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인 황하영 동부산업(주) 회장을 취재한 UPI뉴스 기자들을 주거침입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언론의 취재에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느냐"며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UPI뉴스 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7일 기자 2명은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검증을 위해 강원도 동해시 황 회장의 사무실을 취재차 방문했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무속인 무정스님과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의 아들은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수행을 맡았으며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황 회장이 운영하는 동부산업은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는 삼부토건의 하청업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문 당시 UPI뉴스 기자들은 황 회장을 만나지 못했으며 점심식사 중인 직원 1명을 상대로 기자라고 소개하고 질문을 던졌다. UPI뉴스 기자들의 질문에 이 직원은 대부분 "모른다"고 답했고, UPI뉴스 기자들은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사무실을 나왔다.

UPI뉴스 기자들은 황 회장 아들에 대한 질문을 빠뜨렸다는 것을 알고 약 5분 후 재차 사무실을 방문했다. UPI뉴스 기자들은 "계십니까"라고 말한 후 사무실에 들어갔지만, 황 회장의 직원은 화장실에 간 상태였다.

약 1분 후 황 회장 직원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UPI뉴스 기자들은 "계세요? 다시 왔는데요"라고 재차 인사를 했고, 직원은 "네"라고 답했다. 이후 UPI뉴스 기자들은 약 1분간 황 회장 아들에 대해 질문을 한 후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라고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UPI뉴스 기자들은 5일 후인 지난해 11월 1일 동해경찰서로부터 황 회장 사무실에 무단침입한 사건으로 고소가 접수돼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황 회장의 직원은 자신이 화장실을 간 사이 기자들이 사무실에 무단칩입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은 고소취지, 범죄사실, 고소이유를 각각 1문장씩 들여 총 3문장으로 구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UPI뉴스 기자들을 고소한 고소장. (사진=UPI뉴스 기자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UPI뉴스 기자들을 고소한 고소장. (사진=UPI뉴스 기자 제공)

UPI뉴스 기자들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촉탁조사를 받았다. 이후 동해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일 UPI뉴스 기자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송치했다. 고소부터 송치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7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이관됐으며 UPI뉴스 기자들은 지난 5월 23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1월 25일 UPI뉴스 기자들은 윤 대통령 관련 '무속' 논란이 일자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기사를 작성했다. 황 회장 사무실에 큰 크기에 부적이 걸려있었으며 윤 대통령의 외사촌 최 모 씨가 강릉에서 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지난 14일 남부지검은 UPI뉴스 기자 2명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남부지검으로 사건이 넘어간 후 약 10개월 동안 4번이나 담당 검사가 바뀐 끝에 이뤄진 처분이다. 

1월 25일 UPI뉴스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갈무리
1월 25일 UPI뉴스 '[단독] '측근' 사무실엔 2m짜리 부적…무속·역술에 둘러싸인 윤석열' 갈무리

UPI뉴스 기자들은 검경의 수사와 처분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 기자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취재를 위해 황 회장 사무실을 방문했을 뿐"이라며 "(황 회장의 직원이)나가달라고 요청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한 차례 취재를 위해 방문한 상태에서 재차 질문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기자가 취재차 질문하러 간 것에 주거침입의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백 번 양보해 기소한다고 해도 이런 경미한 사건을 약식기소가 아니라 구공판(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에 부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기자 입장에서 취재 대상을 만나 취재를 한 후 추가 질문이 있어서 다시 올라갔는데 그 사람이 화장실을 갈 것이라는 게 예측 가능한 일이냐"며 "나쁜 의도를 가지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문을 강제로 개방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기자의 행동은 상식적인 범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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