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한상희 칼럼] 최근 언론인권센터가 주관한 두 개의 토론회장에서 '미디어리터러시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놓는 토론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나는 성범죄와 아동학대범죄 보도에 한해서 댓글 창을 폐지하자는 내용의 발제에 대해 한 토론자께서 댓글을 닫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하셨다. 또 다른 토론회에서는 더 이상 진전없이 멈춰버린 언론피해구제법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발제에 대해 한 토론자께서 언론인들을 위축시키는 법적제재보다는 미디어 리터리시를 강화하여 이용자들이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두 분의 말씀에 놀랍고 기뻤다. 드디어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미디어현업에 계신 분들이 이렇듯 강조해 주시니 앞으로 우리의 미디어 이용 환경은 정말 좋아질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오늘 시작하면 한두 달 후에는 모두들 알아서 기사들의 팩트체크를 하고 문제가 있는 기사에 대해서는 '악의적 보도가 분명하지만 법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우리 이용자들이 이 언론사에 대해 보이콧을 해야겠다'라며 행동에 옮길 수 있을까? 또는 보도의 댓글 창에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의 댓글을 모두 알아서 쓰지 않으며, 혹여 그런 글이 발견된다 해도 이용자들이 대댓글을 통해 '이런 글은 2차 피해를 유발하니 쓰지 맙시다'라고 자정능력을 발휘하고 긍정적인 공론장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위 세기말이라고 하는 90년대 후반에 '방송 바로보기'라는 이름으로 시작, 지금까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현장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 나로서는 사실 두 토론자의 발언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너무 쉽게, 지금 당장의 문제를 떠넘기기 위한 방패로 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교육을 통해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것이 미디어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에 의한 피해들을 구제하는 데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리터러시' 즉 '문해력'이라는 것은 글자를 익히고 단어의 뜻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미디어를 이해하고 그 메시지들을 분석하며 그것을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사회적 맥락과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만 교육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인 만큼 교육대상과 기간도 넓고 길게 잡아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야말로 미디어 리터러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빵'이 아니다.

언론이나 미디어로 인한 문제들에 대한 처방은 단기와 장기가 모두 필요하다. '법'의 틀 안에서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보호받고 언론들이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단기적인 처방이라면, 미디어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장기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저널리즘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들을 찾아내는 과정이기에 '우리(미디어)가 마구잡이로 던져놓은 것들을 알아서 분별하고 판단하시길...'이라는 식의 접근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태도이다. 미디어업계가 진심으로 우리의 미디어 환경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는 궁극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의 확산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한상희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6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