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만찬 회동이 열렸습니다. 대선 이후 19일 만에 성사돼 2시간 36분간 이뤄졌는데요. 그동안 대통령과 당선자 간 회동 중 가장 늦은 회동이지만 가장 긴 시간 이뤄진 회동으로 평가받습니다. 3월 16일 예정된 오찬 회동이 ‘의제 조율’ 과정에서 취소된 만큼, 이번 회동은 정해진 의제 없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추진 중인 집무실 용산 이전을 비롯해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코로나19 민생지원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았기에 집무실 이전, 안보, 민생 등이 주요 의제로 예측됐습니다. 회동 성사 소식이 알려진 후 회동이 끝난 지금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신문지면,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에선 관련 소식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MBN “상춘재 설명 아이러니”… 채널A “회동 하루 만에 싸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청와대 회동’ 보도내용별 언급횟수 및 비율(2022/3/27~3/29)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회동 소식이 알려진 3월 27일부터 회동 이튿날인 3월 29일까지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봤습니다. 보도내용을 현안, 회동배경, 회동성사를 위한 김부겸 총리 역할, 회동 풍경, 만찬메뉴, 기타 등 6개 주제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현안’으로 7개 방송사 평균 46.3%(31회)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북한 ICBM 발사, 코로나19 민생지원 등 국내외를 둘러싼 사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채널A가 53.3%(8회)로 가장 높았고 KBS‧MBC‧SBS 지상파3사가 각각 5회, 3회, 4회로 50.0% 비중을 보이며 방송사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반면, JTBC‧TV조선‧MBN 종편3사는 방송사 평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TV조선 41.7%(5회), MBN 40.0%(2회)였고, JTBC는 33.3%(2회)로 가장 적은 비중을 나타냈습니다.

회동 현안보다 ‘만찬메뉴’ 열중한 중앙일보

신문지면 ‘청와대 회동’ 보도내용별 언급횟수 및 비율(2022/3/28~3/30) ©민주언론시민연합

회동 당일인 3월 28일부터 3월 30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도 살펴봤습니다. 기사내용을 현안, 회동배경, 회동성사를 위한 김부겸 총리 역할, 회동 전 대통령과 당선자에게 보내는 당부, 회동풍경, 만찬메뉴, 회동평가, 기타 등 8개 주제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현안’으로 33.0%(37회)입니다. 한국일보가 47.1%(8회)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한국경제 41.7%(5회), 경향신문 40.0%(6회), 동아일보 38.5%(5회) 순입니다. 한겨레는 33.3%(4회)로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반면,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평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매일경제 28.6%(4회), 조선일보 21.4%(3회)였고, 중앙일보는 ‘현안’ 언급이 13.3%(2회)에 그친 것인데요.

신문 지면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 비해 좀 더 심층적으로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같은 사안을 보도하더라도 시간 제약이 있는 방송과 달리 신문은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보도한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회동 보도만 비교해도 이러한 특징을 잘 알 수 있는데요. 방송사 저녁종합뉴스가 6개 주제를 총 67회 언급한 데 비해, 신문 지면은 8개 주제를 총 112회 언급했습니다. 신문이 방송보다 더 많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언급횟수는 방송의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할 때 중앙일보의 ‘현안’ 언급 비중은 너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현안’보다 많이 언급한 주제는 ‘회동풍경’과 ‘만찬메뉴’입니다. 특히 ‘만찬메뉴’ 언급은 20.0%(3회)로 평균은 물론 다른 신문 비중을 훨씬 상회했는데요. 중앙일보는 만찬메뉴 비중은 높았지만, 만찬메뉴를 단순 언급했을 뿐 메뉴 의미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만찬메뉴 보도하면서 ‘의미설명’ 없다면

신문지면(3/28~3/30)‧방송사 저녁종합뉴스(3/27~3/29)·종편 시사대담 ‘만찬메뉴 및 의미’ 보도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가 2019년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식 이후 2년 8개월 만에 달라진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된 점에서 회동풍경도 주목했습니다. 식사를 겸한 회동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 의제겠지만, 테이블에 오를 음식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음식은 가장 오래된 외교 도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BBC도 “음식은 수년간 외교 회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처럼 국가 간 정상외교에서 식사의 중요성은 큽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당선자 간 회동에서도 식사의 중요성은 작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론은 청와대가 마련한 만찬메뉴에 관심을 갖고 보도했는데요. 신문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가 모두 보도했고, 방송은 JTBC를 제외한 지상파3사와 종편3사가 보도했습니다.

