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9일 노동·시민사회의 '불평등·양극화' 공약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평가를 실시한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불평등·양극화' 해소에 대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의지를 알 수 없다며 유감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노동·복지 공약에 대한 시민사회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평가 토론회에서 일부 발표된 내용과 발언을 중심으로 윤 후보의 공약이 평가됐으며 상당부분 낙제점을 받았다.

9일 노동·시민사회연대체 '불평등끝장 2022 대선유권자네트워크'(불평등끝장넷)와 한국일보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불평등·양극화 해소 위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불평등끝장넷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게 불평등 해소를 위한 13개 부문 노동·복지 공약 정책과제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는 답했지만, 윤석열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심 후보는 토론회에 직접 참석했으며 이 후보는 이수진 민주당 의원(선거대책위원회 국민건강보건의료위·노동위 공동위원장)이 대신 참석했다.

9일 '불평등끝장 2022 대선유권자네트워크'와 한국일보가 주최한 '불평등·양극화 해소 위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사진=참여연대)

우선 전문가·활동가들은 윤 후보의 답변 거부를 지적했다. 박정은 불평등끝장넷 공동집행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오늘날 한국사회는 자살을 비롯해 소득·의료·돌봄·노동 전 분야에 걸쳐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 사회"라며 "각 당 후보들은 이런 사회를 바꿀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분명한 건 시민사회의 질문과 소통을 외면하고, 토론과 검증도 회피하는 후보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각자도생하라 등떠밀면서 마치 국민의 삶을 책임져 줄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 않은지, 과거 정책이나 태도로 볼 때 정책실현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감언이설을 내뱉고 있는 것 아닌지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정책검증을 거부하면서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며 "이처럼 정책검증도 거부하고 토론도 거부하는 세력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윤 후보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노동의제에 대한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윤 후보는 공공의 공약 자체가 없다. 의료인력 공약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2년 대선은 복지의 경연장이었고, 2017년 대선은 일자리의 경연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한 것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번 토론회에 참가해주신 이재명·심상정 캠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70년은 잘 살기 위해서 오로지 성장, 성장을 외치며 달려온 시간이었다. 우리 국민들이 많은 것을 유보하고 헌신한 시간이었다"며 "세계 10위 경제 선진국이 된 만큼 이제는 시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정치를 할 때가 됐다. 이제는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복지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면을 통해 "우리사회가 만연한 불평등과 양극화는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과 사회에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억강부약의 좋은 정치로 보편적 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어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이수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건강보건의료위·노동위 공동위원장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복지재정 확보 방안 없는, 대선 공약

'사회보장 국가책임 강화 공약'에 대한 평가는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가 맡았다. 최저소득보장 기준을 올려 절대빈곤을 해소한다는 정책과제에 대해 이재명·심상정·안철수 세 후보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답했다. ▲생계급여 기준중위소득 50% 상향 ▲생계급여·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근로능력평가 폐지·자활 일자리 확대 등의 정책과제에 동의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소득보장과 관련해 토지보유세·탄소세 등을 재원으로 활용한 연 100만원 수준(청년 연 2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별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김 교수는 "절대빈곤 해결책이 되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중위소득 100% 이하를 대상으로 월 100만 원의 시민최저소득 보장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심 후보는 절대빈곤 해소 과제와 관련해 가장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내놓았다"고 했다.

소득보장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재난 시 소득보장' 정책에 대해 세 후보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 정상화,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보편적 상병수당 등을 공약했다. 다만 유급병가는 단체협약 사항으로 민간영역의 판단으로 남겨뒀다. 심 후보는 실시간 소득파악으로 고용 지위를 넘어 전 국민이 소득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소득기반 사회보험'을 별도 공약으로 내놨다. 안 후보는 전국민고용보험 도입과 관련해 재정안정화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노령기 소득보장 정책인 연금개혁 부문에서 이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해 보험료 인상을 이유로 찬반 답변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지난 7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가입기간 연장을 통한 실질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공약했다. 안 후보는 4자 TV토론에서 특수직연금 등 공적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재정확충과 관련해 세 후보의 답변은 엇갈렸다. 이 후보는 소득세·법인세 세율 인상 등 고소득자 대상 증세 추진에 대해 이미 최고세율은 상당한 수준으로 누진적 과세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최고세율 인상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최고세율 구간 적용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후보는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복지재정 확보 방안은 어느 후보도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연합뉴스)

'반노동' 딱지 붙는 윤석열·안철수…"평가할 게 없다"

