC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방송작가들을 방송지원직이라는 별도 직군을 신설해 복귀시켰다. KBS 방송지원직은 일반 직원 운영지침에 없는 연 1회 이상 근무성적평가를 받아야 한다. MBC는 일반직원에게 휴가 하루당 ‘1일 임금180%’를 지급하지만 방송지원직에게는 휴가보상수당만 지급한다. ‘방송지원직’은 호봉제가 아닌 개인연봉제를 적용받아 급여 인상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는다.

이 같은 문제는 방송작가 직군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9월 중앙노동위원회는 CBS경남에서 근무하다 해고 통보를 받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경남CBS는 원직이 ‘프리랜서’였다며 정규직 전환 요건을 갖춘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복직시켰다.

KBS 드라마 '미남당' 스태프 10여 명은 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제작사에 요구했다가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미남당' 제작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스태프 32명 전원의 노동자성을 인정, 주52시간제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제작사에 ▲위반 사항에 대한 개선계획서 제출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수당 1150만 원 지급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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