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동준 칼럼] 4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짐작케 한다.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미디어 관련 법·체계 정비’, ‘규제 완화’, ‘진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미디어 전반의 법·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선 중에도, 전반적인 미디어 분야의 정비를 위해 위원회 구조의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디어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것이 새로운 정부 기구인지, 자문기구인지, 사회적 논의기구인지, 그 역할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4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성중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가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먼저, 미디어 전략 컨트롤 타워라는 혁신위의 위상을 납득하기 어렵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야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미디어 관련은 신문이나 정기간행물은 문체부가, OTT 등은 과기부가, 방송 관련해선 방통위가 담당하고 있다"며 "혁신위에서는 미디어 전반에 대해 전체적인 정책을 구상하고, 그것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서 각 부처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분산되어 있는 미디어 관련 정책을 혁신위에서 총괄 및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한시적 기구임을 밝혔다. 이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방통위, 과기부, 문체부 등 세 부처의 컨트롤 타워가 사라질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 기구라고 보기 어려울 뿐아니라 이해하기도 어렵다.

또한 사회적 논의기구라고 볼 수도 없다. 인수위 브리핑이나 발표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싱크탱크”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있을 수 있으나,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직접적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새 정부의 혁신위에 대한 구성과 운영방안, 의제 등이 밝혀진 바 없다. 그런데 인수위에서는 미디어 관련 내용을 들고 나왔다. 규제 혁파안으로 ▲지상파·종편 허가·승인기간 5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과 외국인의 지상파·종편 소유제한 규제 개선 ▲지상파-지상파 및 지상파-유료방송 간 겸영제한 개선 등이며, 미디어 공정성 확립 방안으로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 폐지와 협약제도 도입 ▲공영방송 경영평가 제도 개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즉,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도출되어야 할 방안들이 이미 인수위를 통해 제시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부 기구도, 사회적 논의기구도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한시적 자문기구의 형태가 될 수 있을 텐데, 자문기구가 정부 부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즉, 인수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혁신위는 그 위상과 역할 등 모순된 지점이 많고 이상하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미디어 전반에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수위와 새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게다가 미디어 영역은 언론의 기능을 포함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부의 규제나 관리는 언론 통제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 부처를 포함한 어느 집단도 이를 단독으로 수행할 능력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논의기구를 염두에 둔 계획이라면, 동의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 미디어 정책과 관련하여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데 사회적 합의기구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운영된 방송개혁위원위원회(이하 방개위) 등이 대표적이다. 방개위의 논의는 2000년 통합방송법으로 이어졌으며 방송위원회(종합유선방송위원회+방송위원회) 설치의 근거가 되었다. 향후 구체화될 새 정부의 혁신위가 다양한 논의와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구조로 설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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