노동 공약을 평가한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후보의 공약 중 ▲필수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원칙 확립과 법제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 제도화 등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해법으로 적절하고,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필요한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 부위원장은 이 후보가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 공약에서 플랫폼노동이나 특수고용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경제발전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전제한 것에 대해 "위험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한 부위원장은 "변칙적인 고용형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 특수고용형태를 전제로 한 노동법 체계를 정상적인 것으로 설계하는 기본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후보 공약에 대해 한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해결 전략으로서 공약 내용이 체계적이고 실질적"이라고 총평했다. 한 부위원장은 "상시지속업무 사용사유제한을 법제화해 비정규직 남용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고, 노동자의 사용과 고용을 분리해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간접고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전략은 매우 실질적"이라며 "상시지속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고 일시간헐적 업무에만 비정규직 고용을 하는 원칙을 현실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치밀한 전략으로 공약화했다"고 평가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 폐지 공약과 관련해 한 부위원장은 이 후보의 주장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한 부위원장은 "이 후보는 차별 폐지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방향과 과제가 괴리되어 있다. 대체공휴일법 적용제외가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제외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제 간에 서로 모순되는 입장으로 답변했다"며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도 '가능하면 확대적용하는 방향'으로 언급하는 등 5인 미만 차별폐지에 대한 실질적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위원장은 심 후보와 정의당에 대해 "작년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안 발의 등 공약·정책과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 뿐 아니라 노동 관련 법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결과제로서 근로기준법 개정 의제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부위원장은 안 후보의 노동 공약을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는 대통령 후보인지, 악덕기업의 사용자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라며 "사용자의 이익에만 몰두해 불평등 노동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 시각조차 실종되고,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민주노총을 적대시하는 시대착오적 광기를 드러내는가하면,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사용자의 비정규직 남용이 아닌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호도와 어깃장을 부리면서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위원장은 "노동이사제, 타임오프 등도 반대하면서 본인은 반노동이 아니라 친노동이라고 우기는 형용모순에 빠진 모습은 그동안 사용자들의 이익만 도모하는 경총의 입장과 동일한 윤 후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였다.

청년 노동자들의 지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일자리 창출·청년이 어느 때보다 큰 이슈로 다뤄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어떤 것은 진성성이 의심될 만큼 공약이 부재하다"면서 "노동을 대하는 태도는 심 후보는 친노동적이지만 이 후보는 공약이 개별화되어 있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일자리 문제를 온전히 시장과 기업에 맡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윤 후보의 역대 발언들은 노동자를 장시간, 위험한 노동현장,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내몰 수 있다"면서 "5인 미만 차별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노동의제에 대한 공약과 해결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청년 정책 첫 단추, 청년이 잘 꿰어드립니다' 기자회견에서 펼친 주요 대선후보 정책질의서 전달 퍼포먼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일깨운 '공공의료' 중요성…공약 자체가 없는 후보는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코로나19 등 한국 보건의료의 정책과제를 ▲공공병원 확충 ▲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의료영리화 부문으로 나눠 각 후보의 입장에 대해 평가했다.

이 후보 공약에 대해 전 국장은 "공공의료 확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긍정적이나 개혁 약속은 충분하지 않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약속은 없다시피 하고, 또 의료영리화·규제완화 추진이 우려된다"고 총평했다.

전 국장은 이 후보 공공병상 확대 공약이 온전히 실행되더라도 현 10% 수준의 공공병상을 약 12%로 늘리겠다는 정도에 불과하고, 간호인력 확충 공약은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국장은 이 후보가 ▲네거티브 규제 적용 ▲규제샌드박스·규제자유특구 확대 ▲개인의료정보 규제완화 등을 언급해 의료영리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전 국장은 심 후보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영리화를 반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나 이를 정식 공약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과 관련한 공약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전 국장은 정책질의 답변과 언론보도를 토대로 심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을 평가했다.

심 후보는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이 운영될 수 있도록 공공병원을 신증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 국장은 "이 후보의 약속과 같은 수준"이라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의료인력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의사·간호사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간호인력 기준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대해 전 국장은 긍정 평가했다.

윤 후보와안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입장은 미미하거나 없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전 국장은 안 후보는 보건의료 공약 자체가 불분명하거나 미흡하다. 공공의료보다 의료영리화에 더 큰 관심이 있다"면서 "윤 후보는 공공의료 확충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민간병원 비호와 의료영리화 추진에 더 관심이 많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후보에 대해 전 국장은 "공공의료 공약 자체가 없다. 민간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약속 정도가 있고, 의료인력 공약도 없다"면서 "오히려 건강보험보장성에 관해 '문재인 케어도 너무 과하다'고 얘기한다. 서민들의 의료비 고통을 줄이는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노동·복지 담론이 실종된 상황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후보의 공약과 발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말만 하고 구체적인 공약 없이 공수표에 그칠 단순한 표몰이 술수가 난무하고 있다"며 "최근 4자 TV토론이 40%에 가까운 시청률이 나왔지만, TV토론마저 공약에 대한 토론이 충분이 되지 않았다. 남은 대선 기간에는 유권자에게 '불평등 해소'라는 기조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복지담론이 선거시기에 쏟아져 나오는 양상은 10년도 더 됐는데, 이번 선거는 공약보다 선언만 난무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공약 이행에 필요한 구체적 예산과 시기를 포함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데 한 달 남은 시점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빈곤율 감소를 어떻게, 얼마만큼 할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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