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을 퇴사한 전직 노조위원장이 민언련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접수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인사·업무에서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업무차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민언련을 퇴사한 고은지 전 노조위원장은 최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 전 위원장이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는 민언련 재직 당시 명확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되고 인사발령 조치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 전 위원장은 인권위에 '노조 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민언련이 자신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인권위는 지난 8일 해당 사건에 조사관을 배정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고 전 위원장은 2019년 4월 민언련에 홍보 담당으로 입사해 2년여 간 영상 콘텐츠 제작 업무를 수행해왔다. 고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민언련 노조를 조직한 초대 노조위원장이다. 민언련 노조는 지난해 12월 9일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마련을 위해 민언련 사측과 처음 예비교섭을 벌였다.

민언련 노조가 처음 교섭을 벌인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0일, 고 전 위원장은 영상 제작업무에서 배제됐다. 당초 민언련은 12월 20일 송건호 선생 20주기 세미나를 앞두고, 11월 말 고 전 위원장에게 영상콘텐츠 제작 업무를 맡겼다. 고 전 위원장은 기획 단계부터 민언련 간부의 확인을 받아가며 영상제작 업무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1차 영상본이 완성된 당일 민언련 간부가 돌연 영상제작을 외부업체에 맡기겠다고 통보했다. 민언련 간부는 "영상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 전 위원장에 따르면, 민언련에는 고 전 위원장 외에 영상콘텐츠 담당 인력이 1명 더 있었다. 영상의 질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영상콘텐츠 담당 인력에게 업무를 넘기면 될 일이었다는 게 고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고 전 위원장은 ▲영상의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노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인지 등을 따져물었지만, 민언련 간부는 별도 비용을 들여 외주업체에 업무를 위탁했다는 통보만 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8월 고 전 위원장은 민언련 조직개편 당시 참여소통팀으로 인사이동됐다. 민언련 사측이 8월 초 고 전 위원장에게 제시한 조직개편안에는 영상제작 업무가 사라져 있었다. 고 전 위원장은 민언련 사측과 면담에서 인사이동을 반드시 해야하는 것인지, 인사이동을 받아들이지 않아 퇴사하게 되면 직무 삭제에 따른 사실상의 해고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민언련은 회원관리와 행사 업무를 담당하는 참여소통팀으로의 인사이동 방침을 사실상 통보했다고 고 전 위원장은 말했다. 고 전 위원장은 근로계약서상 자신의 업무와 직무관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서였기 때문에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언련은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발령 조치를 예고했다고 말했다. 고 전 위원장은 민언련에 인사발령통지서를 요청했으나 민언련은 고 전 위원장에게 통지서를 주지 않았다.

고 전 위원장이 참여소통팀으로 발령나고 민언련 업무분장에서 영상제작이 사라졌지만, 민언련 사측은 지난 9월 고 전 위원장에게 민언련 회원 행사에서 쓰일 영상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영상제작 업무를 없앤 민언련 사측이 고 전 위원장에게 영상제작 업무를 다시 지시한 것이다.

고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한 이유가 노조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한 후 시민단체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안팎에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를 민언련 간부들이 간접적으로 전하는 일들이 있었고, 노조 결성 이후 민언련 업무수행 전반에 제약이 생겨났다는 게 고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민언련 노사는 지난해 12월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마련을 두고 교섭을 시작해 약 10개월 만인 지난 10월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18차례의 교섭 과정에서 사측 교섭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는 일이 발생하고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통해 단체협약이 체결될 정도로 노사간 의견차가 컸다.

민언련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업무차별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민언련은 12일 미디어스에 "인권위로부터 해당 사안의 접수 통지 및 그 어떤 답변요청을 아직 받은 바 없다"며 "따라서 인권위에 제출된 진정 내용과 자료 요청사항 등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후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다만 노조 활동 또는 노조위원장이라는 이유로 한 업무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