만찬메뉴가 중요한 이유는 때에 따라 회동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메뉴가 갖는 의미’ 때문입니다. 메뉴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메뉴 구성만 언급하는 건 단순한 메뉴 나열에 불과합니다. 경향신문‧조선일보‧한국경제와 KBS‧MBC‧SBS 지상파3사는 청와대가 만찬메뉴로 준비한 ‘봄나물 비빔밥’이 화합과 협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매일경제, TV조선과 채널A는 메뉴 구성만 언급했습니다.

만찬메뉴 의미 설명 안 한 신문지면(3/29)‧방송사 저녁종합뉴스(3/28) 보도

MBN, 홀로 특이한 해석 혹은 과도한 해석

회동풍경을 전하며 홀로 특이하고 과도한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MBN인데요. 회동 당일 MBN <문·윤, 2시간 이상 상춘재 만찬 회동>(3월 28일 송주영 기자)에서 송주영 기자는 “만찬 메뉴는 계절 해산물 냉채와 해송 잣죽, 탕평채 등 한식에 레드와인이 준비”됐다면서 “보통 만찬 메뉴에 화합 등 의미가 부여가 있는데, 오늘은 특별히 그런 건 없어 보인다”며 다른 언론이 만찬메뉴가 화합과 협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소개한 것과 대조를 보인 겁니다.

회동풍경 전하며 특이한 해석 내놓은 MBN(3/28)

송주영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상춘재가 청와대에 유일한 한옥으로 상징성이 있다며,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그냥 들을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두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만찬장 입장 전 풍경을 회동 전 긴장풀기 정도로 해석한 다른 언론과 차이를 보인 해석입니다.

MBN의 특이한 해석은 회동 이튿날에도 계속됐습니다. <뉴스추적/171분 회동 어땠나?>(3월 29일 송주영 기자)에서 송주영 기자는 하루 전 보도와 달리 “(만찬메뉴로) 한식 코스가 준비됐는데, 화합을 도모하는 의미”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김형오 앵커가 “어떤 의미가 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상춘재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했어요?”라고 묻자, 송주영 기자는 “용산 이전을 선언한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이곳저곳을 칭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그래서인지 이 설명을 들은 윤 당선인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과 당선자 대화 중) 문 대통령은 ‘계속 청와대를 집무실로 써라’, 윤 당선인은 ‘아니다, 난 나가겠다’ 이런 숨은 뜻이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상춘재를 설명하고 윤석열 당선자가 대답하는 모습을 전하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속뜻이 숨어 있다’고 해석한 언론은 MBN뿐입니다.

채널A, 국무회의 상정 안 했으니 “청와대에 당했다”?

대통령과 당선자 대립구도 강조한 채널A(3/29)

회동 이튿날, 청와대 국무회의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가 상정되지 않자, 채널A는 3건의 보도를 내놓으며 ‘회동에서 집무실 용산 이전 협조를 약속한 청와대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었다’고 전했습니다. <청, 예산안 ‘퇴짜’…물 건너간 ‘5월10일 이전’>(3월 29일 우현기 기자)에서 동정민 앵커는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의 온기는 하루, 그러니까 24시간도 채 가지 못했다”며 “(양측이) 화기애애한 만남이었다고 평가하더니, 오늘은 다시 싸늘해졌다”고 전했습니다. <‘취임일 청 개방’ 맞불…“당했다” 반응도>(3월 29일 이민찬 기자)에서는 “(인수위)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에 당했다며 격앙된 분위기도 읽힌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채널A는 대통령과 당선자가 대립각을 세웠다고 강조했는데요. KBS는 <“면밀히 살펴 협조”…‘집무실’ 이전 언제쯤?>(3월 29일 강나루 기자)에서 국무회의에 예비비 안건이 오르지 못했는데, “북한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을 발생시킨 정부로 남을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당선자 측도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안을 더 구체적으로 짠 다음, 청와대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언론 보도도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우려해 ‘면밀히’ 검토하여 협조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온기가 하루를 가지 못했다’거나 ‘싸늘해졌다’, ‘인수위가 청와대에 당했다’와 같은 채널A 보도와는 대조를 이룬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3월 27일~3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3월 28일~3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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