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주요 설비인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기준치의 18배나 검출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문제는 어떤 이유로 계획된 배출 경로와 다른 곳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는지, 관련 유출은 없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주요 보수경제지는 삼중수소가 원래 원전부지에 미량으로 존재할 수 있고 인체에 무해하다며 진상규명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삼중수소 유출 보도를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를 물타기하는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다.

박성중 간사 등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 수사 물타기 규탄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항MBC는 지난 7일 기사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추가 오염 우려>에서 "월성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한수원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지난해 월성원전 부지 10여곳의 지하수 검사 결과, 모든 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포항MBC는 "원전 구조상 방사성 물질은 안전을 위해 완전히 밀폐, 격리돼 지정된 설비를 제외하고는 검출되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 많게는 71만 3천 베크럴,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곳곳에서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포항MBC는 "더구나 원전 중심 부지에서 300미터 떨어져 있는 북쪽 경계 지역에서도 최고 924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이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월성원전 부지는 물론 원전 부지 바깥으로까지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MBC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한 '지하수 삼중수소 조치' 계획서를 보도했다. MBC는 "한수원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 인근의 집수정에서 지하수 방사능 수치를 조사한 결과, 원자로별 삼중수소 최대 검출치는 관리 기준의 8.8배에서 13.2배로 높게 나왔고, 월성 4호기에서는 인공 방사능 물질인 '감마 핵종'까지 검출됐다"고 밝혔다.

MBC는 11일 보도에서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월성 4호기와 100미터 가량 떨어진 우물 한 곳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 정황을 보도했다. MBC는 4호기의 경우 인근 지하수 한 곳에서 삼중수소가 1~3호기보다 10만 이상 높은 53만 베크렐까지 검출됐고, 주변 집수정에서 감마 핵종이 2019년 8월 이후 9개월 간 7차례 미량 검출됐다며 지진으로 인한 주요설비 손상에 따른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한겨레는 기사 <월성원전 구역 지하수, 방사성물질 오염… 삼중수소 18배>를 통해 한수원 자체 조사로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가 삼중수소로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수원은 지하 배관과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 등을 삼중수소 주요 유출원으로 보고 설비교체 등 대책을 추진해 왔다.

한겨레 보도 또한 한수원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한겨레는 "원전에서 계획된 배기구와 배수구를 통하지 않은 '비계획적 방출'은 농도와 무관하게 원자력법에 따른 운영기술지침 위반이다. 감시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원전 주변 환경과 주민에 끼칠 영향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수원이 보고서의 존재는 시인하면서도 '현재까지 비계획적인 유출이 확인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비계획적 방출에 대한 보고와 관리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삼중수소가 시설물 손상으로 새어 나올 가능성에 더해 시설물에 침투, 스며나올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삼중수소는 감마핵종과 달리 크기가 특히 작아 두꺼운 철판도 스며 들어 통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MBC가 사실을 왜곡·과장했다는 보수경제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11일 기사 <월성 방사능 누출?… "멸치 1g 먹는 수준">에서 MBC가 언급한 삼중수소 기준치는 '원전 내 측정 기준'이 아닌 '배출 허용 기준'이고,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6개 또는 멸치 1g 섭취, 흉부 X레이 1회 촬영의 100분의 1정도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정용훈·최성민 카이스트 교수의 반박 의견을 보도했다. 중앙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 등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1월 11일 <월성 방사능 누출?…"멸치 1g 먹는 수준">

한국경제와 문화일보의 경우 한발 더나아가 여당과 공영방송의 '원전수사 물타기 전략'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11일 <월성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됐다고?… '원전 괴담' 팩트체크>에서 "원전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번 MBC 보도와 이에 따른 민주당의 잇따른 문제제기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를 덮기 위한 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여당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영방송이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고, 직후 민주당이 총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고 썼다.

문화일보는 같은 날 사설 <월성 원전 '방사능 괴담' 퍼뜨리는 與 저의>에서 "여당과 친여 방송 일각에서 월성 원전에 대한 ‘방사능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며 "‘수사 방해’ 저의가 확연하다. 그렇잖고는 경제성 조작을 확인한 감사원과 윗선 수사도 앞둔 검찰의 정당한 직무까지 거듭 매도할 리 없다"고 썼다.

국민의힘은 "조직적 가짜뉴스 퍼트리기를 중단하라"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2일 "오히려 이번 가짜뉴스를 계기로 삼중수소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원안위와 한수원을 통해 재확인했다"며 앞서 언론에 보도된 원자력 전문가 의견과 같은 내용의 팩트체크성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실을 호도하여 원전 수사를 훼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원전수사를 물타기하려는 저급한 술수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측 주장의 핵심은 삼중수소 유출은 없었고, 그 양이 외부에 유출되더라도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보수 대책을 추진해 온 이유에 대해서도 시설 손상을 확인해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한수원측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겨레는 12일 사설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철저한 진상규명을>에서 원전 전문가와 보수언론을 향해 "삼중수소가 검출돼서는 안 될 곳들에서 지속적인 유출의 결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인 양 호도하는 거야말로 부풀리기이자 괴담이다. 진상 규명 작업을 방해하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하나같이 배출 경로와 무관한 곳들"이라며 "그런데도 친원전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 등은 검출된 삼중수소가 잘못 유출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역 주민의 1년치 피폭량은 1g 섭취 수준이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까지 한다"면서 "원자력 전문가는 의학 전문가가 아닐뿐더러,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는 삼중수소에 의한 내부 피폭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는 저농도 삼중수소라도 체내 유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세포사멸, 유전적 손상, 생식기능 저해 등 위험성이 늘어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겨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처럼 정해진 기준과 경로를 통한 삼중수소 배출도 문제지만, 어디서 어떻게 새나가지는지도 모르는 유출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비계획적인 유출은 확인된 바 없다'는 게 한수원의 공식 입장이라는데, 확인 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환경단체들이 요구한 민관합동조사에 한수원, 친원전 전문가 등이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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