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YTN 시청자위원회가 운영세칙을 개정해 회의 내용에 대한 비공개 기준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최근 시청자위원회가 우장균 사장의 불참에 항의해 회의를 보이콧하는 내용이 회의록에서 삭제됐다.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되고 외부에 공개된다.

김보라미 위원(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24일 열린 회의에서 시청자위원회 운영세칙 개정안을 제안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청자위원장은 임시회의를 소집할 경우 7일 전 안건과 자료를 위원들에게 제공해야 하고, 홈페이지에 회의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영업비밀에 해당할 경우 ▲해악이 발생하는 경우 ▲국가의 안정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공익상 필요한 경우 등을 비공개 사유로 규정했다. 비공개 여부는 시청자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또한 YTN 경영진은 방통위 보고내용, 월간 운영실적 등을 시청자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시청자위원회는 YTN 경영진의 의견을 청취한 뒤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사진=미디어스)

우장균 YTN 사장의 시청자위원회 불참이 이 같은 개정안 마련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우장균 사장은 같은해 11월·12월, 올해 1월 시청자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다. 시청자위원회는 1월 25일 사장 출석을 요구하고, 이날 열린 회의를 보이콧했다.

김보라미 위원은 3월 시청자위원회에서 1월 25일 자 회의 내용이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된 페이지에 들어갔더니 1월 25일 자, 물론 정족수가 되지 않아서 무산됐지만, 그때 회의록이 게시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며 “성원이 되지 못한 부득이한 사정에 대한 토론이 나타나 있고 대표이사가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회의록 내용을 보면 YTN 시청자위원회가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공개되는 것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YTN은 1월 25일 자 회의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3월 회의록에서 김보라미 위원의 관련 발언을 삭제했다. YTN은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에 시청자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김 위원 발언이 삭제됐다.

김보라미 위원은 4월 회의에서 “3월 자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진술이 다 빠져 있다”며 “회의록에서 언급한 부분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 이 부분을 빼는 것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 부분은 다시 복원해야 한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웅진 YTN 시청자센터장은 “방송·편성 등 내용에 대한 것들이 아닌 것들은 꼭 올려야 될 의무 사항이 아니다”면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 넣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회의 때 사적이거나 개인적인 얘기거나 이런 부분들은 빼고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김보라미 위원이 “오늘 내가 말한 것도 전부 비공개할 것인가”라고 묻자 신 센터장은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신 센터장은 1월 25일 자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방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랬더니 (방통위가)그 내용은 홈페이지에 올릴 일은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원용진 시청자위원장(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은 “(YTN이 1월 25일 자 회의록을) 방통위에 가감 없이 그대로 보고했을 때 혹시 불이익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말씀을 줬다”면서 “(시청자위원회) 회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회의록을 올릴 때 일부분 발언한 내용이 빠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내용을 삭제할 때는 동의를 구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임태훈 위원(군인권센터 소장)은 세칙 개정을 통해 회의록 작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위원은 “룰도 안 정해놓고 합의점도 없이 가면 나중에도 대부분 갈등 요소로 남을 개연성이 높다”며 “정확하게 회의록을 어떻게 작성할지에 대한 부분, 공개할 부분, 방통위에 보낼 것 그리고 우리가 남겨놓을 것, 이것이 다 같아야 하냐 아니면 각각 달라야 하냐 이것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보라미 위원은 “다음 달(5월) 시청자위원회 전까지 제가 세칙을 같이 공유하면 앞으로 이런 이슈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고 밝혔다.

YTN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인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시청자위원회에 대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처장은 “현재 시청자위원회는 보도·프로그램 사후 비평 수준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시청자위원회에 대한 법, 제도가 받쳐주지 않고 있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했다. 방송법은 시청자위원회의 권한과 직무, 위원 구성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방송사에 일임하고 있다.

신미희 처장은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등이 심각한데, 시청자위원이 의견을 내면 ‘이건 시청자위원회 소관이 아니라’라며 배척하고 있다”며 “시청자위원회가 정말 시청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최고 의사결정 구조인가. 이런 부분이 제대로 논의되고 검토돼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