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연합뉴스는 4월 4일 오전 5시 <김건희 여사, 윤 당선인 취임 전 공개활동 개시 검토>(한지훈 기자)를 보도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윤 당선인 취임 전 공개 활동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익 활동 등을 통해 공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으로 ‘독자 제공’ 사진과 함께 보도됐습니다.

대선 기간 김건희 씨는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배우자 리스크’를 겪고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자 사과 기자회견 후 두문불출해왔는데요. 그러던 김 씨가 윤 당선자 당선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김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규명이나 대통령 배우자로서 역할보다는 ‘김 씨가 경찰견에 보인 애정 어린 시선’이나 ‘김 씨 패션’ 등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대다수였습니다.

‘김건희 동정’ 기사를 포털사이트 메인에 배치한 언론(2022/4/4) *네이버 메인, 4월 4일 오전 기준

‘완판녀 등극’ ‘재활용 코디’ ‘검소’ 김건희 찬양‧미화 노골화

연합뉴스를 통해 김건희 씨 모습이 공개된 후 언론은 비슷한 구도의 사진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우후죽순 내놨습니다. “(김 씨가) 격식 없는 후드티와 청치마 차림으로 자신을 경호하는 경찰특공대의 폭발물 탐지견을 끌어안았다”거나 “보통 사람들이 무서워 피하는 대형견이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김 여사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너무 귀여워서 데리고 자고 싶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등 김건희 씨의 소박한 차림새와 소탈한 모습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전파됐습니다. 같은 날 김 씨가 공개로 전환한 SNS 내용 하나하나에도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부터 불거진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 필요성을 언급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김건희 씨 슬리퍼와 후드티에 주목한 기사 목록(2022/4/4~4/6) ©민주언론시민연합

이튿날인 4월 5일, 언론은 김건희 씨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행태를 한층 더 노골화했습니다. 김 씨 사진에 등장한 슬리퍼에 주목한 겁니다. 가장 먼저 기사화한 건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4월 4일 <“벌써 품절됐다” 김건희가 신은 슬리퍼, 의외의 가격>(김명일 기자)에서 김 씨 슬리퍼 가격과 지지자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김 씨가 신고 있는 슬리퍼 가격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했지만, 김 씨 팬카페에 지지자들이 올려놓은 게시물이나 사진을 캡처해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김 씨가 신은 슬리퍼로 추정되는 제품은 약 3만 원대”로 “김 씨 팬클럽에서 지지자들은 해당 슬리퍼 사진을 공유하며 ‘나도 사고 싶은데 (일부 사이트에서) 벌써 품절됐다’ ‘완판녀 등극’ ‘검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며 시시콜콜한 내용을 기사에 옮겼습니다.

김 씨 후드티에 주목한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그 후드티·슬리퍼 이때도 입었네? 김건희 ‘돌려입기 패션’ 화제>(4월 6일 고석현 기자)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 여사의 ‘재활용 패션 스타일링’이 6일 화제가 되고 있다”며 “(최근 공개된 사진에서 김건희 씨가 입은) ‘자주색 후드’는 김 여사가 지난 2월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찾았을 때 입었던 아이템”이며 “당시 김 여사는 ‘자주색 후드’ 위에 ‘회색코트’를 더블레이어드했고, 뿔테 안경과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 포인트를 줬다”고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서울경제는 <“후드티 돌려입으신다”…김건희 ‘재활용 코디’ 화제>(4월 6일 김민혁 기자)에서 “수수하고 검소한 우리 건희여사님~ 새벽기도 가실 때랑 산책 하실 때 같은 후드티네요”라고 말한 김건희 씨 지지자 발언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씨 슬리퍼와 후드티에 주목한 기사들은 김건희 씨 팬카페에 있는 지지자 발언이나 게시물 등을 옮긴 것이 많았는데요. 이러한 기사들이 김건희 씨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것 외에 어떤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김건희 씨 패션을 언급하며 찬양‧미화하는 기사(2022/4/4~4/6)

김건희 패션 언급 가장 많았던 조선미디어그룹

김건희 씨 슬리퍼와 후드티 등 김 씨 패션과 관련된 기사를 가장 많이 내놓은 언론은 조선미디어그룹입니다. 기사 제목만 살펴봐도 5건이나 되는데요. 4월 4일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김 씨 슬리퍼에 주목한 데 이어 조선비즈는 <3만4000원짜리 김건희 신발, 공개 하루 만에 ‘품절’>(4월 5일 손덕호 기자)에서 “(김 씨가 신은) 신발은 사진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품절”됐다고 전했습니다. “신발의 정가는 4만4000원으로, 1만 원 할인한 3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 중인) 사이트를 ‘찜’한 경우, 추가 할인이 더해져 3만3300원에 살 수 있다”는 구매정보까지 자세히 전했습니다. “5일 오전 9시 현재 사이즈 225mm부터 255mm까지 ‘품절’된 상태”로 “남성들의 발 사이즈에 맞춘 260mm부터 285mm까지는 재고가 남아 있다”는 재고 상황도 전달했습니다.

월간조선은 <단독/김건희와 김정숙의 안경>(4월 5일 최우석 기자)에서 “(김 씨가 쓴 안경테의) 가격은 10만 원”이라며 김 씨가 안경을 구입한 안경원 대표까지 취재해 “(김 씨는) 항상 가볍고, 편안하고 저렴한 안경테를 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숙 여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착용한 안경테가 “40만 원 후반~50만 원 후반”이라며 김건희 씨 안경테 가격과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최우석 기자는 “비교할 게 없어서 안경테 값을 비교하느냐고 지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불거진 청와대 특활비 공개 요구 논란을 언급하며 “판단은 국민과 독자들의 몫”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김건희 씨 패션에 주목한 조선미디어그룹 기사(2022/4/4~4/5)

대통령 당선되면 ‘의혹’ 외면하는 언론

윤석열 당선자 배우자 김건희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윤석열 당선자가 검찰총장 청문회에 나설 때부터 제기됐습니다. 2020년 2월 뉴스타파는 김 씨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이 2013년 내사를 벌인 사실을 보도했는데요. 관련 보도를 이어오던 뉴스타파는 올해 2월엔 검찰 공소장과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제시하며 더 이상 ‘주가조작 의혹’이 아니라 ‘주가조작 전방위 연루’라고 보도했습니다.

김 씨를 둘러싼 의혹 중에는 허위이력 의혹, 국민대 박사논문 표절 의혹 및 숙명여대 석사논문 표절 의혹 등도 있습니다. 김 씨는 이 중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26일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요. 다른 의혹은 아직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선 기간 언론은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김건희 씨에 대해 도덕성과 자질 측면에서 많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런 의문은 대선이 끝났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의혹이 해소된 후에야 사라질 수 있죠.

언론은 대선 이후엔 당선자에게 후보 시절 제기된 의혹을 외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명박 씨는 2007년 대선 기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실소유 의혹을 받았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언론은 해당 의혹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씨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미국 소송비와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및 추징금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물론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씨와 최순실 씨의 연루 의혹은 계속 제기됐지만, 2012년 박근혜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언론은 해당 의혹을 외면했습니다.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났고, 박근혜 씨는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습니다. 2021년 1월 14일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 및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혐의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국민을 대신하는 언론이 당선자와의 허니문 기간을 이어가며 마땅히 물어야 할 질문을 뒤로 한 채 의혹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또다시 반복되는 대통령의 말로(末路)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4일~4월 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김건희’로 검색된 관련 기사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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