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표절했다는 논문의 저작자가 자신의 모든 학문적 업적이 박탈당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해당 논문을 심사한 국민대 교수들이 학자의 양심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김건희 씨가 2007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쓴 박사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가 자신이 2002년 발표한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대는 지난 1일 김 씨의 논문 4편에 대한 부정 의혹 재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논문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 교수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직접 김건희 씨 논문과 자신의 논문을 비교했다며 “2장 1절 부분은 100% 똑같다”고 밝혔다. ‘2장 1절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분량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논문 분량으로는 3쪽 정도 되고,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첫 부분”이라며 “완벽한 표절”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 소속의 한 교수가 지난해 9월 17일 김건희 여사 박사 논문 재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대가 해당 논문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구 교수는 “완전히 잘못된 판정”이라며 “(김 씨의) 논문은 인용부호, 각주, 참고 문헌도 없이 몰래 따왔기 때문에 100% 표절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연구윤리 위반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국민대는 김 씨의 논문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에서)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면서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논문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고 모든 부분이 증명돼야 하는 글쓰기”라며 “(김 씨는) 논문의 증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행적 이론을 100% 표절한 것은 아예 논문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대의 판단을 시스템 악행, 제도 폭행이라고 규정한 구 교수는 “앞으로 김 씨의 논문을 다른 사람이 인용할 때 ‘김명신’(김건희 씨의 개명 전 이름)으로 인용할 텐데 그럼 저의 모든 학문적인 업적은 박탈당하게 된다”며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국민대로 인해 피해자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악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구 교수는 “학위 논문은 아주 엄격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져 기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김 씨의) 논문 과정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지도교수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했으면 100% 표절이 이루어지는 것도 밝혀내지 못했겠나, 요즘 논문으로 돈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이 의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필 의혹을 말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구 교수는 “대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지도교수들 사이에서 김 씨의 박사 논문을 봐주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박사 논문이 이렇게 허술하게 작성될 리 없다는 것이 제 추론”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박사학위를 받은 곳이 특수대학원이기에 검증 과정이 다소 부실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구 교수는 “만일 그렇다면 일반 대학원과 똑같은 박사학위를 수여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구 교수는 “누구는 뼈 빠지게 연구해서 어렵게 논문을 쓰고, 누구는 쉽게 논문을 썼는데 똑같이 박사학위라고 하면 공정성에 크게 위배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불공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가 있다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논문을 심사한 교수들이 학자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주장한 구 교수는 “학회, 학교마다 연구 부정행위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몰래 따온 것은 모두 표절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김명신의 논문보다 못하지 않은 논문들이 탈락하고 있는데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학위 논문은 더 엄격해야 한다. 그것이 특수대학원일지라도 학위논문으로 나가는 한, 심사에서 부정이 있어서는 안 되고 또 엄격하게 학문적 절차를 밟아서 해야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김 씨의 논문을 문제없다고 판단한 국민대를 비판했다.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은 7일 성명을 내어 "국민대의 이번 발표는 김건희 씨 논문에 대한 일반 교수들의 학문적 견해와 국민의 일반적 상식에 크게 벗어난다"며 "70여 년간 국민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교수들의 노력과 희생에 먹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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