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선을 50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부적절한 댓글작업·당대표 '가면토론' 방송 출연 의혹 등의 여론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댓글작업 정황이 포착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한 무속인이 고문으로서 윤석열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7일 세계일보는 윤 후보 선대본에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 모씨가 고문이란 직함을 달고 인재영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전 씨가 권영세 선대본부장 직속 '조직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윤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 씨 소개로 전 씨를 알게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세계일보 17일 <[단독] 윤석열 부부와 친분 있는 무속인, 선대본서 ‘고문’으로 일한다> 갈무리

세계일보는 "복수의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 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비선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표출했다"고 했다. 네트워크본부는 전국 단위 조직을 윤 후보 지원 조직으로 재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세계일보는 네트워크본부 활동 중 '뉴미디어팀'에 주목했다. 뉴미디어팀 내 일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네이버 댓글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물 등 '댓글작업'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댓글작업의 타겟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전 장관이 윤 후보를 비판한 발언을 전하는 기사에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 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세계일보는 또 '네트워크본부 요청사항'이라며 윤 후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오늘 밤 11시까지 23만명으로 만들어 달라'는 지시가 있었고, 정치뉴스에는 '1일 1댓글, 1좋아요'를 달라고 독려하는 포스터가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17일 <[단독] "윤석열 일정·메시지 뒤집기도"… 캠프 업무 전반 관여 의혹> 기사 갈무리

앞서 지난 5일 국민의힘 국민소통본부는 전국 청년간담회에서 당에 유리한 포털 기사와 댓글을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작업'을 당부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SNS 전쟁은 손가락 혁명군에 의해 좌우된다"며 ▲하루 세 번씩 10개 기사를 클릭해 '좋아요' '싫어요' 공감 표시 ▲'윤석열' 검색 기사를 클릭 ▲오전 10시 30분~12시, 오후 4시 30분~6시에 기사 클릭 ▲댓글란 '순공감순'에서 국민의힘에 좋은 건 '좋아요', 나쁜 건 '싫어요' 표시 등을 청년들에게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이 공개한 여론조작 방지 프로그램 '크라켄'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좌표찍기'여서 논란을 빚었다. '크라켄'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에게 대선 전략으로 제안한 '비단 주머니' 1호다. 국민의힘은 '댓글조작과의 전쟁'을 내걸고 '크라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한 수사의뢰 방침까지 내놨다.

세계일보는 무속인 전 씨가 국민의힘 선대본에 합류하기 전 대한불교 조계종과는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했으며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윤 검사 멘토'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과장과 거짓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전 씨가 윤 후보 선대본부에서 '실세'로 불리며 캠프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윤 후보 부부와의 친분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또 세계일보는 "선대본부 내에는 전 씨의 이 같은 행태에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씨가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바람에 이미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라며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했고, 원인을 추적한 끝에 '전 고문'이 지목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댓글 조작' 대응 프로그램 '크라켄' 공개 시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세계일보 취재와 관련해 "공개된 직책 이외에 선대본부 구성원 현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단은 세계일보에 '공식 반론'이라며 "전 씨는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다. 무속인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세계일보가 전 씨 입장을 듣기 위해 네트워크본부를 찾아 '전 고문님을 뵙고 싶다'고 하자 사무실 관계자는 '지금은 안 나오셨다'고 했다. 전 씨는 세계일보 취재 이후 주변에 "산에 기도하러 들어간다"고 말한 뒤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다른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JTBC '가면토론회'에 익명 패널로 등장해 상대당 후보를 비판하고, 윤 후보를 감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가면토론회'는 익명의 논객 6명이 정치·사회 현안을 두고 3대3 토론배틀을 벌이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부터 '마라탕'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탕'은 방송에서 "허위 이력 기재 등 문제가 있다 한들 대한민국 영부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하면 전과 4범은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는 게 맞다"고 김건희 씨 의혹을 감쌌다. 이어 '마라탕'은 "자격기준으로 적용하기 시작하면 (더불어민주당)이재명 후보는 출마 자격이 안 된다", "어부지리로 올라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내려갈 것" 등의 발언을 했다.

JTBC `가면토론회` 익명 패널 '마라탕'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에서 "시청자 기만 행위"라며 이 대표 프로그램 하차를 촉구했다. (사진=JTBC 유튜브 채널 영상화면 갈무리)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6일 JTBC 예능본부장과 프로그램 제작진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제작진과 출연진을 상대로 선거방송시의와 공직선거법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가면토론회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을 유리하게 다루고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을 불리하게 다루는 형식"이라며 "출연자들이 가면을 쓰고 닉네임으로 불리며 음성 변조를 해 최소한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7일 사설 <제1야당 대표가 '가면' 뒤에 숨어 다른 정당 비판하다니>에서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가 가면 뒤에 숨어 '제3자 시각'인 양 다른 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고, 얄팍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 '상식'의 가치와 거리가 먼 행태를 당의 얼굴인 대표가 저질렀다니 유감"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기성 정당과 이해관계 없는 젊은 논객인 양 굴며 상대 후보를 깎아내린 것은 잠재적 유권자인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JTBC에 해명과 사과를, 이 대표에겐 프로그램 하차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향신문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출연자의 신분을 출연자가 노출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문제될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경향신문이 출연자의 신분을 단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 못할 말을 하기 위해 가면을 쓴 것도 아니다. 사설 쓰기 전에 방송을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반 예능인 프로그램인데 이런 사설까지 쓰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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