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정부, 미디어, 학계, 시민단체들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논의가 진전됐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7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EBS가 후원한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공영방송 역할 모색> 세미나에서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다뤄지면서 방향성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한국방송학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심 교수는 지난해 10월 22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 리터러시 인식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응답자의 23.2%(516명)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률은 7.7%(172명)에 불과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접한 경로는 학교라는 응답이 9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온라인 교육자료 57건, TV 프로그램은 31건이었다. 

심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들어본 적도 없는 가운데 미디어 관련 모든 위험을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으로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결국 개념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삶에 잘 수용될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가 모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EBS 관련 프로그램들은 미디어 기술·제작 역량 강화 방법, 온라인 폭력, 미디어 중독, 가짜뉴스 등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주요 내용이었다”며 “결국 개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그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결론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27일 열린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공영방송 역할 모색'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27일 열린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공영방송 역할 모색'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EBS는 지난 2002년 어린이 미디어 교육프로그램 <와우! 미디어 탐험>을 시작으로 학생이 직접 뉴스 리포트를 제작·방송하는 <스쿨리포트>를 기획했다. 또 문해력 강화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 장년층 대상 디지털 교육프로그램 <디지털 할배> 등을 제작했다.

심 교수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미디어가 작동하는 방식, 세상을 재현하는 방식, 콘텐츠가 생산되고 상용되는 방식 등에 대한 이해와 같은 본질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사에서 내세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콘텐츠는 표면보다 더 본질까지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 교수는 미디어프로그램의 모듈화를 통해 이용자의 접근을 수월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미리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유럽 미디어 리터러시 기관과 영국 공영방송 BBC의 미디어 리터러시 콘텐츠를 소개했다. 유럽은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해 지난 2015년 1월 27개 국가와 유네스코가 참여하는 전문가 그룹을 발족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BBC는 Bitesize라는 학습 사이트를 개설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 BBC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My World Media Literacy’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문 교수는 “BBC의 미디어 리터러시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영국인이 아니어도 영어를 할 줄 알면 콘텐츠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글로벌 시민과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식채널 등을 통해 미디어리터러시 전문가 강연이나 대담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국내 전문가뿐 아니라 해외의 유명한 미디어 교육 전문가를 섭외하여 최근 동향이나 정책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청소년 참여가 중요해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청소년들이 직접 방송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비평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