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개시가 어렵다며 검찰청법 개정안, 즉 '검수완박'법을 문제 삼았다. 이를 이어받은 국민의힘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보다 ‘검수완박’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이태원 참사 경찰 대응과 관련해 경찰이 셀프 감찰·수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검수완박 법률개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와 관련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규정이 빠졌다"며 "현재 수사개시 규정으로는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이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을 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를 방어하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입법 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 개정하자. 국정조사보다 그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

검찰청법 제 4조 경찰공무원에 대한 수사 규정

현재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이 꼽히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전부터 '불어난 인파로 사고가 날 것 같으니 통제를 해달라'는 112 신고가 수차례 접수됐지만 경찰이 인력을 출동시키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또 경찰의 특별감찰에서 당시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총경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사고를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이었던 류미진 총경이 당직 중 외출했다가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오후 11시 39분 112상황실에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경찰공무원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이 범한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개시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두 총경에 대한 수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치안총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 등 경찰 지휘라인에 위치한 고위 경찰의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 경무관 이상의 경찰 고위직에 대한 수사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

의지 있으면 '상설특검' 가능

법무부 장관 권한인 '상설특검'도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 제2조 1항 2호는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특검 수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특별감찰은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상설특검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장관이 상설특검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청 지휘라인을 '대통령-국무총리-행정안전부 장관'이라고 선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소재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설특검이 국면 전환용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을 제청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 시행령 개정서 대형참사는 빠져

한 장관은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 직접 수사범위가 6대 중요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축소되자, 시행령을 통해 검찰의 수사범위를 확대했다. 개정된 검찰청법 제4조에 '등'이라는 자구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개념을 재정립해 확대한 것이다.

문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요 범죄들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사실상 유지하면서 '대형참사'에 대해서는 기존 특별법에서 검찰을 수사기관으로 못박은 경우를 제외하고 직접 수사권을 내려놨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권 축소 당시 '대형참사'를 빼자고 제안한 게 국민의힘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4~5월 검경 수사·기소 분리법 관련해 국회의장 중재 과정에서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대 중대범죄 중에서 가장 먼저 흔쾌히 제외할 수 있다고 한 것이 소위 대형참사범죄"라며 "당시 국민의힘은 대형참사가 몇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데 검찰이 안 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원래 입장은 6대 중대범죄에 관한 검찰 수사권의 완전박탈이었다"며 "애초부터 대형참사범죄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겨준 당사자는 바로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서 검찰이 수사하든 경찰이 수사하든 중립성은 어차피 담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경찰이 수사하나 검찰이 수사하나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똑같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태원 참사 자체도 원래 경찰이 기본적으로 하는 경비와 안전관리 문제이기 때문에 검수완박과 관련이 있는 사안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경찰만 잘못했다고 볼 수도 없고, 국민의힘 지자체장들도 문제가 있고, 대통령이 임명한 소위 실세 장관이라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책임이 제일 큰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정권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4일 공수처는 이태원 참사 관련 고발사건을 수사 3부에 배당했다. 앞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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