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기준치의 18배나 검출됐다는 내용이 보도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재난주관방송인 KBS 메인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재난주관방송인 KBS <뉴스9>가 정치 쟁점이라는 이유로 안전 논란에 침묵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삼중수소 유출은 정치 쟁점화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안전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치 공방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난주관방송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주요 설비인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기준치의 18배나 검출됐다는 내용이 지난해 12월 보도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어떤 이유로 계획된 배출 경로와 다른 곳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는지, 관련 유출은 없었는지, 안전성 문제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주요 보수경제지는 삼중수소가 원래 원전부지에 미량으로 존재할 수 있고 인체에 무해하다며 진상규명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삼중수소 유출 보도를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를 물타기하는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의 10일, 11일자 단독 보도 화면 (사진=MBC)

지난해 12월 24일 한겨레는 기사 <월성원전 구역 지하수, 방사성물질 오염… 삼중수소 18배>를 통해 한수원 자체 조사로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가 삼중수소로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수원은 지하 배관과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 등을 삼중수소 주요 유출원으로 보고 설비교체 등 대책을 추진해왔다.

포항MBC는 지난 7일, 기사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추가 오염 우려>에서 "월성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지난해 월성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 검사 결과, 모든 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11일 인근 지하수 한 곳에서 삼중수소가 1~3호기보다 10만 이상 높은 53만 베크렐까지 검출됐고, 주변 집수정에서 감마 핵종이 2019년 8월 이후 9개월 간 7차례 미량 검출됐다며 지진으로 인한 주요설비 손상에 따른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대구·경북 지역KBS에서 지난 12일부터 관련 보도를 내놓고 있다. 대구KBS는 12일 <월정원전서 삼중수소 검출 논란…“조사 착수”>보도에서 환경단체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양측의 입장을 담았다.

이날 대구KBS는 월성 1호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차수막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8년째 파손돼 있고, 월성 4호기 저장조 집수조에서는 인공 방사능 물질인 감마핵종이 지난 2019년 미량 검출돼 보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원전 건물 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지만 법적 기준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외부로 배출할 때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별도로 관리한다”는 한수원 측의 입장을 보도했다.

KBS 본사 차원의 보도는 13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13일 ‘취재K’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 논란…배경과 파장은?>은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언급한 뒤, 월성 원전 인근 주민·환경단체와 한수원 측의 주장을 나열했다. 이어 “논란이 정치권 여야 간 공방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대구KBS '뉴스7'에서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의뢰하고, 방사선보건원이 작성한 ‘삼중수소 영향평가 조사 결과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의 소변 시료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다른 지역 주민보다 높았고, 원전 종사자 동거인의 소변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됐지만 연간 인체 허용 기준보다 낮아 건강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는 내용이다. 울산KBS는 이날 <환경단체·북구, 삼중수소 누출 원인 조사 촉구> 보도를 방송했다.

권순택 KBS시청자 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은 “KBS 메인뉴스가 지금까지 해당 논란을 다루지 않은 게 놀랍다"며 "지금은 정치적 공방으로 가버렸지만, 삼중수소 검출 수치가 어느 정도이고, 국민의 안전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도하는 게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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