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 황하영 동부산업(주) 회장이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을 취재 보도한 UPI뉴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언론의 검증을 막는 봉쇄소송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 회장 측은 취재차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UPI뉴스 기자를 주거침입 혐의로 형사고소한 바 있다.

8일 UPI뉴스 측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달 25일 UPI뉴스와 UPI뉴스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무속인 무정과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으며 무정은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인연을 맺게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무정은 황 회장 회사에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1월 25일 UPI뉴스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갈무리
1월 25일 UPI뉴스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갈무리

황 회장은 소장에서 'UPI뉴스가 윤석열 대통령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황 회장이 운영하는 동부산업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불교화를 사진으로 찍어 부적이라고 허위보도해 자신을 무속이나 역술과 가까운 인물이라고 허위보도했다'고 주장했다.

UPI뉴스 기자들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검증하기 위해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황 회장 사무실을 찾아 취재를 진행하고 지난 1월 25일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기사를 보도했다. UPI뉴스는 황 회장 사무실에 걸려있던 대형 액자와 액자 속 그림을 '부적'이라고 보도했는데, 황 회장은 '부적'이 아닌 '불교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황 회장은 소장에서 UPI뉴스에 대한 폭언을 쏟아냈다. UPI뉴스 측에 따르면 황 회장은 소장에 "피고들(UPI뉴스, 기자들)은 허위, 과장, 편파보도를 하는 사이비언론에 불과하다", "이 사회의 암적 존재와 같은 사회악으로 우리 사회의 지적 성숙도로 볼 때 추방돼야 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1월 25일 UPI뉴스가 보도한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 사무실에 걸려있던 그림. (사진=UPI뉴스)
지난해 1월 25일 UPI뉴스가 보도한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 사무실에 걸려있던 그림. (사진=UPI뉴스)

그러나 UPI뉴스가 해당 그림에 대해 무속신앙전문가, 불교계 부적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무속신앙전문가는 "부적 종합선물세트"라고 했으며 불교계 부적전문가는 "정통 불교계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형태"라고 밝혔다.

UPI뉴스 측은 황 회장이 제기한 민사소송과 관련해 언론으로서 공적 인물에 대한 검증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류순열 UPI뉴스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고소 내용 자체가 UPI뉴스를 모독하고 유력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마치 (윤석열 대통령)낙선의 목적, 공직선거법에 저촉이 되는 행위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국장은 "언론의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건 후보 본인을 비롯해 주변인물, 후보를 둘러싼 환경 등을 다 훑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언론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면서 "팩트가 틀린 것이라면 그 부분만 적시해서 법적 대응을 하면 되는데 과도한 표현을 쓰고 위압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권력의 폭력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공직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지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특정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보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이런 식으로 소송을 걸면 언론이 위축돼 공적인물에 대한 검증을 하기 어렵다. 사실상 후보 검증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스는 황 회장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황 회장 측이 UPI뉴스를 상대로 법적조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황 회장 회사 직원이 취재를 위해 황 회장의 사무실을 방문한 UPI뉴스 기자들을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이후 지난 9월 검찰이 UPI뉴스 기자 2명을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하자,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탄압 행위"라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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