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통위는 새해 들어 발표한 5기 방통위 비전과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 중 상당부분을 올해 순차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19일 발표된 <2021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미디어의 공적기능과 산업경쟁력이 동반 약화하고 있다고 판단, 공영방송의 기본책임과 특별책무를 규정·평가함과 동시에 수신료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구체적인 '공적책무 협약제도'로 대체하고 협약 이행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올해 마련할 계획이다. 공영방송 수신료는 회계분리, 수신료 사용내역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한편, 올해 6월 '수신료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방송 공공성 강화 정책으로는 ▲KBS·EBS 등에 대한 다채널방송(MMS) 법적근거 마련 지원 ▲종편·보도PP 재승인 조건 이행점검 강화 ▲시청자위원회 기능 강화 ▲지역방송 프로그램 제작·유통 지원 강화 ▲경기방송 폐업에 따른 후속 라디오사업자 신규허가 추진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공동체라디오 신규허가를 올해 상반기 중 추진한다. 2005년 도입돼 15년간 7개 방송국에 머무르던 공동체라디오를 전국적으로 신규허가 해 지역 밀착형 매체로서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방송 자진폐업 사태 1년만에 후속 라디오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최근 경기도 용역으로 진행된 '경기교통방송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경기방송을 시민참여형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재설립해야 한다는 결론낸 바 있다.

방송광고·편성 규제는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최근 발표한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통해 방송광고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 원칙'으로 전환하고, 편성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은 올해부터 2년에 걸쳐 이뤄진다. 방송광고 분야에 열거된 광고 유형만 허용하는 기존 포지티브 규제 방식 대신 금지되는 광고 유형 외에는 우선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중간광고는 전면 허용된다. 다만 방통위는 중간광고 허용에 따른 시청권 침해 우려를 의식해 시청권 보호 방안 마련을 병행한다. 아울러 방통위는 중간광고 규제를 우회하는 과도한 프로그램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유사중간광고로 불리는 분리편성광고(PCM)와 중간광고의 통합 적용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편성규제는 최소한도로 축소된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 편성규제가 완화된다. 기존에 50% 이하를 유지해야 했던 오락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 기준은 60% 이하로 변경된다.

언론시민사회는 방통위의 방송광고·편성 규제완화 방침에 반대하며 정책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미디어의 공적 책무 외면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과거 정부가 주도한 탈규제와 시장자유 원칙을 복권시키고, 사업자 위주의 왜곡되고 편파적인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방송사업자의 상업적 이익을 우선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물꼬를 활짝 열어주었다"며 "시청자 권익과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는 더욱 주변화하고 방송주권자로서 미디어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4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에 대한 비대면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방송재원 구조개편을 위해 방통위는 올해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 개선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판매영역 확대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효율적 사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는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를 판매할 때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군소방송사 광고와 결합해 판매도록 하는 제도로 사실상 광고수익의 일정비율을 군소방송사에 지원하게 된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지역성 보장 측면에서 유지되고 있는 정책이다. 방통위는 5기 정책비전에서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 감소에 따른 결합 대상 중소방송사 지원금액 동반 감소, 결합판매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등을 고려해 중소방송사 재원 지원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올해 12월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제도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미디어렙 체제는 판매영역을 인터넷·모바일 영역까지 확대해 '크로스미디어' 광고가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방통위는 올해 관련 내용을 담은 미디어렙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한다.

방통위는 방발기금을 재원과 용도가 유사한 정보통신진흥기금과 통합해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재원 성격에 맞지 않는 지원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매년 방통위 예산 책정 과정에서는 국악방송, 아리랑TV, 언론중재위원회 등 문체부 소관 기관에 대한 방발기금 지원 예산이 열악한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과 맞물려 논란이 돼 왔다. 방통위는 연 내에 문체부, 기재부와의 협의를 통해 예산지원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방송·재난방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OTT 성장 등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따라 올해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과 OTT 등을 포함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신설, 법 제정을 올해 추진한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는 '실시간'과 '주문형'으로 분류된다. '실시간'에는 실시간방송과 실시간 OTT가, '주문형'에는 VOD서비스가 해당된다. 국회와 시민사회 등에서는 이 같은 미디어 규제체계 개편과 미디어 관련 정부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 대응책으로는 민간자율 팩트체크 활성화와 대응메뉴얼 마련,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제시됐다. 방통위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 대응 사례를 검토해 올해 하반기 '재난상황 허위조작정보 대응 메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 중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은 윤영찬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원욱 의원의 민법 개정안 등이다.

윤 의원 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거짓정보나 불법정보를 생산·유통해 명예훼손 등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온라인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불린다. 이 의원 법안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시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허위사실 명예훼손과 관련한 처벌강화 논의는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와 맞물려 있다. 정보통신망 상에서 권리침해자 요청 시 관련 정보의 접근을 30일 간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제도 등 한국의 표현규제는 이미 강한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올해 정보게재자 이의제기권 신설, 임시조치 기간 단축,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사유 신설 등을 검토해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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