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대우조선 하청지회 노동자들의 파업이 끝나자 언론은 조선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기획 기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마다 해법은 서로 다릅니다. 

매일경제는 그 원인을 '귀족노조'와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찾습니다. 매일경제는 <대기업 '귀족노조'가 임금 끌어올려…영세기업과 격차 키웠다>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매일경제 7월 27일자 5면 
매일경제 7월 27일자 5면 

매일경제는 이 기사에서 "3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시간당 평균임금 1만 4899원을 받는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3만 2699원을 받는다"면서 '연공서열형 호봉제'가 격차를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봉제로 왜곡된 국내 노동시장의 임금 결정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임금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매일경제의 해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OECD에서 최고 수준의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의 원하청 문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에서 비롯됐습니다. 

매일경제도 기사에서 "그동안 조선업체들은 불황이 오면 하청업체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연화 했다"고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경남도민일보 7월 27일자 3면 
경남도민일보 7월 27일자 3면 

경남도민일보가 전하는 조선업의 원하청 문제의 해법은 매일경제와는 많이 다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6일 열린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 및 해법 모색' 토론회를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현재 조선업이 처한 저임금, 고위험 환경으로는 신규 유입이 어렵다"면서 원하청 관계가 재정립되기 위해서는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구조를 법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원철 부산대 교수는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는 노사협의기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원청에 정규직 만이 아니라 하청노동자 임금 격차나 차별 문제를 공개하고 시정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신문 7월 27일자 18면 
국제신문 7월 27일자 18면 

또 다른 시선이 있습니다. 곽태원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은 국제신문에 기고한 칼럼 <조선업계 사내하청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에서 '조선사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만약 조선사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인 조선사의 통제를 받는다면 이는 사실상 파견에 해당하고 불법파견이 된다"는 거죠. 

곽태원 원장은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대책'에 의하면 사내하청업체는 생산라인의 일부를 배정받고, 조선소의 기계와 시설을 이용하며, 조선소가 제공하는 도구와 재료로 작업을 한다"면서 "이처럼 최소한의 시설이나 자재도 없는 업체라면 하청업체가 아닌 파견업체가 옳다"고 주장합니다.

곽태원 원장도 "조선사 사내하청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원청이 직접 하청업체의 노사관계에 책임을 지고 참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산별교섭을 법·제도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산업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다단계 원하청 구조'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하청 노동자들이며,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얻었었는데, 이는 수많은 하청업체의 희생으로 가능했습니다. 국내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기업과 불평등한 수직적 구조에 놓여 있는 하청업체(중소기업·중견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리고 있고, 청년은 저임금·장시간노동·위험한 노동을 기피하게 되면서 국가적인 고용 시장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재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정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파트너인 '노동조합'에 대해 음해하고 왜곡을 통해 불신을 조장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대기업과 재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신문이라도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무엇이 경제를 위한 것인지' 이성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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